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디톡스·휴젤 美 ITC소송, 균주 빠지고 공정만 남았다

당초 업계선 균주 같을거란 전망 우세
균주문제 빠지며 양사 간 합의설 일축
국내기업 소송 우려 줄어들듯

[서울경제]

메디톡스(086900)와 휴젤(145020)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전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련 영업비밀이 제외된다. 앞서 메디톡스가 소송에서 쟁점을 좁히기 위해 균주 관련 영업 비밀을 소송에서 다루지 말자고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양사 간 ITC 소송전에서는 공정 도용 여부만 다뤄질 예정이다. ★본지 10월 5일자 17면 참조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C 측은 “지난 10일 메디톡스 측이 영업비밀 2호부터 19호까지 철회했다”며 “영업비밀은 보툴리눔 톡신의 제조 공정과 관련되며 여러 제조 단계를 다룰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메디톡스 측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련 영업비밀 1호를 철회한 것에 이어 관련 영업 비밀을 모두 제외하자고 요청한 것이다. 특히 메디톡스의 이번 철회 요청은 양사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염기 서열 분석 이후 이뤄지며 양사의 균주가 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양사가 다툴 쟁점은 공정 도용 여부만 남았다. 당초 국내 기업들의 보툴리눔 균주는 모두 메디톡스에서 비롯된 균주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전 세계적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조 기업이 많지 않은 가운데 국내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069620)의 국내 소송 결과를 근거로 휴젤과 메디톡스가 조기에 합의할 수 있단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업계 한 관계자는 “균주 문제가 소송전에서 제외되면서 합의는 물론 양사 간 국내 소송도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이 균주를 훔쳤다며 ITC에 제소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전문위원회를 열고 양사 균주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자료 반출을 승인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국가가 관리하는 자원으로 해외 반출시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ITC 증거 제출 기한은 지난달 21일로 양사 자료 제출 이후 본격적인 증거조사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전히 공정 문제는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다. 공정 문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희비를 갈랐다. ITC는 앞서 두 제조사 균주의 유전자가 상대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근거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판단했다. ITC는 최종적으로 균주는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공정 기술을 침해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균주 문제가 제외될 경우 국내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ITC는 균주에 대해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결했지만 국내 민사 1심 판결에선 대웅제약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에서 유래했다며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의 보툴리눔 균주 제제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으며 균주를 메디톡스에 인도하고 이미 생산된 제품에 대해선 폐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휴젤은 균주 문제가 제외될 경우 국내 소송 우려를 줄일 수 있다. ITC에서 공정 도용 여부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결되면 미국 시장 공략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휴젤은 이르면 내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보툴렉스 허가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메디톡스와 휴젤 측은 ITC 소송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