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폐짓값에 생계 막막한 노인들…"12시간 일해도 만원"

강교현 기자 김경현 인턴기자 2023. 10. 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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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짓값이 계속 떨어져서 입에 풀칠하는 것도 걱정이야."

최모씨는 "하루 평균 12시간을 돌아다녀도 손에 쥐는 것은 1만원이 채 안된다"며 "폐지만 줍고 다니면 밥 한끼 사 먹기도 어려워 고철도 함께 줍고 있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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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당 147원에서 51% 떨어져
노인들 생계 위한 지속 가능한 일자리 마련 필요
지난 20일 오전 전북 군산시 문화동의 한 고물상 모습.2023.10.25/뉴스1 김경현 인턴기자

(전북=뉴스1) 강교현 기자 김경현 인턴기자 = "폐짓값이 계속 떨어져서 입에 풀칠하는 것도 걱정이야."

지난 20일 오후 전북 군산시 한 도로에서 만난 최모씨(70대)는 전봇대 옆에 쌓인 물건들을 정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모씨는 "하루 평균 12시간을 돌아다녀도 손에 쥐는 것은 1만원이 채 안된다"며 "폐지만 줍고 다니면 밥 한끼 사 먹기도 어려워 고철도 함께 줍고 있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취재진과 대화를 마친 최모씨는 폐지와 폐기물 등을 수레에 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보다 큰 수레를 이끌고 어두운 골목을 향해 터벅터벅 걸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이날 인근의 한 고물상에서 만난 업주 A씨(60대)는 쌀쌀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피해 전기난로 앞에 앉아 노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날씨가 추워지고 폐지 가격도 예전 같지 않아 어르신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며 "작년 이맘때는 폐지 가격이 120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반 이상 떨어져서 6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폐지 가격이 꾸준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폐지 구입 중단 여부도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2~3일가량 취재진이 방문했었던 이 고물상에는 평소 폐지를 팔기 위해 북적였던 모습과 달리 고물상을 방문하는 노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제지공장의 폐지 재고량은 14만4000톤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3000톤가량이 오른 수치다. 재고량 증가가 폐지가격의 급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자원순환 폐기물 통계정보 서비스에 공시된 올해 9월 기준 폐지(골판지) 가격은 1㎏당 71.2원이다. 지난해 10월 1㎏당 147원이었던 폐지 가격이 1년 사이에 51%(75.8원)가 하락했다.

이 같은 상황은 폐지의 주 수입국인 중국에서 폐지 수입량을 대폭 축소함에 따라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폐지 대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되는데 최근 중국에서 수입량을 축소함에 따라 국내 폐지 재고량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원재료 부분은 경제 상황에 예민해 국내외 다양한 영향을 받아 하락의 요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여파로 해외 종이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종이 생산에 필요한 폐지가격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회복지 전문가는 폐지 재고에 따라 변하는 불안정한 폐지 가격으로 인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민주 원광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는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는 것은 어르신들을 위한 일자리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며 "도내 부족한 인력난을 어르신들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르신의 경우 일자리와 복지정책에 대한 정보 접근이 어려워 접근성을 낮출 방안도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지역에서 폐지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노인들은 730여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kim98031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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