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스포츠가 느리고 재미없다고?[김세훈의 스포츠IN]
장애인 스포츠를 처음 보면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다. 플레이가 다소 느린 데다, 경기 진행도 약간 더디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선수가 보이는 플레이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수 입장에서는 정반대다. 격렬하고 용감함은 비할 데가 없을 정도다.
시각 장애인 축구는 5인제다. 필드 플레이어 4명은 안대를 낀 채 공을 차고 헤딩을 한다. 상대와, 골대와 충돌하기도 한다. 공에서 나는 소리, 그것 하나만 듣고 몸을 날리고 머리를 들이대 골을 넣는다. 심지어 골키퍼는 시력을 잃지 않은 비장애인. 눈이 보이지 않은 두려움 속에 눈이 보이는 골키퍼를 상대로 넣은 골은 위험을 무릅쓴 채 용기를 실천한 결과물이다.
골볼은 3인제 축구와 비슷하다. 눈을 가린 세 명이 9m 크기 골문을 지키면서 공을 굴려 골을 넣어야 한다. 빠르게 굴러오는 둘레 76㎝, 무게 1.2㎏짜리 공을 오로지 청력에만 의존해 막는다. 여자 대표팀 김희진(서울시장애인체육회)은 “공이 언제, 어디에 맞을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긴다”며 “공을 막아내면 동료들 기세도 올라가기에 몸이 부서져라 몸을 날려야 한다”고 말했다.
휠체어 레이싱은 순간적으로 시속 30㎞를 훌쩍 넘는다. 자칫 집중력을 잃으면 앞선 선수와 충돌해 넘어질 수 있다. 게다가 앉아서 엎드려 바닥을 보고 휠체어를 밀기 때문에 두려움은 더 커진다. 휠체어 레이싱을 30년 동안 한 유병훈(52)도 “충돌하면 교통사고와 같다”며 “지난해 9월 충돌 사고가 난 게 1년이 지난 지금도 문뜩문뜩 떠오른다”고 토로했다.
유도는 시각 장애 선수만 출전한다. 격돌하다가 상대 손과 머리 등에 맞아 다치는 경우가 많다. 휠체어 농구는 휠체어끼리 강하게 충돌하면서 플레이하기 때문에 크게 다칠 수 있다. 척수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나서는 수영을 보는 부모들은 마음을 졸인다. 빙판, 설원에서 하는 겨울 종목은 더 큰 두려움을 수반한다. 함께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가이드 지시에 따라 기문을 통과하기 위해 회전하는 시각장애 스키를 보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대단한 담력을 느낀다.
겉보기에는 다소 느리고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 선수들은, 좀 세게 말한다면, 목숨을 내놓고 싸운다. 상대에 대한 두려움에 앞서 신체적 장애에서 비롯된 온갖 위험들이 곳곳에, 그것도 매 순간 도사리고 있다. 그런 숱한 두려움 속에서 공을 향해, 상대를 향해, 결승선을 향해 몸을 던지는 동작은 용감하면서도 숭고하다. 장애인 스포츠는 알면 알수록 감동적이며,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하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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