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정·초계기 띄우고도 北목선 못 찾아… 軍 '경계실패' 논란 계속

허고운 기자 2023. 10. 25.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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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로 '미상 표적' 탐지했으나 육안 확인·신고는 어민이
"400㎞ 동해 NLL서 대응 쉽지 않다"지만 책임 공방 불가피
북한 주민 4명이 강원도 속초 인근 해상을 통해 귀순한 24일 해경 선박이 이들이 타고온 소형 목선을 인근 군부대로 예인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윤왕근 기자 ⓒ News1 윤왕근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 소형 목선이 24일 오전 강원도 속초 인근 해상을 통해 우리 측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군 당국의 고속정·초계기보다 현지 어민이 먼저 육안으로 해당 선박을 식별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경계 실패'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5일 해군과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우리 군은 전날 오전 4시 이전부터 동해 북방한계선(NLL) 북쪽 외해에서 북한군 단속정들이 '특이동향'을 보이고 있는 사실을 해군 함정 레이더로 포착, 오전 4~5시쯤 인근 해역으로 함정들과 해상초계기 P-3 등을 긴급 출격시켜 탐색 작전을 진행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전 5시30분쯤 NLL 남쪽 해상에서 '미상의 표적'이 외해로부터 내해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육군의 해안 감시 레이더에 처음 탐지됐다.

이 표적은 오전 6시30분쯤부터 우리 군의 열영상장비(TOD)에 식별되기 시작했고, 선박 형태임이 확인된 건 오전 6시59분쯤이다. 이에 군은 오전 7시3분쯤 현장 근접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표적 번호'를 부여하고 해당 표적의 움직임을 추적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표적이 북한 목선이란 사실을 최초 확인한 건 우리 군이 아닌 민간 어선이었다. 현장 확인을 위한 해군·해경함정의 긴급출항 등 과정에서 어선을 타고 조업 중이던 우리 어민이 오전 7시10분쯤 강원도 속초시 동쪽 약 11㎞, NLL 남쪽 43㎞ 해상에 있던 북한 목선을 발견하고 해경에 신고했던 것이다.

우리 군의 최초 '미상 표적' 탐지로부터 어민 신고까지 1시간40분이 걸리는 동안 해당 목선은 아무 제지를 받지 않고 10㎞가량 남쪽으로 더 내려왔다. 특히 우리 군은 어민 신고 7분 전 표적 번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도 '선박주의보'는 따로 발령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선 "군의 NLL 경계 작전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전날 해군본부·해병대사령부 국정감사에서 "(북한 선박이) NLL에서 (남쪽으로) 34㎞ 내려올 때까지 군과 해경은 감시하지 못했다"라며 "선박주의보나 경계경보를 내리지 않은 건 합동작전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무장한 북한군이 이번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 측 해역으로 내려왔다면 대응이 불가능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북한 주민 4명이 강원도 속초 인근 해상을 통해 귀순한 24일 해경 선박이 이들이 타고온 소형 목선을 인근 군부대로 예인하고 있다. 2023.10.24/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우리 군은 앞서 5월6일엔 북한 어선 1척이 서해 NLL을 지나 남하해 오는 동향을 사전에 포착하고 대기하다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즉각 검문검색을 실시한 적이 있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서해와 달리) 동해 NLL은 길이가 400㎞가 넘어 수 척의 함정으로는 소형 표적을 탐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현실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 동해 NLL은 총 218해리(약 403㎞), 서해 NLL은 42.5해리(약 78.7㎞)에 걸쳐 설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번에 발견된 북한 목선은 길이가 7.5m 정도로서 지난 2019년 6월 우리 군의 경계망을 뚫고 강원도 삼척항에 입항했던 북한 목선(길이 10m)보다 작아 탐지가 더 어려웠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은 전날 국감에서 "NLL을 넘어오는 모든 표적을 다 포착·감시하고 싶지만 감시 공백은 발생한다"며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공백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느냐다. 그래서 합동작전과 통합방위작전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적어도 '표적 번호' 부여 단계 이후부턴 그 대응에 큰 문제가 없었단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선 '군이 조기에 초계기와 함정을 보냈으면 어민 신고 전에 작전을 완료될 수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레이더에 탐지된 수백개 표적을 하나하나 식별해 특이점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군 당국이 북한 목선을 발견하기 전날부터 북한 내 특이동향을 포착해 탐색작전을 벌인 점, 육군 레이더가 '미상 표적'을 조기에 탐지한 점 등에 비춰볼 땐 "이번 사건을 무조건 '경계실패'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에 앞서 NLL 북쪽 외해에서 포착된 북한군 단속정들의 특이동향이 북한 선박의 귀순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군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북한 선박 사건과 관련해 일부 군 지휘관들이 '책임'을 지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2019년 삼척항 사건 땐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사과를 했고, 군 당국은 레이더 책임 구역 조정과 감시요원 교육 강화 등의 재발 방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관계 당국은 이번에 발견된 북한 선박에 타고 있던 주민들의 신병을 확보해 현재 귀순 의사의 진정성 여부 및 경위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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