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양치기' 카카오의 3가지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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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소환조사에 참석한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경영진 '3개의 약속'
기업 수뇌부들의 사소한 한마디는 언론에 대서특필 되곤 합니다. 이들의 말 한마디는 주주와 소비자를 향한 발언이자, 시장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을 포함한 경영진들은 카카오를 지켜본 투자자들 앞에서 그동안 수차례의 약속을 했습니다. 남궁훈 전 대표는 스톡옵션을, 김범수 창업주는 골목상권을 약속했습니다.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
남궁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취임 당시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그 행사가도 15만원 아래로는 설정하지 않도록 요청했다"며 "주가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지만 제 의지와 목표 의식을 설정하고 공유하는 데는 쉽고 명료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임직원들에게 밝혔습니다.
남궁 전 대표는 올해 상반기 두 번에 걸쳐 23만7천754주의 스톡옵션을 팔았습니다. 처분 당시 카카오 주가는 5만5천700원과 5만8천100원으로 주당 차익이 약 4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결과 총 94억3천200만원의 행사차익을 거뒀습니다.
물론 남궁 전 대표는 '임기 동안'이라는 단서를 달아놨고 임기가 끝난 이후에 처분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가 15만원 회복이라는 목표를 내놓은 메시지의 진정성은 흐려졌습니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서 적극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기업이란 꼬리표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않습니다.
당시 김 전 의장은 국정감사에서 "저희는 절대로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며 "이것은 정말 약속이자 카카오의 모든 공동체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문어발식 확장으로 카카오를 몸집 불린 방식은 쉽사리 버리지 못했습니다. 현재까지 철수가 확인된 계열사 업종은 카카오모빌리티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계 서비스와 포유키즈 장난감 도매업 등 2개 업종에 불과했습니다.
여전히 카카오VX의 스크린골프와 카카오T의 대리운전 등 소상공인들이 영위하는 분야의 사업을 이어가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VX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헬스케어의 기술탈취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카카오는 광고 시장 불황으로 올해 영업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감소했습니다. 동종업계인 네이버가 고른 영업익 성장을 일군 것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입니다. 카카오는 올해 AI 서비스를 키우고 카카오톡 등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에 접목해 실적반등을 이룰 계획이었습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카카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카카오브레인은 상반기 중 메시지 기반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를 테스트하면서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해 모델을 고도화하고 하반기 중으로 파라미터와 데이커 토큰의 규모가 확장된 코GPT 2.0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는 "아주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코GPT 2.0의 출시 연기 없이 10월 이후에 나올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10월은 아직 지나가지 않았고 연말까지는 2개월가량 남았습니다. 하지만 카카오의 구체적인 AI 로드맵은 여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습니다. 카카오 고위 경영진들의 사법리스크로 생성형 AI를 내놓을지조차 불투명해졌습니다.
카카오의 생성형 AI의 불투명성은 앞서 예고됐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6월 출범한 초거대AI추진협의회에서도 이름을 빼며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까지 나서 지원을 약속한 이 협의회의 명단에 국내 대표 기업인 카카오는 빠졌습니다. 네이버와 통신 3사, 주요 대기업들까지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이례적이었습니다.
카카오가 생성형 AI를 준비하는 동안 경쟁사들은 내수 시장을 넘어선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 중입니다. 네이버는 최근 도이치텔레콤과 만나 AI 협력을 논의했습니다. KT는 태국 대표 정보통신 기업 '자스민'(Jasmine) 그룹과 함께 태국어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SK텔레콤 역시 유럽 시장 공략을 시작으로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통신사 특화 LLM을 개발할 예정입니다.
지난 2분기 카카오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34% 줄었습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의 3분기 실적은 1천31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6% 감소할 전망입니다. 신사업 투자, 데이터센터 신설 등 일회성 비용이 부쩍 증가하면 실적이 소폭 주저앉을 순 있습니다.
카카오는 다음달 9일 3분기 실적발표회를 열고 투자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질 계획입니다. 부진의 늪에서 반등하길 기다리는 투자자를 위해서는 미래 비전이 명확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홍은택 대표의 약속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의 구속으로 투자가 올스톱된 상황에 이어 현재 금융감독원의 수사의 칼날은 김범수 창업주로 향했습니다. 카카오가 처한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홍 대표가 뱉은 말, 뱉을 말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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