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만에 또… 600억대 한전사업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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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적자 200조원의 한국전력의 사업 입찰에서 담합이 적발됐다.
지난해 7월 400억원 규모 맨홀 뚜껑 입찰담합이 적발된 이후 1년여만에 다시 600억원 규모의 변전소 제어시스템 입찰서 담합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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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전용 사각지대 노려
들러리 세워 입찰 뺑뺑이
공정위, 8곳에 과징금 8억
누적 적자 200조원의 한국전력의 사업 입찰에서 담합이 적발됐다. 지난해 7월 400억원 규모 맨홀 뚜껑 입찰담합이 적발된 이후 1년여만에 다시 600억원 규모의 변전소 제어시스템 입찰서 담합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담합 사건은 한전이 중소기업이 준비하기 어렵게 입찰 제도를 바꾼 게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한전은 입찰 담합 근절을 위해 자체적인 입찰담합 포착시스템을 지난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3700건이 넘는 의심 사례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사례는 3건 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대웅전기공업과 에스지파워텍 등 8개 디지털 축소형 모자익 배전반(디축배전반) 제조 및 설치 사업자들이 2014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한전이 발주한 77건(약 600억원 규모)의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8억1700만원을 부과했다.
디축배전반은 변전소 주 설비의 감시와 제어, 계측 기능을 통신방식으로 운영하는 중앙감시제어시스템으로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이다. 공공조달 시 중소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위는 한전이 지난 2014년 디축배전반 입찰과 관련해 '규격'과 '가격'을 동시에 평가하는 입찰 방식을 도입하면서 중소기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는 3주 동안 규격 입찰을 한 뒤 다시 3주간 가격 입찰을 하는 방식이라 중소기업이 준비하고 참여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014년부터 규격과 가격을 3주만에 준비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응하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출발선부터 다른 중소기업들이 있었다. 한전은 디축배전반 입찰 실시를 위해 하나 이상의 사업자에게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고 견적서를 제출받아 입찰에 필요한 추정 가격을 산정했다. 견적서 제출을 요구받은 중소기업만이 규격과 가격 모두를 준비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낙찰예정자가 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견적서 제출을 요구받는 사업자는 들러리를 섭외하는 방식으로 77건의 입찰에서 손쉽게 계약을 따냈다.
앞서 지난해 7월 공정위는 한전의 맨홀뚜껑 입찰에서 9년간 담합한 5개 회사에 과징금 21억3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은 짬짜미를 통해 1016건의 맨홀 뚜껑 입찰에서 997건(약 400억원 규모)을 낙찰받았다.
한전은 매년 1만3000여건의 입찰 공고를 내는 공공조달 시장의 '큰 손'이다. 이 때문에 입찰 답합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왔고, 이에 지난 2020년부터 AI를 활용한 입찰답합 포착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포착된 의심 건수 중 극히 일부만 공정위에 조사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 입찰담합 포착시스템에서 지난 3년간 경고 2039건, 주의 1719건 등 3758건의 담합 의심 사례가 나왔으나 한전은 2020년 7월 맨홀 뚜껑, 2021년 9월 배전반, 2022년 9월 애자금구류 등의 품목에 대해서만 공정위 조사를 의뢰했다.
오동욱 공정위 입찰담합조사과장은 "이번 담합 사건은 한전에서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도 한전 입찰담합 관련 사건들을 조사 중이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담합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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