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장애인탁구 신승원 "외국 선수들이 '파파'라며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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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세 현역 탁구 선수.
장애인 탁구 신승원(스포츠등급 Class 9·부산장애인체육회)은 선수들의 '아이돌'이다.
신승원은 "장애인·비장애인을 불문하고 50대에 접어들면 보통 뛰어다니지를 못한다. 아예 출전 자체를 못 한다"며 "다들 내게 '아직도 선수를 하냐, 감독이나 코치로 대회에 나온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국적 불문, 탁구 선수들의 아이돌이 된 신승원은 자신과 비슷한 노장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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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패럴림픽도 가야죠"
(항저우=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54세 현역 탁구 선수.
장애인 탁구 신승원(스포츠등급 Class 9·부산장애인체육회)은 선수들의 '아이돌'이다.
신승원을 익히 아는 선수는 존경심을 담아 '파파'(papa·아빠)라는 애정 어린 별명으로 부른다.
신승원을 모르는 선수는 자기도 모르게 입이 떡 벌어진다.
코치나 감독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새 선수로서 코트에서 라켓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승원은 지체장애가 있지만 휠체어는 타지 않는 스탠딩 종목(입식 탁구·Class 6∼10)에 출전한다.
체력 소모가 심한 종목 특성상 10∼20대 선수가 즐비하고, 30대부터는 이미 '노장' 취급을 받는다.
나이 50을 훌쩍 넘긴 신승원이 '엄지척'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신승원은 24일 중국 항저우 궁수 캐널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단식 8강에서 일본의 이와부치 고요에게 0-3(7-11 7-11 7-11)으로 졌다.
경기 뒤 신승원은 "매 세트 7점까지 따라갔는데, 막판에 욕심을 내버렸다"며 '아쉽다'는 말만 되뇌었다.
신승원은 "세계 톱 랭커인 이와부치와는 이날까지 세 번 맞붙어 모두 다 졌다"며 "2018 인도네시아 대회 때도 8강에서 이와부치를 만나 탈락했는데 대진운이 아쉽다"고 탄식했다.
그는 19세 때 당한 교통사고로 인해 오른쪽 발목에 장애가 생겼다.
신승원은 "나는 오른쪽으로 빠르게 오거나 멀리 오는 공을 쫓아가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이와부치가 내 약점을 분석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신승원과 이와부치의 나이 차는 25살이다. 띠동갑을 두 번 돌고도 남았다.
이와부치처럼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신승원은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100일 동안 무려 8㎏를 감량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신승원은 "장애인·비장애인을 불문하고 50대에 접어들면 보통 뛰어다니지를 못한다. 아예 출전 자체를 못 한다"며 "다들 내게 '아직도 선수를 하냐, 감독이나 코치로 대회에 나온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그간의 노력을 돌이키며 계속 아쉬움을 토로하던 신승원의 뒤로, 한 '젊은' 중국 선수가 지나가며 신승원의 경기 소식을 물었고 이날 나란히 패배한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신승원은 "저 친구는 이번 대회 때 처음 봤는데, '멋있다. 여전히 선수로 뛴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먼저 찾아와 인사했다. 선수촌에서 오고 가는 버스에서 친해졌다"고 설명했다.
신승원은 "이란 선수도 나에게 번역기를 통해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했다. 하트까지 붙어 있더라. 그러면서 꼭 이기라고 응원해줬다"고 자랑한 뒤 "또 어떤 선수는 내게 35세로 보인다고 해, 실제 나이를 말하자 자신의 아버지와 나이가 똑같다며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승원이 "태국 선수는 심지어 내게 '파파'라고 부른다. '엄지척'도 많이 받는다"며 호탕하게 웃는 와중에도 또 다른 홍콩 선수가 그에게 반가운 인사를 하고 지나갔다.
국적 불문, 탁구 선수들의 아이돌이 된 신승원은 자신과 비슷한 노장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했다.
신승원은 "나와 또래인 선수들도 좌절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년에도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서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승원은 오는 26일 김군해(스포츠등급 Class 9·충북장애인체육회)와 짝을 이룬 혼합 복식에서 메달 도전을 이어간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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