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전기차 시장 선도"…현대차와 '차별화' 강조한 기아 [종합]
현대와 달리 중고 전기차 시장 뛰어든 기아
의무 운행 기간 지난 차만 매입
"전기차 포함 올해 인증 중고차 3천대 판매"
기아가 내달 1일 인증 중고차 판매를 본격 시작한다. 특히 내연기관 차량에 한정해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입한 현대차와는 달리,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전기차도 인증 중고차를 시장에 공급하는 게 차별화 포인트다.
기아는 25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 플로팅 아일랜드 컨벤션에서 '기아 인증 중고차 미디어 데이'를 열고 인증 중고차 사업 계획을 밝혔다.
고품질 중고차 판매를 위해 신차 출고 후 5년, 10만㎞ 이내 무사고 차량으로 판매 대상을 한정한다. 기아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위해 연면적 5334㎡(약 1614평) 규모로 최종 패키지 작업과 출고, 검수, 재고 보관 및 배송 등의 물류 기능을 담당하는 '기아 인증 중고차 용인센터'를 마련했다.
현대차와 다른 특징은 자사 중고 전기차를 인증 판매한다는 점.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 사례다. 내년과 내후년 출시될 콘셉트 EV3·4를 포함해 2025년 출시 예정인 EV5, 이미 출시된 EV6·9 등 다양한 라인업의 전기차를 보유한 기아는 중고 전기차 시장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기아의 내부 정보에 따르면 전기차 신차는 완성차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점유율은 약 0.7%에 불과하다. 빈약한 점유율에 비해 소비자들의 중고 전기차 구매 의향은 58.5%로 높은 편이다. 현재 중고 전기차 거래는 대부분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인간 직거래가 더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기아는 '중고 전기차 품질제'를 업계 최초로 도입해 믿을 수 있는 중고 전기차 거래 시장을 만드는 데 힘쓸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및 전기차 특화시스템 등 내연기관 차량과 다른 구조를 가진 전기차만의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국내 최초로 총 5개 등급으로 구성된 '중고 EV 품질 등급제'를 선보인다. 전기차 가격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의 잔여 수명과 안정성 평가가 잔존가치 산정에 결정적이다. 이에 기아는 '스마트 EV 솔루션(EV 전용 진단기)'으로 전기차 4대 시스템인 △고전압 배터리 컨트롤 시스템 △고전압 충전 시스템 △고전압 분배 시스템 △전력 변환 시스템 등을 정밀 진단해 배터리의 현재 성능·상태 등급을 산정한다.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측정해 신차 1회 충전 주행거리 대비 상대적인 실제 성능까지 등급화한 후, ‘배터리 등급’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급’을 종합한 최종 전기차 품질 등급을 부여한다. 기아는 이 같은 정밀한 전기차 성능평가 후 최소 성능 기준에 해당하는 3등급 이상 판정받은 차량만 고객에게 판매한다.
기아 관계자는 "전기 중고차는 배터리와 1회 충전 주행거리 대비 실제 성능 등 내부 기준으로 평가를 진행하며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와 협의해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를 정한다"면서 "전기차 신차를 연구하고 개발했던 노하우가 있어 인증 중고차가 어느 정도 성능을 내는지 측정하는 데 자신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는 다르게 '의무 운행 기간'이 있다.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는 대신 의무적으로 전기차를 타야 하는 제도다. 지자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보통 2년이 기준이다. 기아는 이에 따라 의무 운행 기간이 지난 전기차만을 대상으로 차량 매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 의무 운행 기간이 지난 차량만 매입하고 판매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아는 올해 말까지 인증 중고차를 3000대 판매할 계획이다. 이후 2024년 1만5000대, 2025년에는 2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기아가 잡은 내년 인증 중고차 판매량 목표치는 중소벤처기업부 권고안(중고차 시장 점유율의 2.9%)의 약 30% 수준이다.
특히 기아는 올해까지 약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인증 중고차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직원용 차량, 업무용 차량, 기아가 진행하는 렌터카 사업에서 반납된 차량 등을 상품화해 인중 중고차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기아 관계자는 "현재는 인중 중고차 사업 런칭 전이기 때문에 고객으로부터 매입된 차량은 없다"면서도 "직원용 차량, 시승용 차, 등의 차량을 상품화해 약 1000대 정도 물량을 우선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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