中 휩쓴 '낯선 감염병'…"한국도 환자 급증 하는 중" 대유행 경고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한국도 주당 100명 내외 발생
소아·청소년 환자 대다수…올해는 4년 유행 주기도 겹쳐
의료계 "항생제, 병상 확보 등 진료체계 미리 점검해야"
중국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낯선 감염병'을 바라보는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방역 조치 완화에 4년 주기로 유행하는 특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올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 전국적인 확산에 대비해 항생제 확보와 소아·청소년 진료체계 정비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세균성 급성 호흡기감염증 입원 환자 중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는 41주차(10월 8~14일) 기준 90명으로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27명)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지난 8월 말부터 점차 퍼져 10월 초에는 122명까지 급증하는 등 주당 100명 내외의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는 호흡기를 공격해 발열, 기침, 목 통증처럼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다른 호흡기 감염병처럼 비말 전파되고 일부 환자에게는 인후염, 기관지염이나 폐렴을 일으킨다. 지난해 말, 태국의 공주인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가 마이코플라스마에 감염돼 부정맥 등으로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성인에서도 나타나지만 환자 대부분은 소아·청소년이다. 우리나라 역시 입원 환자 10명 중 8명가량이 1~12세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방역 빗장'을 푼 원년으로 아이들의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진 상태라 방역 당국이 유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앞서 2011년, 2015년, 2019년 전국적으로 유행했는데 4년 주기를 보이는 만큼 올해(2023년)도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가장 최근 유행한 2019년 당시 41주차 환자 수는 455명에 달했다. 유행 주기가 우리와 비슷한 중국도 최근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확산하면서 병원 밖에 '링거 텐트촌'을 만들 만큼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 자녀에서 부모로 가족 간 감염이 퍼지면서 항생제를 사재기하는 현상이 발생해 정부가 나서 자제를 촉구했을 정도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우리나라는 독감(인플루엔자), 아데노바이러스와 같은 호흡기 바이러스가 연중 유행하는 상황인데, 이에 따라 호흡기 점막이 손상되면 마이코플라스마같은 세균이 침투해 폐렴을 유발할 위험이 커진다"며 "한국보다 위도가 높아 더 빨리 추워지는 중국의 감염병 유행 패턴을 우리나라가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올해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퍼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했다.
마이코플라스마는 독감처럼 매년 환자가 발생하는 병으로 새로운 감염병은 아니다. 태국 공주처럼 감염 후 치명적인 상황으로 악화하는 경우도 드문 편이다.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박지영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에 감염돼도 감기처럼 자연히 나아서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며 "설령 폐렴으로 진행해도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고, 별다른 처방 없이 호전되기도 하는 등 중증도가 크게 높지는 않은 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수요가 증가해 '사재기 표적'이 되는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은 마크롤라이드 계열의 항생제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는 동일 계열의 다른 항생제 2개(클래리스로마이신, 록시트로마이신)를 포함한 총 3개의 항생제를 1차 치료에 사용해 선택지가 넓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예방하려면 식기, 수건, 장난감 등 개인용품을 따로 사용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도 신경 써야 한다. 모든 환자에게 치명적이지 않고, 의료체계도 잘 갖춰진 만큼 너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항생제 확보 등 유행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엄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는 코로나19처럼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없어 빠른 대응이 어렵다"며 "올해 유행 가능성이 큰 만큼 앞서 공급 부족 이슈가 제기된 아지트로마이신 등 항생제 재고가 충분한지 파악하고 소아·청소년 병상 확보를 포함해 진료체계도 미리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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