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 조호르전은 완승? 신승? 혹은 그 중간 어디쯤?

골닷컴 2023. 10. 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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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문수월드컵경기장] 울산은 승자다. 대항마를 찾기도 어렵다. 당장 이번 주말에 K리그 우승 확정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런데 불안해하는 팬이 적지 않다. 최강답지 않은 모습이 자꾸 나온다. 여전히 최강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24일 저녁 AFC챔피언스리그 I조 3경기에서 울산은 말레이시아의 조호르 다룰 탁짐(JDT)을 3-1로 꺾었다. 가와사키 원정 패배에서 반등하는 승리였다. 5경기 만에 골맛도 봤다. 홍명보 감독은 “좋지 않았던 기간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라고 이날 승리에 의미를 달았다. 경기 막판 울려 퍼진 “잘 가세요”가 신났다. 좋은 결과였다.

과정은 약간 다른 이야기를 했다. 경기 초반은 끝내줬다. 킥오프로부터 18분 만에 세 골을 터트렸다. 기록적 대승을 상상해도 좋은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울산은 수적 열세에 빠졌다. 남은 60분은 고됐다. 이토록 완벽하게 출발했다가 이만큼 간신히 버티는 90분이 있었나? 조호르전 승리는 어딘가 울산의 올 시즌 행보와 닮았다.

조호르전의 시작은 환상적이었다. 5분, 12분, 18분에 골이 터졌다. 루빅손이 달리면 아무도 쫓아오지 못했다. 공격이 끊기는 즉시 선수들은 역압박으로 볼 소유권을 되찾았다. 너무 두들겨 팼는지 조호르의 일부 선수들이 신경질을 냈다. 전반전 도중 K리그 경력자 베르손이 아웃된 볼을 걷어차 몸을 풀던 울산 선수들을 맞혔다. ‘비매너’에 김태환이 발끈했다. 파그하니 주심(이란)은 자연스럽게 반응한 김태환에게만 옐로카드를 꺼냈다. 원인 제공자 베르손은 운 좋게 카드 위기를 넘겼다.

여전히 스코어는 3-0이었다. 울산은 급할 이유가 없었다. 상대의 도발에 넘어갈 이유는 더욱 없었다. 그런 상황을 울산은 스스로 걷어찼다. 36분 김태환이 두 번째 경고로 퇴장당했다. 첫 번째 경고의 억울함 여부를 따지긴 너무 늦었다. 울산은 60여 분을 한 명 적은 상태로 버텨야 했다. 하프타임에 애꿎은 2골 활약자 루빅손이 희생되었다. 후반전 들어 반칙을 호소하느라 실점까지 허용했지만, 울산은 결국 승리했다. 3-1은 만족스러운 스코어라인이다. 이기고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올 시즌 울산은 개막 6연승을 달렸다. 두 경기 쉬고 또 6연승, 다시 두 경기 주춤했다가 5연승이다. 리그 21경기에서 울산은 17승 2무 2패를 거뒀다. 리그 반환 시점에서 우승 향배가 거의 결정되었다. 초강세는 무더위 아래서 녹아내렸다. 이후 13경기에서 울산은 3승에 그쳤다. 승점 39점 중에서 14점만 건졌다. FA컵에서는 제주에 패해 탈락했다. 저축한 승점 덕분에 여전히 우승 후보 영순위다. 그런데 지금 울산은 시즌 초반과 전혀 다른 팀이다.

리그 우승이 확정적인 상황에서 동기부여 결핍은 흔하게 발생한다. 가끔 오만도 얼굴을 내민다. 그럴 때 베테랑들의 경험이 빛을 발한다. 알다시피 울산에는 베테랑이 수두룩하다. 이런 팀에서 계속 최강자답지 못한 모습이 반복되는 현상은 기이할 따름이다. 국내 축구에서 최고의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홍명보 감독이 있는 팀이라서 더 아리송하다. 울산의 액면가와 시가가 큰 차이를 보인다.

후반전 실점 장면이 울산의 어긋난 현황을 상징했다. 측면을 막던 선수 셋이 동시에 손을 들어 반칙을 어필했다. 심판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덕분에 상대 골잡이가 ‘프리’하게 슛을 때려 한 골을 만회했다. 홍명보 감독도 “더 나은 선수로 발전하려면 그런 부분을 분명히 고쳐야 한다”라고 질책했다. 전반 18분 만에 세 골을 터트렸던 선수들이 이렇게 느슨하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울산은 여전히 승리자의 위치에 있다. 조호르전은 3-1로 마감되었다. 객관적 전력 상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크다. K리그에서는 이번 주말부터 매 경기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여유가 있는 상황인데도 울산은 왠지 모르게 뒤뚱거린다. 최근 들어 선수단을 둘러싼 ‘카더라 통신’도 늘었다. 겉과 속, 내용과 결과가 다르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결과가 유일한 언어다. 이기면 된다. 우승하면 된다. 궁극의 목표를 달성하기 일보 직전인 팀에 ‘이상해 보인다’는 의견 제시는 단순한 트집일지 모른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도 “나도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라며 고민을 숨기지 못한다. 그렇다. 어딘가, 분명히, 좀 이상하다.

글, 그림 = 홍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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