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친구'의 나라에서 대사관 철수하는 북한

김태훈 2023. 10. 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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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의 친구'를 자처하는 이가 대통령으로 있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북한이 공관 개설 50여년 만에 대사관을 철수한다.

정 대사는 무세베니 대통령에게 "북한은 대외 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대사관 수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우간다가 여기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무세베니 대통령은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우간다·북한 양국의 우호를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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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에 재외공관 '구조조정' 나서
우간다 대통령, 김일성과 3번 만나
"우리 두 나라 관계 변함없이 지지"

‘김일성의 친구’를 자처하는 이가 대통령으로 있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북한이 공관 개설 50여년 만에 대사관을 철수한다. 북한은 “대외 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는데, 심각한 경제난에 외화를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속내가 묻어난다.

24일(현지시간) 우간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동학 주(駐)우간다 북한 대사는 최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대사관 철수 방침을 통보했다. 앞으로 우간다 주재 북한 대사는 적도기니 주재 대사가 겸임하게 된다.

정 대사는 무세베니 대통령에게 “북한은 대외 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대사관 수를 줄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우간다가 여기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우간다에서 철수하더라도 양국 관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물리적 부재(不在)가 우리 마음과 영혼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 1980∼1990년대 북한을 세 차례 방문해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했다. AFP연합뉴스
‘대외 기관의 효율성’이란 표현에서 극심한 경제난을 겪는 북한이 재외공관을 상대로 구조조정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외교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아프리카 주재 공관들이 주된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 북한 전문가들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그간 아프리카에서 펼쳐온 외화벌이 사업에 차질이 빚어졌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에 무세베니 대통령은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우간다·북한 양국의 우호를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와의 면담 직후 무세베니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떠나는 정 대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우간다에서 10년간 근무한 정 대사에게 감사를 표하고 행운을 빌었다”고 소개했다. 정 대사는 2009년 부대사로 우간다에 처음 부임했으며, 2017년 8월에 정식 대사가 되었다.

우간다는 오랫동안 북한의 동아프리카 외교 거점 역할을 해왔다. 북한과는 1963년 처음 외교관계를 맺었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이듬해 1월 단교했다. 그 뒤 1972년 7월 국교가 재개되었는데 북한은 같은 해 12월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올해 78세로 벌써 37년 넘게 집권 중인 무세베니 대통령은 김일성과 만난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정상급 인사로 꼽힌다. 1986년 처음 대통령에 당선된 그는 이듬해인 1987년 4월을 시작으로 1990년 5월 그리고 1992년 4월까지 3차례 평양을 방문했다. 그때마다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갖고 우애를 다졌다. 지인들에게 김일성을 “좋은 친구”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지난 8월15일 우리 광복절에 해당하는 북한 ‘조국 해방의 날’을 맞아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 국무위원장한테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북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무세베니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두 나라 사이의 쌍무관계 발전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언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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