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상' 바리톤 김기훈 "해외서 첫 독창회…우리 가곡 알리고 싶어"

강진아 기자 2023. 10. 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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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영국 위그모어홀 데뷔…예술의전당서 기념 공연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우승
[서울=뉴시스]바리톤 김기훈이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3.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영국만이 아니라 외국에서 리사이틀을 하는 건 처음이에요."

바리톤 김기훈이 오는 11월26일 영국 런던의 위그모어홀 무대에 데뷔한다. 지난 2021년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그는 영국 현지 관객들 앞에 다시 서게 돼 설레했다.

김기훈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긴장도 많이 된다. BBC 카디프 콩쿠르 이후 제 노래를 진득하게 듣고 있는 팬들 앞에서 다시 노래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위그모어홀은 '실내악의 성지'라고 불리는 실내악 전용홀로, 스타 음악가들의 필수 관문이자 등용문이다. 이번 공연은 BBC 콩쿠르 당시 그를 눈여겨본 위그모어홀 관장으로부터 초청돼 성사됐다.

공연은 모두 가곡으로 채워진다. 1부는 브람스 연가곡 '네 개의 엄숙한 노래'를 시작으로 이원주의 '연'·조혜영의 '못잊어' 등 한국 가곡으로 꾸며진다. 2부는 탄생 150주년을 맞은 라흐마니노프의 가곡을 들려준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11월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도 오른다.

BBC 카디프 콩쿠르 당시 한국 가곡을 불렀던 그는 이번에도 그 매력을 전한다. "콩쿠르 때 한국 가곡을 궁금해하는 관객이 많았다. 외국에서 한국 가곡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바리톤 김기훈이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3.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라흐마니노프 가곡으로 꾸미는 2부는 러시아 성악가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가 했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왔다. 김기훈이 존경하는 바리톤이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 한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룰 수 없지만, 대신 그에게 바치는 무대다. 김기훈은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당시 '제2의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이젠 불가능하니 영혼의 교감이라도 해보고자 한다"며 "벨벳 같은 음성으로 대단한 분이다. 폭넓은 음역과 호흡, 감성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멋진 사람'이라는 점에서 좋아한다"고 밝혔다.

김기훈은 세계 최고 권위의 BBC 카디프 콩쿠르 우승도 차지했지만 외려 슬럼프도 찾아왔다. "큰 산을 오르고 나서 탄탄대로만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동안 노래가 안 됐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됐지'라는 시건방진 생각을 했을 때 꼭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콩쿠르가 목표의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더 좋은 음악을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슬럼프가 온 거죠. 부족함을 깨닫고 성장하기 때문에 다음 슬럼프가 두렵진 않아요."

전남 곡성에서 자란 그는 클래식을 쉽게 접할 환경은 아니었다. 실제 클래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다. 진로를 고민하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곰곰이 생각해 보니 노래였다. 가능성을 알고 싶어 광주의 한 학원에 무작정 찾아가 물었지만, "판단해 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후 우연히 교회 성가대 세미나에서 만난 강사가 그의 재능을 발견해 길을 열어줬다.

[서울=뉴시스]바리톤 김기훈이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2023.10.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성악을 배우지도 않았고 '열린음악회'나 TV에 나오는 성악가를 보고 성대모사를 한 건데, 그땐 재능인지 몰랐어요. 개인기가 저를 먹여 살릴 업이 될 줄은 몰랐죠.(웃음)"

무대에서 웃으며 노래하는 성악가로 자연스러움은 그의 '무기'다. 특유의 눈웃음으로 활짝 웃는 얼굴엔 진중한 오페라 무대를 보던 관객들도 허물어진다. "어딜 가도 '웃는 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했다.

"웃으면서 노래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없거든요. 성악가들이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표정이 일그러지거나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아요. 외국 관객들도 제가 활짝 웃는 걸 좋아해요.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더라고요. 해외에서 '너는 다른 배우들과 다르다. 일상생활을 하는 것처럼 연기하니까 우리가 보는 맛이 있다'는 말도 들었죠. 음악의 분위기나 가사에 따라 자연스럽게 표정이 따라가요. 자유로워지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웃지 않았을 때 반전의 느낌도 더 줄 수 있다. 최근 미국 댈러스 오페라에서 '토스카'의 '스카르피아' 역으로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 "저같이 웃는 얼굴이 도대체 그런 역할을 어떻게 하냐고 했을 때 답했어요. '웃는 사람이 사이코 같은 연기를 하면 더 무섭지 않겠냐'고요. 현지 관객과 언론 평도 좋았죠."

김기훈은 향후에도 활발하게 해외 활동을 이어 나간다. 영국 코벤트가든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라보엠'으로 데뷔하며,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돈 카를로'에 출연할 예정이다. "이것도, 저것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냥 '믿고 볼 수 있는' 오페라 가수로 말이죠. '팔색조' 같은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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