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자금 준비 완료…셀트리온 합병 불확실성 끊었다”

허지윤 기자 2023. 10. 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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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기자간담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 우려 없어”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NH증권 본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25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자금이 이미 준비돼 있기 때문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불확실성을 끊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조원 한도와 관계 없이 주식매수청구권을 다 받을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안이 지난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한 이후,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셀트리온그룹 합병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현재 셀트리온 합병의 남아 있는 변수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꼽힌다. 주식매수청구권은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주식을 일정한 가격에 매수할 것을 청구하는 권리다. 그런데 셀트리온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의결에 ‘기권’을 표하면서 합병 걸림돌로 지목됐다. 약 1조53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셀트리온 지분 7.4% 보유한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데, 앞서 셀트리온그룹이 제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는 1조원이었다.

국민연금의 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한도 초과 가능성에 대해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가 준비 중인 자금까지 합하면 이를 다 받아낼 수 있는 수준”이라며 합병 무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불식했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그룹 지주사다. 이른바 ‘셀트리온 3형제’로 불리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을 지배하고 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8%를 보유한 대주주다.

서 명예회장은 23일 합병 승인 이후 주총장에서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이 넘으면 내가 빚을 내서라도 투자해 무조건 관철시키겠다”고도 말하기도 했다.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 그룹의 합병을 추진한 이유는 기존 주주와 미래 투자자가 원하기 때문”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과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합병에 따른 무형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기관 투자자들도 합병을 통해 3사가 분할돼 있는 구조에 따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이에 따른 롱텀(long-term) 투자 유입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합병 추진을 잘 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고 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로 개발과 판매 부문이 나눠진 구조로 인해 끊이지 않았던 분식회계 논란을 이번 합병으로 털어내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서 명예회장과 셀트리온그룹의 기대다.

지금까지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를 만들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를 판매하는 구조였다. 양사가 합병되면 개발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이 일원화돼 원가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신약 개발 등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상장 3사 합병으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한국형 빅파마(초거대 제약·바이오 기업)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서 명예회장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까지 합병을 완료한 뒤 셀트리온홀딩스가 상장하면, 셀트리온홀딩스는 바이오 헬스케어에 투자하는 투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 명예회장은 “합병 완료 이후에도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3분의 1은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는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영업이익이 커지면 R&D 투자 규모도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명예회장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의 미국 신약 허가에 이어 합병안이 가결되면서, 2030년 매출 12조원 달성과 글로벌 빅파마로의 도약이라는 통합 셀트리온의 비전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짐펜트라는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의 피하주사(SC) 제형으로, 20일(현지 시각)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으로 판매 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23일 셀트리온은 ‘젬펜트라’의 미국 식품의약국 신약 판매 승인 소식을 알렸고, 주총 직후에는 주주 환원 정책으로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발표했다. 자사주 소각은 자기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없애버리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중에 유통 주식 수를 줄여 주식 가치가 오르는 효과를 꾀하는 것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소각될 셀트리온 보유 자사주는 230만9813주로, 약 3599억원 규모다. 자사주 추가 매입 규모는 셀트리온은 총 242만6161주로, 취득 예정 금액은 약 3450억원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총 244만주로, 약 1550억원 규모다. 두 회사는 24일부터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보통주 1주당 셀트리온 보통주 0.4492620주가 배정된다. 주당 합병 가액은 셀트리온 14만 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 6874원이다. 합병 기일은 올해 12월 28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12일이다. 매매거래정지 예정 기간은 올해 12월 26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다.

한편, 국민연금이 실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는 결국 ‘주가’ 향방에 달려있다. 과거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합병 사례를 비춰보면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반대했다가 청구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는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평균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격보다 약 2% 차이가 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위혜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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