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성 위성 탐사선에 실린 ‘금고’가 지키려는 것은 무엇?
네모난 금고형…여러 관측장비 한꺼번에 수납
개별 차폐장치보다 중량·제작 비용 줄어
2030년부터 유로파에서 표면 얼음·지하 바다 관측
내년에 목성 위성 ‘유로파’를 향해 떠날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의 발사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목성의 강한 방사선에서 생명체 탐색을 위한 각종 관측기기를 지킬 대형 금고 형태의 차폐장치가 탐사선 동체에 장착되면서 발사를 위한 대부분의 작업이 끝난 것이다.
유로파 내부에는 지구보다 수량이 2배 많은 대규모 지하바다가 있을 것으로 과학계는 추정한다. 유로파가 지구 밖 생명체의 첫 발견 장소가 될지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NASA는 내년 10월 유로파를 향해 발사될 우주탐사선인 ‘유로파 클리퍼’에 목성이 뿜는 고강도 방사선을 견딜 특수 차폐장치를 장착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NASA는 공식 발표 자료를 통해 “특수 차폐장치 장착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차폐장치 안에 들어갈 각종 과학용 관측기기를 모두 만들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로파 클리퍼의 임무 시작을 위한 준비가 대부분 끝났다는 의미다.
유로파 클리퍼는 2030년 목성 주변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 뒤 유로파에 접근해 표면을 덮은 얼음의 두께, 그리고 표면 얼음과 지하 바다의 상호 작용 등을 규명한다. 유로파 지름(3120㎞)은 지구의 4분의 1이지만, 지하바다 수량은 지구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과학계에서는 유로파 지하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유로파 클리퍼에 방사선 차폐장치가 필요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목성 자기장은 지구보다 2만배 강하다. 자기장은 행성 주변에 형성되는 방사선대의 원동력이다. 목성 방사선대의 힘이 지구보다 훨씬 세다는 뜻이다.
지구 주변을 도는 인공위성에서 잘 작동됐던 전자장치라고 해도 목성 주변에 파견할 탐사선에 별다른 보호장치 없이 장착하면 방사선 때문에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NASA는 “목성은 태양계에서 태양을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방사선을 지니고 있다”며 “이런 방사선은 목성에서 실행하는 모든 관측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NASA 연구진은 유로파 클리퍼의 관측기기 속 전자장치를 보호할 방사선 차폐장치를 고안했다. 차폐 장치는 1㎝ 두께의 알루미늄 재질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방사선 차폐장치의 모양새다. 가정용 대형 냉장고 2~3개를 이어붙인 네모난 대형 금고처럼 생겼다. 유로파에 실릴 각종 관측장비를 한꺼번에 수납하도록 고안됐다.
NASA가 이렇게 덩치가 큰 차폐 장치를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방사선을 막겠다고 각 관측기기 형태에 꼭 맞는 차폐장치를 개별적으로 여러 개 만들면 유로파 클리퍼가 감당해야 할 전체 중량이 늘어난다. 우주 탐사선은 최대한 중량을 줄여야 한다. 게다가 차폐장치 제작 비용도 많이 든다.
이 때문에 NASA는 아예 큰 금고를 닮은 특수 차폐장치를 만들어 각종 보관장비를 한꺼번에 밀어넣기로 했다. 이러면 방사선 차폐장치로 인한 중량 증가분이 개별 차폐장치를 쓸 때보다 줄어든다. 캠핑을 떠날 때 차갑게 보관해야 할 여러 식재료를 개별적인 보냉 포장 없이 아이스박스 안에 한꺼번에 넣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NASA는 이런 기술적인 조치에도 목성에서 나오는 강력한 방사선을 유로파 클리퍼가 최대한 덜 쪼이도록 할 계획이다. 평소에는 유로파에서 비교적 먼 거리에 떨어져 있게 하다가 관측 임무 때에만 다가오도록 하는 방식이다. NASA는 “유로파 클리퍼는 임무 기간에 유로파를 향해 약 50회 접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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