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보다 시간의 힘을 믿은 가수는 히트곡을 얻었다[차트 밖 K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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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에 화려한 데뷔, 그 후 이어진 수년간의 무명기, 10년 만에 히트곡 탄생.
"그전에는 곡을 받아 노래했었기 때문에 배우로 살았다고 봐도 무방해요. 이번에 전곡 작사 작곡을 하면서 다시 1년 차가 된 느낌이에요. 이제야 제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달까요? 앨범을 내보낸 지금, 저는 새로운 경험을 기다립니다. 앞으로 제게 올 모든 경험을 정성스럽게 맞이할 거예요.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박재정이 필요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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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TOP 100 차트인, TV 화제성 순위…. 매일 같이 쏟아지는 기사 제목입니다. 시선에서 자유로울 것 같은 예술계도 성공의 기준은 꽤 명확한 편입니다. 그럼 당장 순위권에 없는 이들은 어떨까요? ‘차트 밖 K문화’는 알려졌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유치할지라도 대놓고 진지하게, 이 시대 예술가들의 철학을 소개합니다. |
한 사람의 10년을 요약할 순 없지만, 가수 박재정(28)의 활동은 이렇게 정리되곤 한다.
19살이던 해,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엠넷 ‘슈퍼스타K5’에서 우승하며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발매한 앨범들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그러다 데뷔 10년 만인 올해, 첫 정규앨범 ‘얼론(Alone)’을 냈고 그중 자작곡 ‘헤어지자 말해요’가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누구에게나 성장의 시간이 있다. 달리 말하면 큰 성과는 없는 이 기간. 어떤 예술가는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받으며 몸집을 키워가지만, 박재정은 아니었다. 서울 강남구 소속사에서 16일 만난 그는 ‘솔직히 그동안 쓸쓸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놀랄 만큼 덤덤하게 “대중에게 섭섭함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오로지 감사하다”고 했다.
으레 하는 겸손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는 “큰 사랑을 받기엔 제게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며 지나온 날들에 대한 존중을 표했다. 이런 겸허한 태도는 발라드에 대한 박재정의 정의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그는 “발라드의 힘은 많은 이의 공감에서 온다. 누군가 제게 ‘살면서 무엇을 남기겠는가’ 묻는다면 저한텐 ‘위로’ 밖에 없다”고 했다.
애초에 발라드 가수의 길을 걷게 된 배경도 ‘위로’에 있다. 어릴 적 그는 윤종신, 김동률의 곡을 들으며 펑펑 울곤 했다. 타고난 음색을 가졌음에도 “여전히 노래하는 성대보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음에 가장 감사하다”고 말한다.
위로받고 위로하는 인생을 꿈꾸기에 그는 가난했던 지난날을 타인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주변의 멸시를 되레 감사히 여긴다. 스스로를 모자라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자신을 용서했다.
“20대 내내 원한의 감정이 작업의 동력이 됐다고 생각했어요. 음악계의 인정에 목매다 보니 질투도 샘도 많았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절 사랑해 주시는 분들만 생각해요.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노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크죠. 이젠 정말 괜찮아요. 제 상처는 앨범으로 다 보내줘서 기억이 안 나요. (웃음)”
올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리 미련 없이 말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기엔 박재정은 10년 만의 성공에도 흥분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작업도, 본인의 30대도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고 했다. “삶을 거창하게 대하고 싶진 않다. 그냥 음악하고 맛있는 음식 먹으면 행복한 것, 그게 박재정이다”라고 말할 뿐이다.
그는 그저 시간의 힘을 믿는 듯했다. 딱히 탐하는 것 없어보였던 박재정은 “빨리 늙고 싶다”고 했다. “힘든 것도 좋은 것도 모두 다 빨리 경험하고 싶다. 생각도 성장해야 하고, 목소리도 익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저는 저만의 강점이라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뮤지션이라고 해서 자신만의 강점이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에요. 그냥…열심히 살면 안 될까요?
이렇게 묻는 그는 세월이 주는 자연스러운 깨달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연륜 있는 가사를 쓰게 될 미래를 동경했다. 곡 ‘헤어지자 말해요’가 포함된 그의 정규앨범 수록곡 10곡은 모두 그가 작곡 작사했다. 어릴 때부터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던 그는 2018년 곡 ‘가사’부터 조금씩 작사에 도전해왔다.
작사는 그에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특히 청춘의 불안함과 분노에 대해 노래한 이번 앨범은 공을 많이 들였다. “박재정이 궁금한데 굳이 앨범 전곡을 다 듣고 싶지 않다면 가사만 보셔도 어느 정도 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이라 말할 정도다.
“그전에는 곡을 받아 노래했었기 때문에 배우로 살았다고 봐도 무방해요. 이번에 전곡 작사 작곡을 하면서 다시 1년 차가 된 느낌이에요. 이제야 제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달까요? 앨범을 내보낸 지금, 저는 새로운 경험을 기다립니다. 앞으로 제게 올 모든 경험을 정성스럽게 맞이할 거예요.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박재정이 필요했으면 해요.”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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