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KT, 사우디 디지털 트윈·스마트시티 구축·… “ICT로 제2의 중동 수출 붐 기대”

안상희 기자 2023. 10. 2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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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중동 경제사절단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계기로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의 중동 공략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순방 기간 네이버와 KT가 중동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건설 중심이었던 중동 진출 분야가 ICT로 확대됐다. 우리 ICT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 기술력을 뽐내며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네이버와 사우디 도시농촌주택부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사업 계약 체결을 축하하고 있다./뉴스1

◇ 네이버 첫 중동 사업 물꼬 터져…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네이버는 지난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로부터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쌍둥이 가상세계) 플랫폼 구축 사업을 맡아, 수도 리야드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사업 수주 규모는 1억달러(약 1345억원)로 전해진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이자,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인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한국 IT 기업이 도맡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사물을 가상세계에 동일하게 3차원(D) 모델로 구현,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한 분석·예측·최적화 등을 통해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을 뜻한다. 블루웨이브 컨설팅은 사우디 정부의 비전 2030에 따라 정부 및 민간 투자가 이뤄지며 사우디의 디지털 트윈 시장 규모가 2023~2029년 사이 연평균 63.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9년에는 디지털 트윈 시장 규모가 566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이버는 5년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사우디아라비아 5개 도시를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 3D 디지털 모델링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운영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에서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및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협업 기회 발굴 및 채널 역할을, 네이버랩스는 첨단 기술의 고도화를, 네이버클라우드는 안정적인 클라우드 기술과 비즈니스를 지원하게 된다. 특히 프로젝트 수주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MOMRAH)가 진행한 글로벌 유수 기업들 간 기술 비교에서 네이버가 가장 빠르면서도 확장성 높은 디지털 트윈 결과물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다는 후문이다.

KT는 23일(현지시각)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리야드에서 열린 ‘한국-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현대건설, STC그룹과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인프라 발전 및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KT는 현대건설과 함께 사우디에 인터넷 데이터센터(IDC)와 스마트시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KT는 디지털전환(DX) 역량과 노하우를 담당하고 현대건설은 스마트 건설 시공 역량을 제공하면서 협력한다.

MOU 행사에는 김영섭 KT 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 올라얀 알웨타이드(Olayan Alwetaid) STC그룹 대표가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석해 힘을 더했다.

압둘라 알스와하(Abdullah Alswaha) 통신정보기술부 장관을 포함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계자들이 네이버 본사인 1784을 직접 방문했다./네이버

◇ 국내외 관련 기관·스타트업 사업 확대 기회

네이버와 KT는 사우디 진출이 다른 ICT 기업들의 중동 국가 내 사업을 확대하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으로 내다봤다.

네이버는 그동안 메신저,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를 아시아, 북미, 유럽에 진출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 중동 지역에서 B2G(기업·정부간 거래)·B2B(기업간 거래) IT 기술 수출이라는 글로벌 이정표를 만들어 낸 만큼, 향후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사업을 위해 사우디에 현지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시티 기술 수출이 추후 하이퍼클로바X·소버린AI·소버린클라우드 등으로 확대되면 네이버의 클라우드 사업 역시 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가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수출하면서 국내외 관련 기관과 스타트업도 중동 진출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MOU를 맺은 LX, 한국수자원공사도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채선주 네이버 대외 ESG정책 대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어 보겠다”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네이버가 IT 스타트업들의 중동 수출에 다리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KT는 사우디 현지에서 인프라 구축 외에 자율주행 기술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우디는 2016년 4월 석유 중심의 산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이라는 종합 개혁안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비전 2030은 스마트 인프라 확충 및 디지털 전환(DX)을 강조하고 있다. KT는 사우디에서 IDC와 스마트시티 구축을 포함한 디지털 산업이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보여 관련 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 사우디, 韓 게임·첨단 기술에도 관심

사우디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사, 게임사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향후 사우디의 한국 ICT 기업에 대한 투자유치도 확대될 전망이다.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부터 1조1000억~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위메이드는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 지난 4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는데, 위메이드의 사우디 현지 사업 활동 지원과 각종 투자 유치를 돕기로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마제드 알-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도시농촌주택부 장관 일행이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LG CNS의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플랫폼 ‘시티허브’,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의 디지털 전환(DX)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시티 서비스와 솔루션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IT업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만큼 향후 사우디에서 한국 ICT 기업을 더욱 주목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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