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에 쏟아진 우려…"'아내와 아이'가 문제라면 어쩔 거냐?"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가 오는 26일까지 혁신위원 인선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준비 중이지만, 출발도 하기 전부터 당내 비주류를 중심으로 회의론이 적잖이 나오고 있다. 외부 영입 인사이고 정치 초년병인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수직적 당정관계'라는 여권의 핵심 환부에 메스를 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골자다.
인 위원장은 2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활동 방향과 관련해 '변화'에 재차 방점을 찍었다. 인 위원장은 "제 얼굴 자체가 좀 다르지 않느냐. 변화를 상징한다"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거침없이 하겠다. 당 대표는 물론 기회가 주어지면 대통령과도 거침없는 얘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제가 여기 온 것은 거침없이, 좀 망가져도, 희생돼도, 상처를 받아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라며 "변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주 정도에 위원들이 정해지면 제가 5.18(국립묘지)에도 모시고 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내년 총선 공천 룰도 혁신 작업의 대상이 되는지 묻자 "기초를 잘 다져놓으면 잘 되리라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혁신위원 인선을 놓고 지도부와 비주류 간 인식이 갈리고 있다. 비주류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 등 이른바 비윤(非윤석열)계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인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보는 반면, 지도부와 친윤계는 "우리 당과 윤석열 정부가 망하기를 기대하면서 공격하는 사람들과는 같이 갈 수 없다"(권영세 의원, 23일자 <월간조선> 인터뷰)는 분위기다.
천하람 "김기현 체제 시간벌이용 허수아비 혁신위"
비주류 인사로, 혁신위원 제안을 받았으나 고사했다고 밝힌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24일) 저녁에 인 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며 "'직전 최재형 혁신위 위원을 했는데 계속 연달아 하는 것은 맞지 않다. 현재 순천에 전념하느라고 서울에 방송도 잘 안 가고 있고 지금은 지역에 조금 집중해야 될 시기인 것 같다'고 정중하게 거절하니까 그대로 받아들이셨다"고 전했다.
천 위원장은 다만 이같은 개인적 이유 외에도 "저는 김기현 대표 시간 버는 어떤 허수아비 혁신위원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인요한 혁신위 자체를 '시간벌이', '허수아비'로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김기현 대표 사퇴하라고 할 정도의 혁신안이 안 나오면 이 혁신위가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며 "혁신위를 하게 되면 굉장히 중요한 이슈 중에 하나가 '건강한 당정관계'인데, 사실 김기현 대표 체제 자체가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실의 과도한 영향력으로 세워진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많고 저도 거기에 동의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제가 혁신위원을 수락하게 되면 김 대표의 임명권을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천 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도 출연해 '김 대표가 인 위원장에게 혁신 관련 전권을 줬다'는 질문을 받고 "정말 전권을 줄 것이었다면 본인이 내려오고, 사퇴하시고 '인요한 비대위원장'이 됐어야 그게 실질적 전권"이라고 말했다.
혁신위 작업 범위에 총선 공천 관련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천 위원장은 "총선을 앞두고 있는 혁신위에서 공천 관련한 문제를 다루지 못하면 맹탕"이라며 "거기까지 가야 최소한의 존재 의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공천에 절대 개입하실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전략공천 비율 등을 확 축소하고 대부분 상향식 공천으로 가져가는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수도권 위기 진단해야 혁신 방향 나온다"
당내 중진·원로 비주류 그룹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지적이 이어졌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도부는 '공천은 공천관리위원회의 역할인데 무슨 소리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는데, 사실 제가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혁신위를 주장하지 않았나. 지금은 정말 비상 상황이고, 그래서 (혁신위가) 공천에 대한 기본 룰 같은 것은 낼 수도 있지 않나"라고 힘을 실었다.
윤 의원은 혁신 방향에 대해서는 "제가 수도권 위기론을 3개월 계속 주장했다. 수도권 위기를 정밀 여론조사해 보고 진단해 보면 대책이 다 나온다"며 "그것을 하면 다 거기서 다 혁신의 방향이 나오게끔 돼 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도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수도권 위기론'을 언급하며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혁신위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 의원은 "그 민심이 단순히 강서구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고 수도권 전체의 평균적인 민심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저는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저는 그래서 지도부 전체가 교체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일단 당 대표는 그대로 계시면서 혁신위를 가지고 나가는 상황이다. 그래서 과연 혁신위가 그런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될 수 있을까 좀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아내와 아이 빼고 다 바꾸자? 아내와 아이가 문제라면?"
최재형 의원은 나아가 당정관계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인요한 위원장이 '아내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아내와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 문제가 바꿀 수 없는 거기에 있다면? 그렇다면 뭔가 하여튼 거기에도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이에 ''아내와 아이'가 어찌 보면 당정관계일 수도 있겠다'고 되묻자 최 의원은 "그럴 수도 있다"고 부인하지 않았다.
최 의원은 나아가 "당의 변화뿐 아니라 전체적인 국정 수행의 과정에 관한, 국정 수행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는 것이 강서구청장 선거에 나타난 민심"이라고도 했다.
허은아 의원도 이날 같은 방송에서 이와 비슷한 취지로 "아내와 아이 빼고 다 바꾸는 것은 좋은데, 때로는 가족이 어디 가서 사고치고 오고 또 문제가 있으면 가족의 단점도 고쳐야 한다"고 했다.
허 의원은 "등잔 밑이 어둡다. 인 위원장이 모쪼록 집안의 인테리어만 관심 갖지 마시고 아내와 아이의 문제에도 관심을 좀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의동 "혁신위가 공천 언급, 자연스러워"…윤희석 "큰 방향은 얘기할 수 있다"
지도부에서도 혁신위가 공천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손을 댈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이 나오기도 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보기에는 공천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해서 당에 관한 전체를 이야기할 수 있다"며 "당의 혁신 중에 한 분야가 그 부분일 테니까 혁신위에서 그 부분(공천)을 언급하는 것이 저는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도부 내 유일한 비주류 인사인 유 의장은 혁신위원 인선과 관련해서도 "현재 우리 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을 하는 거니까 비윤이든 비윤을 넘어서 당에 대해 아주 비판적으로 생각하시는 당 외 인사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서 변화를 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 어느 누구도 제한이 있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유 의장은 영남 다선 기득권 포기 등 구체적 공천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제가 지도부라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같아 조심스럽다"고 언급을 피하며 "(혁신위가) 당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뒷받침된 상태에서 하지 않으면 의도는 선했지만 결과가 오히려 당을 혼란으로 이끌지 않을까"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도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공천 룰은 저희 당 당헌·당규에 일반 당원 50 : 책임당원 50으로 정해져 있다"며 "굳이 혁신위에서 공천 룰을 고친다기보다는 공천 관련한 어떤 방향이라든지 방침은 혁신위 차원에서 나올 수 있겠다. 세세한 룰, 몇 % 이런 얘기가 아니고 예를 들어 중진들의 거취라든지, 현역 국회의원 관련 평가가 공천에 어떤 식으로 작용해야 하느냐 하는 정도의 큰 얘기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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