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연금은 알겠는데 `청산연금`은 뭔가요?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올해 5월 국회서 '청산연금방지법'도 발의
"입주 3년차다. 저번에 조합해산에 동의했는데 왜 아직도 청산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지 모르겠다."
"준공 4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월급 챙기는 조합장들 많다. 정년 퇴직 없는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나보다."
안녕하세요 일주일만에 돌아온 [발로 뛰는] 입니다. 아니 얼마 전까진 한달에 한번 쓰더니, 요새는 일주일? 출석률(?)이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드신다면. 네, 맞습니다. 어쩌다보니 이런 강행군을. 흙흙.
암튼 오늘의 주인공은 '청산하겠다더니 아직도 살아있는 좀비조합'입니다.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으로 분양 후 완공해서 입주하면 조합은 자동으로 해산되는 거 아니냐'라고 물으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 간단 설명부터 갑니다.
'일단 아닙니다'를 깔고 시작합니다. 원래 재개발·재건축 등의 조합은 정비사업이 끝나면 '1년 이내'에 해산을 위한 총회를 열어야 합니다. 여기서 1차 함정이 있습니다. 해산한다고 바로 조합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남은 조합비의 정산과 세금·소송 등 잔여 사무까지 모두 마쳐야 조합이 최종적으로 청산될 수 있다고 하네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조합 해산'은 '소유권 이전 후 1년'이라는 기한이 있지만, '조합 청산'에는 정해진 기한이 없어서 좀비마냥 '청산법인'이 숨쉰 채 발견되는 거죠. 때문에 조합장들이 '세월아네월아~'식으로 청산을 미루면서 '청산연금'으로 불리는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갈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를 핑계로 조합장이 남은 조합운영비를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조합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산이나 청산이 지연되는 조합 관리한다는 자료를 본 적 있다'라고 반박하실 분이 나오실 것 같은데요. 네, 저도 봤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23일 올해 7~9월 두 달간 2023년 상반기 정비사업 조합 해산·청산 일제조사를 실시했다는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서울시의 이번 조사에 따르면, 정비사업 준공에 따른 이전고시 완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산·청산하지 않은 조합은 총 167개나 된다고 합니다. 주요 지연사유는 △소송 진행(79개) △시공사와의 분쟁(6개) △조합장 또는 청산인의 소재 불명(42개) △채권·채무 관계(4개) △잔존업무 처리 등 정상 추진 중(36개) 등이라는데요.
흠…. 그나마 6월 말보다는 소폭 줄어든 듯(?) 합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초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했던 '조합 해산 및 청산 현황'(6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의 250개 정비사업 중 청산 완료는 55개(22%) 뿐이고 나머지 195개(78%) 조합은 미청산·미해산·확인불가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미청산이 확인된 조합은 85개였다는데요. 그나마 조합장과 직원이 보수를 받지않은 양심챙긴(?) 조합이 10개나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네. 월평균 440만원의 급여를 꼬박꼬박 받았고, 많게는 월 1300만원을 수령했다고 합니다. 조합장이 연봉으로 최고 1억3000만원을 받아간 경우도 있다고도 하네요. 아니, 도대체 입주도 끝난 단지에서 어떤 업무를 하셨길래 저런 고액연봉을…. 진심정말엄청왕창너무 부럽습니다.(제 월급은 어디보자…. 그마해 귀엽다 못해 잘 보이지도 않는군요.ㅠ_ㅠ)
여기서 잠깐. 관련 기사에 "전 정부에서는 이런 조사 하지도 않았다. 지금 정부가 잘한다"는 댓글이 보여서 또 냉큼 찾아봤습니다. 단순 비교를 위해 서울시만 뒤졌는데요. 어디보자…. 2021년 3월 9일자 '서울시, 아파트 다 짓고도 해산 안 한 63개 재개발·재건축 조합 첫 일제조사' 자료가 있군요. 흠흠.
당시 서울시 조사는 준공 후 1년 넘게 해산하지 않은 정비사업 조합의 운영실태 파악을 위한 첫 일제조사였다고 합니다. 조사결과 미해산 조합은 총 63개였는데, 이 중 10년 넘게 해산하지 않은 조합은 16개, 소송을 이유로 해산하지 않는 조합은 20개에 달했다고 합니다.
2021년에 63개였고 시가 조례개정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 청산종결시킨 조합이 25개나 됨에도 이번 조사결과 167개가 살아(?)있는 걸 보니 미해산·미청산 조합은 왠지 트렌드처럼 늘어나고 있기만 한 것 같네요. 게다가 서울시만 봤는데도 이 정도인데 전국 단위로 조사한다면 어떤 수치가 나올지 걱정됩니다.
'아니 지자체가 이렇게 팔걷고 조사도 하는데 왜 좀비조합이 살아있는거냐'고 물으실 때가 왔습니다.
법 때문입니다. 현행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상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장은 조합 해산까지만 관리할 수 있고, 해산 이후 청산절차는 민법에 의해 법원에 관리·감독 권한이 주어진 탓입니다.
'아니아니 법 안고치고 뭐하냐'라고 외치신다면…. 시작(?)은 했습니다. 아까 잠깐 등장했던 국회의원 기억하시나요. 김영호 의원이 올해 5월 '조합 해산'에 이어 '조합청산'까지 국토교통부나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이른바 '청산연금방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놨습니다.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지자체가 시정요구 및 수사기관에 고발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내용도 담겼다고 하네요. 언제 어떻게 논의되서 국회 문턱을 통과될지 함께 지켜보시실까요. 우리가 봄바람 휘날리는~ 벚꽃연금은 납득할 수 있지만, 좀비조합의 무노동 '청산연금'은 인정해줄 수 없잖습니까.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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