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이재용...숨가쁜 경영 행보로 '뉴삼성' 기틀 닦아

류은주 기자 2023. 10. 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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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인재·신뢰 강조 현장경영 강화…新성장동력 발굴·사법리스크 해소 숙제

(지디넷코리아=류은주 기자)"'크고 강한 기업' 넘어 모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 만들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12월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이어받은 삼성을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외친 지 곧 있으면 3년이 된다.

이재용 회장은 ▲신사업 발굴을 통한 사업 확장 ▲준법문화 정착 ▲산업 생태계와의 소통 확대 및 지원 ▲임직원 자부심과 국민 신뢰도를 높여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10월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오는 27일은 회장으로 취임한 지는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이 선대회장 '신경영 선언'을 이을 '뉴삼성' 청사진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선대회장 3주기와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추모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회장의 특별한 메시지 없이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별다른 행사도 열리지 않는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1년간 '뉴삼성' 기틀을 조용하게 닦고 있다.

■ 초일류 기업 밑거름될 '상생·기술·인재'

이재용 회장이 그리는 초일류 기업의 밑그림은 그가 그동안 현장 경영에서 언급한 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상생, 기술 초격차, 인재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회장이 된 그의 취임 후 첫 행보는 협력사 방문이었다. "협력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며 상생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 측은 “미래동행 철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광주광역시에 있는 협력회사 디케이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최근에는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해외 협력사도 직접 챙겼다. 이 회장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승지원에서 삼성의 오랜 일본 협력사 모임인 ‘LJF’ 교류회를 직접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TDK, 무라타 제작소, 알프스알파인 등 전자 부품·소재 분야 8개 협력회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LJF는 ‘이건희와 일본 친구들’이란 의미다. 1993년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선언하면서 부품회사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며 시작됐다. 삼성 측은 올해 30주년을 맞은 교류회가 승지원에서 열린 것은 선대 유지를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이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동행' 비전은 'C랩 아웃사이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삼성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사내 C랩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사외 벤처 육성을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로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_구미전자공고 방문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은 지난 3월 구미전자공고를 방문해 "젊은 기술 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이라며 인재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선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내부 인재 챙기기에도 열심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부터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 임원보고만 듣는 것이 아니라 간담회를 열어 MZ세대 직원들 목소리를 듣는 등 '스킨십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처음으로 신입사원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직원들과 사진 촬영 중인 이재용 회장 (사진=삼성전자)

■ 반도체 불황 속 과감한 투자 결단…미래 준비 속도 

삼성전자를 글로벌 기업으로 일으킨 반도체는 최근 경기침체 장기화로 회사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이 됐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에 한번 더 승부를 걸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략을 택했다.

삼성은 지난해 5월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삼성은 2026년까지 5년간 국내 360조원 포함해 총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 통신은 이재용 회장이 수 년전부터 공들인 미래 먹거리 중 하나다. 그는 5G를 비롯해 삼성전자 차세대 통신 사업 육성을 주도해 왔으며, 6G 시대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5G 네트워크 장비 사업의 대형 계약 체결이나 신규 시장 진출 과정에는 항상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직접 점검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사진=삼성)

삼성은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비전도 품고 있다. 이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그는 회장 취임 직전 인천 송도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4공장 준공식 참석해 경영진을 각각 만나 위탁개발생산(CDMO) 및 바이오시밀러 사업 중장기 전략을 논의했다. 삼성은 '제2 바이오 캠퍼스' 조성에 오는 2032년까지 7조5천억원을 투입한다.

■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 수주 확대…선대회장 뜻 이어가

이재용 회장은 2021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수감 생활에서 석방 후 해외 출장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또한 회장 취임 후 첫 국외 출장지로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중동'을 택했다. 지난해 연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알 다프라에 위치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바카라 원전은 한국 최초의 해외 원전 건설 프로젝트다. 

(자료=지디넷코리아)

그는 올해 초 UAE 경제사절단에도 참석했으며, 추석연휴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이집트 등 중동 지역 사업을 점검했다. 또 최근 윤석열 대통령 사우디 국빈 방문에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중동지역 사업을 재차 챙겼다.

(사진10) 이재용 회장 사우디 네옴 현장방문

미국 역시 이재용 회장이 공을 들이는 출장지다. 빅테크 기업들과의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정으로 미국 출장을 간 김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만났다. 

또 세계 최대 바이오 단지가 있는 미국 동부에서는 존슨앤존슨, BMS, 바이오젠, 오가논 등 총 20여개 기업의 경영진을 만났다. 2014년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최장 기간 해외 출장이었다.

2023년 5월 10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미래 첨단 산업과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왼쪽 두번째부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칸 부디라지 테슬라 부사장, 앤드류 바글리노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최시영 삼성전자 사장,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사진=삼성전자)

이 밖에도 이 회장은 취임 후 베트남, 중국, 유럽(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 일본 등 해외 곳곳을 누비며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고히 쌓았다.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초격차 기술 발굴과 협력을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꼭 필요하다"며 "또 이러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굵직한 대규모 계약을 따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법리스크 등 과제 산적…부당합병 1심 판결 주목

이재용 회장이 바쁜 지난 1년을 보냈지만, 그를 더 바쁘게 하는 것은 바로 사법부 재판이다. 이 회장은 2개 재판에 꾸준히 출석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이다. 

재판 출석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시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경쟁 심화로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데 수년째 1주일에서 한달 간격으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장기간 출장도 잡기 어렵다. 오랜 사법 리스크로 삼성의 피로감도 점점 누적되고 있다. 오는 17일 취임 1주년 당일에도 재판이 예정돼 있으며, 횟수로는 105차 공판이다.

연내 1심 결과에 재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그룹 대규모 M&A 추진과 글로벌 사업 확대,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등 여러 경영 과제들이 사법리스크로 인해 진척이 없다는 것이 일부 재계 관계자의 목소리다.

이 밖에 등기임원 복귀, 지배구조개편 등 갖가지 현안도 남아있다. 

재계 관계자는 "연내에는, 이르면 11월에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1심 판결 후에도 검찰 항소시 재판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riswel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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