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승리에도 결코 우연은 없다”…‘KH 경영철학’되새긴다

이승주 기자 2023. 10. 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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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3주기 오늘 수원 선영서 추도식 열려
인간·기술 중시… 대대적 혁신
최고 품질·최상의 경쟁력 추구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일궈내
유족과 사장단 300여명 참석
이건희(앞줄 오른쪽 네 번째) 삼성 선대회장이 지난 2011년 7월 29일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을 찾아 선진 제품 비교 전시회를 참관한 뒤 직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고 이건희 삼성선대회장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3주기 추도식이 25일 경기 수원시 이목동 선영에서 열렸다. 유족들과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은 이날 수원 선영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세기를 이용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날 오전 6시 반에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한남동 자택에 들러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추도식에 참석했다. 직계 가족은 이 회장, 홍 전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부부가 고인을 추모했다. 직계 가족 외에 전·현직 사장단, 재경 부사장단 등이 찾아 참배했다. 오전 10시 현직 사장단을 시작으로 11시쯤 직계 가족이 선영을 찾았고, 전직 사장단도 오후에 참배했다. 추도식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300여 명이다.

이 회장과 사장단 60여 명은 참배 후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한국의 삼성을 세계의 삼성으로 일군 ‘신경영 정신’을 되새겼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경제가 맞닥뜨린 복합·중층 위기 속에서 인간과 기술을 중시하는 ‘KH 경영’ 철학이 이 선대회장 3주기를 맞아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선대회장은 ‘삼성 신경영’을 선언하고 경영 전 부문에 걸친 대대적인 혁신을 추진했다. 인간·기술중시를 토대로 품질 위주 경영을 실천하는 신경영 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 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고, 품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이 선대회장이 취임하던 1987년 당시 10조 원이었던 매출액은 2018년 387조 원으로 약 39배 늘었고, 주식 시가 총액은 1조 원에서 396조 원으로 400배 가까이 성장했다. 삼성 관계자는 “외형적인 성장 외에도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도전과 활력이 넘치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 경영체질을 강화하며 삼성이 내실 면에서도 세계 일류기업의 면모를 갖추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선대회장은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단행했고, 삼성도 ‘공채 학력 제한 폐지’를 선언했다. 삼성은 이때부터 연공 서열식 인사 기조가 아닌 능력급제를 전격 시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선대회장은 인재 확보와 양성을 기업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인식했다”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평창 올림픽 유치 등 스포츠· 문화· 의학분야에도 ‘KH 유산’

18개월간 170차례 해외출장
IOC위원 100여명 모두 만나
미술품 2만여점 국가에 기증
소아암환자 위해 총 1兆 기부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과 영향력은 비단 경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와 스포츠는 물론, 의학 분야 등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분야가 없다. 재계에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 엑스포)’ 유치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민·관에 ‘KH 정신’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은 우리나라가 치른 굵직한 국제 대회를 유치하는 데 막후에서 큰 역할을 했다.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는 이 선대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유치한 대표적인 대회였다.

이 선대회장은 평창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170여 차례의 해외 출장을 다녀 왔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최종 개최지가 결정될 때까지 100명이 넘는 IOC 위원들을 모두 만난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 선대회장은 1997년 펴낸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스포츠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은 어떤 승리에도 결코 우연이 없다는 사실이다. 모든 승리는 오랜 세월 선수와 코치, 그리고 감독이 삼위일체가 돼 묵묵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선대회장은 국보·보물 등 국가 지정 문화재 60건을 포함한 미술품 2만3000여 점을 국가에 기증해 우리나라 문화 산업을 한 차원 끌어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소아암·희귀질환자를 위해 총 1조 원을 기부하는 등 고인이 남긴 ‘KH 유산’은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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