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기업 부채비율·차입금 의존도 7년 만에 최고

민선희 2023. 10.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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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비율 2%p 오른 122.3%…전기가스업 대규모 영업손실 영향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 비중 42.5%…역대 최고 수준
매출증가율 15.1% ·영업이익률 4.5%…"1년 전보다 나빠졌지만 양호"
작년 국내기업 부채비율·차입금 의존도 7년 만에 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지난해 전기·가스업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차입금이 늘면서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지난 2015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5일 공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91만206개)의 부채비율은 122.3%로 지난 2021년(120.3%)보다 2%포인트(p)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5년(128.4%) 이후 7년 만에 최고치였다.

지난해 전체 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31.3%로, 2021년(30.2%)보다 1.1%p 올랐다. 역시 지난 2015년(31.4%) 이후 최고치다.

이성환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하락했으나 전기가스 등 비제조업을 중심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를 제외한 전산업 부채비율은 2021년 119.1%에서 2022년 118.5%로 오히려 하락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두 곳을 제외하면 2021년 29.9%에서 2022년 30.4%로 0.5%p 오르는 데 그쳤다.

기업경영분석 [한국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5.1% 증가했다. 증가 폭은 2021년(17.0%)보다 1.9%p 줄었지만, 2010년 편제 시작 이후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제조업 전체 매출 증가율은 2021년 18.1%에서 지난해 14.6%로 낮아졌다.

세부 업종별로는 수출 단가 상승과 글로벌 수요 증가에 힘입어 석유정제·코크스(49.3%→66.6%) 매출액이 크게 늘었으며, 자동차(11.7%→14.9%)도 수출 증가 영향으로 매출 증가율이 높아졌다.

비제조업 매출은 전기가스업(13.7%→47.5%), 건설업(6.4%→13.7%) 등을 중심으로 15.4% 증가했다. 다만 1년 전(16.2%)보다는 증가율이 하락했다.

이 팀장은 "매출액 증가율이 소폭 하락하기는 했지만 주력 제조업과 전기가스업, 건설업 등을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15.5%→15.5%)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으며, 중소기업(19.2%→14.4%)은 매출액 증가율이 하락했다.

연간 총자산증가율 역시 2021년 12.7%에서 지난해 9.7%로 낮아졌으나 통계 편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총자산증가율이 2021년보다 하락한 것은 매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제조업·대기업은 매출채권, 비제조업·중소기업은 현금성 자산 증가율이 낮아진 영향이다.

이자보상비율 [한국은행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수익성 지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1년 전보다 나빠졌다.

전체 조사 대상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률(4.5%)과 세전 순이익률(4.6%) 모두 지난 2021년(5.6%와 6.5%)보다 각각 1.1%p, 1.9%p 떨어졌다.

업종별로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6.8%에서 지난해 5.7%로 낮아졌다.

제품 가격 하락으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업(12.9%→9.6%) 영업이익률이 낮아졌고, 화학물질·제품(9.1%→5.4%) 업종도 부진했다.

비제조업(4.6%→3.6%)은 전기가스업(-1.6%→-11.1%)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수익성이 나빠진 가운데, 이자율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2021년 487.9%에서 지난해 348.6%로 악화했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수 비중도 2021년 40.5%에서 지난해 42.3%로 높아졌다.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42.3%)은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500% 이상인 기업 비중은 34.2%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 팀장은 "시중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좋은 기업은 더 좋아지고 나쁜 기업은 더 나빠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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