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테니스 사랑’에 제재 직격탄 맞은 동양생명 [한양경제]
저우궈단 대표, 테니스 연계 사업 추진…“과욕이 화근”
당국 “출장비 등 부적절 사용”…임원 고발 여부 검토
동양생명이 저우궈단 대표이사의 ‘지극한 테니스 사랑’으로 금융당국의 제재 직격탄을 맞는 처지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공유재산’인 테니스장을 동양생명이 무자격 상태에서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잠정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저우궈단 동양생명 대표 등 임직원들이 장충테니스장 관련 계약 체결 및 사업비 집행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조만간 법인 제재 조치와 함께 관련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 등을 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올해 9월 4일~15일까지 동양생명의 사업비 운용 실태에 대한 현장검사를 한 결과를 지난 24일 밝혔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 장충테니스장 운영권을 낙찰받은 스포츠시설 운영업체 A사와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일부 언론을 통해 동양생명의 낙찰 행위가 ‘우회 낙찰’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금감원은 이후 임원 면담 등 사실 확인을 했지만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사업비가 합리적으로 집행됐는지 여부 등을 검사해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테니스장의 시설 운영을 기획하고 지시를 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권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 금감원은 테니스장 운영을 위한 시설보수 비용을 대부분을 보전해주는 등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동양생명 측은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브랜드 이미지와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한 전사 차원의 다각적인 노력 덕분에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가 크게 향상됐다”며 “금감원 조상 대상인 테니스장 계약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악의성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 운영권 낙찰가액, 최대 7배 이상 높아…“상당한 고가”
하지만 금감원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동양생명 측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사업비를 집행하고 불합리하게 운용했다고 판단했다.
장충테니스장은 관할 지방자치단체 소유 ‘공유재산’으로 공개입찰을 통해 사용·수익허가권을 부여받는다. 또 테니스장 입찰 공고상 입찰 참여는 최근 5년 이내 테니스장 운영 실적이 있는 자로 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낙찰자는 제3자에게 운영권 일부나 전부를 전대(轉貸)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지난해 10월 A사가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낙찰가액 26억6천만원(3년 분할)을 연간 9억원(3년간 총 27억원)씩 기본 광고비 명목으로 전액 보전하기로 했다.
실제 동양생명은 1년차분 기본광고비 9억원을 지급했다. 또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 테니스장 시설보수 공사비용을 명목으로 추가 광고비 9억원을 추가 집행한 것으로 금감원 검사 결과 확인됐다.
이외에도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3차례에 나눠 장충테니스장 운영에 소요되는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광고대행수수료 명목으로 1억6천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입찰금액으로 A사가 제시한 낙찰가액 역시 과다하게 부풀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사안에 따라서는 배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A사의 제안 낙찰가액은 장충테니스장의 직전 운영권 낙찰가(3.7억원)과 최저 입찰가(6.4억원) 대비 4.1~7.1배 높은 금액으로, A사가 처음 제안한 금액(3년간 21억원)보다도 5억6000만원 더 많다.
특히 금감원은 사업비 집행 과정에서도 회사의 내부통제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봤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은) 임원 해외 출장비 등 경비 집행 시 업무 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 비용 집행 정산서 등 증빙이 구비돼 있지 않음에도 검토 없이 관련 비용을 지급했다”며 “근거 없이 업무추진비 등을 인상해 지급하는 등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동양생명의 테니스장 계약체결, 사업비 집행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검사·제제 규정에 따라 조치하고, 저우궈단 대표 등 회사 임직원이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내부심사를 거쳐 필요시 수사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저우궈단 대표 취임을 전후로 회사가 과도한 테니스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월 새 대표이사로 선임된 저우궈단 대표는 평소 취미생활로 테니스를 즐기고 주말에도 직원들과 테니스를 칠 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동양생명도 지난 1월 스포츠 특화 헬스케어 앱 출시를 추진하거나 테니스대회를 개최하는 등 테니스 관련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마다 오너나 CEO가 원하는 사업을 중점 추진하는 데 매달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케이스(사례)는 과욕이 비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낳게 한 화근을 보인다”고 말했다.
동양생명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금감원의 검사 기간 중 해당 건에 대해 성실히 설명했다”면서도 “검사결과가 발표되고 결과적으로 고객 여러분과 주주, 임직원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은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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