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넘으면 푹 빠져드는 차은우의 '오늘도 사랑스럽개'

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2023. 10. 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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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조이음(칼럼니스트)

사진=MBC

영화‧드라마 관계자들 사이에는 수많은 불문율이 존재한다. 들어본 이야기 중 하나는 '어린아이와 동물이 등장하는 작품은 되도록 피하라'는 말이다. 촬영 현장은 어떤 철저한 대비를 하더라도 변수가 자주 발생하곤 한다. 행동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어린아이와 동물을 촬영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이 많을수록 촬영이 쉽지 않아지는 탓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일 막을 올린 MBC 수요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극본 백인아, 연출 김대웅, 이하 '오사개')는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드라마 제목에도 '개'가 들어가는 펫(pet) 친화적인 이 작품은 이혜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을 조금만 봐도 아니 제목만으로도 알 수 있듯 개가 등장하지 않고서야 이야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업계에 내려오는 불문율을 어떤 방식으로 타파하고 이야기를 펼쳐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사진=MBC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여자와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치트키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남자의 예측불허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 '오사개'는 '이성과 키스하면 매일 밤 개로 변한다'는 한해나(박규영) 가문의 남다른 비밀과 함께 막을 올렸다. 이 저주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어 있는데, 키스한 상대와 100일 안에 개의 모습을 한 채로 다시 키스하지 못하면 영원히 개로 살아야 한다는 것. 제 삼촌이 저주에 걸린 모습을 본 한해나는 자신도 저주에 걸릴까 두려워 20대 후반인 지금까지 실패한 연애만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교사들과의 뒤풀이에서 평소 호감이 있던 이보겸(이현우)에게 고백을 결심한 한해나는 그에게 다가가 입을 맞춘다. 하지만 술김에 이보겸이 아닌 어색한 동료 진서원(차은우)에게 실수하고 만다. 이를 계기로 저주가 발동된 한해나는 결국 골목에서 개나(개+해나)가 된다. 갑작스럽게 저주에 걸린 한해나는 이를 풀기 위해 진서원에게 달려가 키스를 받아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진서원은 개나를 보고 도망치기 바쁘고 그런 진서원의 모습에 한해나 역시 당황스러워한다. '이렇게 귀여운 나(개의 모습을 한 해나)'를 보고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사진=MBC

한해나는 제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진서원과의 만남을 이어갈 작전을 다시 세우고, 이보겸과 다리를 놔 달라는 핑계로 진서원과의 만남을 이어가려 한다. 이 과정에서 한해나는 진서원이 자신을 피했던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저를 싫어해서가 아닌 개를 무서워해서 자리를 피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진서원 또한 한해나가 자신을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풀어보려 하지만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한다. 진서원의 머뭇거림을 느낀 한해나는 "사람마다 사정이란 게 있고, 가슴에 품은 비밀 하나씩은 있을 수 있다"는 말로 그를 다독인다.

개를 무서워한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라도 되는 듯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는 진서원의 비밀을 알게 된 한해나는 이후 진서원을 위한 배려를 시작한다. 교감이 갑작스럽게 교무실에 개를 맡기자 한해나가 개털 알레르기가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진서원을 대신해 눈치를 주는 식이다. 아무도 모르지만 진서원만은 눈치챌 수 있는 따뜻한 배려다. 다 큰 어른이 개를 무서워 한다는 게 부끄럽다는 진서원에게 한해나는 그동안 제가 했던 부끄러운 행동을 나열하며 "부끄러운 짓이야 내가 더 많이 했다"고 다시 한번 제 방식으로 위로한다. 또 "우린 둘 다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들인 거예요"라고 다독인다.

사진=MBC

이성과 키스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국어교사 한해나 역은 박규영이 맡았다. 웹툰에서나 볼 법한 캐릭터가 영상으로 탄생하기까지 박규영의 노력이 중요했을 터. 차근차근 쌓아온 박규영의 필모그래피는 드라마에 중요한 판타지 요소를 소화하는데 밑바탕이 된 듯 빛을 발한다. 겉으론 까칠하지만, 알고 보면 정이 많은 수학교사 진서원 역은 차은우가 연기한다. 웹툰이 원작인 여러 작품에 출연해 '웹툰 찢고 나온 은우'라는 수식어가 붙은 차은우는 '오사개'를 통해 이 수식어를 제대로 빛낼 준비를 마친 듯하다. 3회까지 방영된 지금, 연기를 통해 캐릭터의 변화와 함께 자신의 성장을 보여주는 모양새다. 서글서글한 미소가 눈길을 사로잡는 한국사 선생님 이보겸 역은 이현우가 맡았다. '미소 속에 칼날을 감춘 인물'이라는 캐릭터 설명만으로도 앞으로 보여줄 그의 연기를 기대케 한다.

웹툰 원작 드라마 전성시대라고 한다. 전성시대라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하다고 느낄 만큼 수많은 웹툰 원작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도 '오사개'는 다른 색을 지녔다. 보고만 있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힐링물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비밀이 숨겨져 있지만, 분명 따뜻하다. 오고 가는 대화 속에 다독임을 느낄 수 있다. 남들이 어려울 것이라 고개를 젓는 제작 환경에도 불문율을 어기고 만든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라 기대해보는 드라마라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도, 사랑스럽'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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