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성장’ KB금융, 순익 5조 넘본다

2023. 10. 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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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누적 순익 4조3704억원
금융지주 첫 연간실적 5조 눈앞
다른 금융지주는 실적부진 예상

KB금융지주가 올 3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가며 연간 5조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금리에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이 동반 성장하면서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수익성 하락을 방어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을 제외한 다른 금융지주들의 실적 전망치는 그다지 밝지 못하다. 수익성 저하에 따른 실적 감소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 등 대내외적 변수도 여전한 상황이다.

▶KB금융, 순익 ‘5조원대’ 진입으로 ‘리딩뱅크’ 재탈환 눈 앞= KB금융지주는 24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 3분기 누적 기준 4조37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대비 8.2% 증가한 수치다. 3분기 순이익은 1조3737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실적 5조원 달성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5조386억원으로 집계됐다.

KB금융이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던건 특히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성장이 주효했다. 9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336조원으로 6월 말(330조원)과 비교해 1.8% 상승했다. 여기에 올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타 주요은행과 비교해 20~30조원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원가성 예금 비중이 높다는 것은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보수적이고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정책에도 실적 방어를 할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3분기 순이자마진(NIM)은 2.09%, 1.84%로 지난해 NIM과 비교해 각각 0.13%포인트, 0.1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 관계자는 “여신 리프라이싱 및 저원가성 예금 증대 노력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수탁수수료 확대, 자산관리(WM) 상품 판매 증가, 투자은행(IB)부문의 수수료 수익 등으로 비은행 계열사인 KB증권의 약진도 한 몫 했다. KB증권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6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8.9% 증가한 상태다.

KB금융이 5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할 경우, ‘리딩뱅크’ 순위 또한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4조642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약 3년 만에 KB금융(4조4133억원)으로부터 선두를 탈환했다. 그러나 현재 신한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4조6430억원으로 5조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4대 금융, ‘조달비용’ 상승에 3분기 순익 줄어든다= 5조클럽을 목전에 둔 KB금융과 달리 다른 금융지주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4조351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9%(5366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까지 역대 최대 순이익 달성을 이어온 바 있다.

급격한 실적 감소의 주요인은 조달금리 상승으로 인한 NIM 감소다. 주 계열사 4대 은행은 지난해 시작된 대출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대출 성장세를 보이며 호실적을 이어왔다. 그러나 만기 도래를 앞둔 막대한 규모의 고금리 예금 재확보를 위해 수신금리를 올렸다. 자연스레 이자비용도 늘어났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도 계속되고 있다. 조달비용이 늘어날 경우 핵심 이익 지표인 NIM 감소와 함께 실적 하락세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에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던 연간 실적 전망도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15조2718억원으로 지난해 순이익(15조8506억원)과 비교해 5788억원(3.6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는 금리 인상 및 증시·환율 변동에 따른 유가증권 관련 이익 감소 등 비이자이익 감소 역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가계대출 정책 등 남은 변수도 여전해= 시장에서는 연체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적립 수준에 따라 전반적인 실적 악화가 더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이번 3분기부터 신용대출에 대한 부도시손실률(LGD) 기준을 강화하기로 해, 충당금 추가 적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금리와 함께 경기둔화가 이어지며 위험지표가 악화되는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4대 금융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말 0.31~0.41%에서 올 2분기 0.4~0.52%로 높아졌다.

아울러 가계대출 확대를 막으려는 금융당국의 정책적 노력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확대의 원인으로 은행권의 무분별한 대출을 지적하며, 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인상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 경우 가산금리 폭이 높아지며 수익성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의 의사에 따라 가계대출 취급 규모가 감소할 경우, 되레 대출 실적 규모가 줄어들 우려도 존재한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가계대출의 경우 대출 성장세가 크게 꺾이지 않은 데다, 기업대출 규모도 선제적으로 늘려놓은 상태라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서도 “주요 은행 등에서 이미 1·2분기 충당금 적립을 충분히 했지만, 부실 속도가 빨라진 데다 금융당국의 충당금 적립 요구도 강화될 수 있어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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