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만으론 부족하다[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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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의대를 졸업하는 예비 의사들이 낭독 후 서약하는 제네바 선언(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 구절이다.
안타깝게도 필수진료 기피, 응급실 뺑뺑이, 수도권 쏠림 등이 나타나는 현재 국내 의료 현실에선 의사들이 이 서약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의대 증원 등 의료인 확대는 기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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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 의대를 졸업하는 예비 의사들이 낭독 후 서약하는 제네바 선언(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 구절이다. 안타깝게도 필수진료 기피, 응급실 뺑뺑이, 수도권 쏠림 등이 나타나는 현재 국내 의료 현실에선 의사들이 이 서약을 제대로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기로 했다. 18년째 정원이 동결되면서 불거진 의사 부족 현상부터 해소하겠다는 차원이다. 문제는 이미 의대 증원만으론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2021년 전국 의대 졸업생 8501명 중 57.7%인 4901명이 수도권에 취업했다. 특히 울산, 강원, 충남은 지역 의대 졸업생의 수도권 취업 비율이 각 80.5%, 63.4%, 59.4%에 달했다. 지방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꼭 지역에서 근무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다. 지역 출신 의사도 더 큰 시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는 탓이다. 지방 의료원들이 수억 원대 보수를 내걸어도 의사 구인난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료과 편중 현상도 의대 증원만으로는 개선하기 쉽지 않다. 의대생들은 졸업 후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 면허를 취득하면 일반의(GP)가 된다. 일반의가 수련병원 레지던트로서 전공 과목을 선택해 4년간 훈련한 뒤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면 전문의 자격을 얻는다. 이 과정에서‘피안성정재영(피부과·안과·성형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에만 몰리고,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는 기피하는 경향은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달라지기 어려워 보인다. 정원이 늘면 인기과에 들지 못한 전공의들이 기피과를 선택할까? 1차 의료에서 전공과는 사실상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현재 많은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전문의가 전공을 포기하고 일반진료를 하고 있다. 심지어, ‘피부과’ 또는 ‘성형외과’를 내걸고 개원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기준 흉부외과 전문의 10명 중 8명이, 외과 전문의 10명 중 5명이 동네의원에서 전공과 다른 과목을 진료 중이라는 발표도 있다. 일반의조차도 피부·성형에 몰리는 시대다. 속된 말로 돈 되는 진료과로만 몰린다. 이는 현행법상 의사 면허만 있으면 전문의 자격이 없어도 전문 과목 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이러한 제도적 문제점도 고쳐야 한다. 역대 정부가 의대 증원을 실패한 이유는 현실을 고려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지역 강화 등 각종 제도 개선 의지를 함께 표했다. 여기에 의대 증원 등 의료인 확대는 기본 조건이다. 의사 수요 증가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다. 신종 감염병 및 환경 질환의 잦은 출현과 고령화로 늘어나는 노인성 질환에 대한 대응뿐 아니라,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열망에 맞춰 예방과 관리 역할도 필요하다. 또, 첨단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의료, 난치 질환 극복 등 미래 바이오 신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에 대한 중요성도 드높아지고 있다. 의료계는 제네바 선언 첫 구절 의미를 되새기면서 정부와 의대 증원을 포함한 정책 설계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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