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 금은방서 키워낸 다이아몬드” “ALOD로 좋은 메시지 담아 판매”
“36년 외길 걸어온 부친 덕에 관심
내년 하반기 백화점 10곳에 매장”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 일을 물려받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도 아버지 덕에 자연스럽게 다이아몬드에 관심을 갖게 됐고 미술을 배우게 됐죠.”
실험실 다이아몬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일찍이 국내 최초로 실험실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고 나선 기업이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트업도 아닌, 36년 역사의 KDT다이아몬드 이야기다.
1987년 서울 잠실 지하상가의 3평(10㎡) 남짓한 금은방에서 실험실 다이아몬드로 백화점에 매장을 내기까지 부자(父子)의 성공 신화 뒤에는 가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다.
최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ALOD(알로드) 팝업스토어 매장에서 강성혁 KDT 실장을 만났다.
강성혁 실장은 올해 33세로 아버지 강승기 KDT 대표이사와 함께 2021년 국내 최초로 보석용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생산에 성공했다. 가업을 잇기 위해 그는 일찍이 서울예고와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의 조소과에서 공부하고, 2018년 아버지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역시 KDT의 보석 디자이너로 일하며 가업을 키우고 있다.
‘천연 다이아몬드’만 고집하던 국내 보석 산업을 뒤로 하고 KDT가 일찍이 실험실 다이아몬드 개발에 나선 데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변화를 재빨리 감지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고자 하는 강승기 대표의 의지가 컸다.
강 실장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접한 것은 2015년 정도였다. 그는 “도쿄, 홍콩,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주얼리 박람회에서 어느 순간부터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라는 섹션이 생겼다”며 “당시에 궁금해서 찾아봤었는데 ‘큐빅 시장’ 정도로 여겼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매년 갈수록 섹션이 커져서 글로벌 주얼리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체감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와 산학협력을 맺은 송오성 서울시립대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함께 브레인스토밍하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KDT다이아몬드가 2021년 12월 처음으로 시제품을 선보였을 때 시장 반응은 아주 냉랭했다. 지금이랑은 매우 달랐다고 한다.
강 실장은 “우리나라 패션·주얼리 시장은 분명 서부권 시장에 영향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나 유럽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커졌다” 고 했다.
‘ALOD’라는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주얼리 브랜드도 론칭했다. ALOD는 ‘All light in One Dot(모든 빛은 하나의 점으로)’ 라는 의미다. 강 실장은 “대표를 맡고 있는 아버지는 사실 브랜딩이나 마케팅 쪽에는 아무래도 관심이 적었다”며 “반면 나는 좋은 다이아몬드를 싸게 파는 것도 좋지만 소비자에게 좋은 메시지를 가지고 합리적인 가격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ALOD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의미를 담아 브랜딩을 하고 자체 디자인 상품을 선보이다 보니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팝업에 이어 신세계 본점 팝업, 백화점 입점까지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조·생산에서부터 세공·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하다보니 경쟁력은 자연히 뒤따라왔다.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관심이 커지자 수입에 의존하는 경쟁사들은 치킨 게임을 시작했다는 것이 강 실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KDT는 생산 기반의 투자를 확대하며 당분간 본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KDT는 11월 인도에서 연면적 2000㎡ 규모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제조·연마 공장을 착공한다. 내년 3월 초 이 공장이 완공하면 가동 첫해에 3만6000캐럿, 향후 연간 10만 캐럿의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수출도 도모하고 있다.
강성혁 실장은 “내년 하반기까지 국내 주요 백화점 10곳에 매장을 낸 내후년부터는 기회가 되면 동남아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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