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세번째 하원의장 후보 4시간 만에 사퇴

김유진 기자 2023. 10. 2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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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 원내총무, 당내 반발로 사퇴
트럼프 “이름만 공화당원” 반대
마이크 존슨, 네번째 후보 선출
톰 에머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가 24일(현지시간)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지 몇 시간만에 후보직을 사퇴한 뒤 의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세번째 하원의장 후보로 선출된 톰 에머 원내총무(62)가 당내 반대로 인해 몇 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시한 강경파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공화당은 마이크 존슨 의원을 네번째 후보로 선출했으나, 그 역시 과반 획득에 성공할 지는 불투명하다.

에머 총무는 24일(현지시간) 9명의 후보가 출마한 공화당 의장 후보 경선에서 5차례 투표 끝에 114표를 얻어 후보로 선출됐다. 강경파 존슨 의원(97표)을 간신히 이긴 결과다. 그러나 이후 실제 에머 총무에 투표할 지를 묻는 절차에서 20여명이 후보 선출을 반대했다. 하원 재적 과반(217명) 이상의 지지가 하원의장 선출 요건인 만큼, 공화당 의원(221명) 가운데 5명 이상이 반대하면 의장 선출이 무산된다.

에머 총무는 결국 후보로 선출된 지 4시간 만에 사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 반대가 에머 총무 낙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에머 총무가 후보로 확정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내게는 하원의장이 되고자 하는 멋진 친구들이 많고, 몇몇은 위대한 전사들”이라며 “리노(RINO·이름만 공화당원)인 에머는 거기에 속하지 않는다. 그에 투표하는 건 비극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에머 총무는 부채한도 합의안·임시예산안을 지지했고,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필요성도 지지하는 입장이다. 또한 동성결혼 합법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 인증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강경파는 이런 그의 이력을 문제삼았다.

공화당은 이날 밤 하원의장 후보 경선을 다시 실시해 128표를 얻은 존슨 의원을 네번째 의장 후보로 정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미 해임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이름을 적은 표가 43표나 나오는 등 존슨 의원의 당내 지지 기반도 확고하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머 총무의 퇴장에 대해 “공화당이 지난 3주 동안 의회를 마비시킨 교착 상태를 해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공화당 의원들은 내부 표결에서 당선된 후보를 존중하는 오래된 규범을 저버리고 개인적 선호와 이념, 충성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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