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집에서 죽겠다”…가자지구 주민들이 피란 거부하는 사연

곽선미 기자 2023. 10. 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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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에 앞서 민간인들에게 가자 지구 남부로 이동하라고 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른바 '실향 트라우마'로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며 피란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군 투입에 앞서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하라고 통보했지만, 주민들은 남부로 떠나면 이집트나 다른 나라로 강제 이주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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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에 있는 거리가 초토화돼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IDF)은 지상군이 밤새 가자지구 내에서 무장 세력 소탕을 위한 제한적 기습작전을 펼쳤다고 밝혔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에 앞서 민간인들에게 가자 지구 남부로 이동하라고 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른바 ‘실향 트라우마’로 "죽어도 집에서 죽겠다"며 피란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자 지구 북부 주민 수십만 명이 실향 트라우마로 인해 이스라엘군 공습에도 떠나길 거부하며 집, 병원, 교회 등에서 대피 중이다. 실향 트라우마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의 주요 정체성 중 하나다.

가자지구 주민 210만 명 중 170만 명 이상이 1948년 아랍·이스라엘 전쟁 당시 현재 이스라엘 영토인 고향에서 쫓겨나 피난 온 난민 후손에 해당한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 사건을 ‘재앙’(Nakba)으로 부르고 있으며 전쟁으로 72만 명 이상이 난민이 됐다. 이런 배경 탓에 당시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 남부 영토인 고향에서 가자지구 북부로 강제 이주된 가족은 "죽으면 죽는 것이고 더는 상관 없다"면서 피란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사는 곳을 떠날 경우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거처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알아크사 홍수’ 기습 작전 이후 대대적인 보복에 나선 상태다. 보름 넘게 가자지구를 공습하고 있으며, 지상전을 위해 예비군을 역대 최대 규모인 약 36만 명 소집했다. 지상군 투입에 앞서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하라고 통보했지만, 주민들은 남부로 떠나면 이집트나 다른 나라로 강제 이주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사람들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하마스 보건부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 숫자가 5000명이 넘는다고 이날 밝혔다. 신화 연합뉴스

가자지구 남부도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 남부도 공습 중이다. 이스라엘은 남부에 민간인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고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를 점령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믿지 못 한다는 입장이다. 가자시티 주민인 이야드 쇼바키(45)는 WSJ에 "1948년 이주는 이렇게 시작됐다"며 "그때 사람들은 ‘1~2주 후에 다시 돌아올 거야’라고 말했지만 결코 그렇게 못 했다"고 했다.

한편,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 지구에서 4600명 이상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 주택부 자료를 인용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체 주택 중 42%가 파괴됐거나 파손됐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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