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 “IPO 계기로 미국 팹리스 시장 공략”
팹리스와 협력해 반도체 설계부터 패키징·테스트까지 턴키 서비스 제공
반도체 IP 사업 확대,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 도전
“4차 산업 시대가 되면서 반도체 생태계에서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만큼 국내 디자인하우스도 해외로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이종민 에이직랜드 대표(사진)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과거엔 디자인하우스를 기술 집약적 산업으로 분류하지 않았지만, 반도체 공정이 미세공정 단계로 발전하면서 반도체 설계 역시 점점 전문적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생태계 내 디자인하우스 역할 부각
에이직랜드는 2016년 설립된 시스템반도체 디자인하우스다.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 TSMC의 국내 유일 공식 협력사(VCA)이자 글로벌 최대 반도체 IP 기업인 Arm의 공식 파트너다.
이 회사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1만9100~2만1400원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2042억~2288억원이다.
AI(인공지능) 자동화 설계 솔루션을 활용해 반도체 설계 첫 단계부터 프론트엔드, 백엔드, 패키지, 테스트, 제품 배송까지 반도체 생산 전 단계를 작업해주는 ‘토탈 턴키 서비스’를 수행한다.
후발 주자임에도 회사 설립 이후 3년 만에 TSMC의 공식 협력사 지위를 확보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 TSMC 공식 협력사를 목표로 세우고 직원의 70%를 대만으로 파견을 보내 TSMC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 등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런 경험이 쌓여 다른 경쟁사보다 업력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공식 협력사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의 설계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기업이 실제 생산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 및 최적화를 제공하는 회사다.
반도체 공정이 점차 미세공정으로 발전하면서 디자인하우스 역할도 단순히 팹리스와 파운드리 가교 역할을 넘어 팹리스에 아키텍처(설계)를 제공하고 후공정(패키징·테스트)까지 아우르는 역할로 확장됐다.
이 대표는 “과거엔 팹리스가 반도체 생태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이젠 파운드리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파운드리가 팹리스를 받아주느냐 마느냐의 싸움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며 “이 과정에서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공정 이해도 격차를 좁혀줄 수 있는 디자인하우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 역할이 부각되면서 에이직랜드의 영업실적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작년 매출 696억원, 영업이익 115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4%, 영업이익은 311%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56억원, 영업이익 25억원으로 집계됐다. 향후 실적을 책임질 수주 잔고는 9월 말 기준 1250억원이다.
반도체 IP 및 해외 진출로 성장동력 확보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은 인력난 등으로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를 온전히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대다수다. 에이직랜드가 반도체 설계 상당 부분을 수행해주고 후공정까지 마무리해주면, 팹리스 기업은 핵심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다.
에이직랜드는 5나노, 7나노 반도체를 개발 및 양산할 수 있는 설계 기술력과 설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CoWos(칩 온 웨이퍼 온 서브 스트레이트) 등 첨단 패키징 솔루션도 확보해 제품에 적용할 준비를 마쳤다.
반도체 설계자산(IP) 사업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지난 2월 반도체 IP 전문회사 아크칩스 지분 19%를 확보한 데 이어 오는 12월 추자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제품의 애플리케이션별 필요한 반도체 IP 리스트와 요구사양을 파악해 선행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번 IPO를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도전한다. 첫 진출 국가로 글로벌 팹리스 시장의 68%를 차지하는 미국을 점찍었다. 사전 준비 작업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과 합작법인 오하나를 설립했다. 반도체 제작 과정 중 전공정 단계인 설계 및 검증을 수행하는 회사다.
‘에이월드매직(AWorld Magic)’과 ‘알프스(ALPS)’ 등 설계 자동화 솔루션을 토대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더라도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공모자금 일부 역시 미국 진출을 위한 해외 프로젝트 전담 엔지니어, 영업 인력 및 관리 인력 등 채용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전 세계에 TSMC 공식 협력사가 8개뿐이기에 에이직랜드는 이미 미국에 잘 알려져 있다”며 “미국 현지에 디자인하우스가 팹리스와 협력해 설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 만큼 설계부터 공급까지 제공하는 턴키 솔루션으로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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