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시민', 교사 폭행 학생 응징 액션물? 시의성은 끝내줘 [시네마 프리뷰]

정유진 기자 2023. 10. 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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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 '용감한 시민' 리뷰
'용감한 시민'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학부모 갑질과 학교 폭력을 응징하는 내용의 액션물이라니. 시의성 하나는 끝내준다. 극장용 영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요즘, 시의성 높은 소재를 다룬 액션 영화가 '통쾌함'을 무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 '통쾌함'에서는 의견이 조금 갈릴 수 있을 듯 하다.

25일 개봉한 '용감한 시민'은 한때 국가대표 복싱 선수를 꿈꾸던 소시민(신혜선 분)이 교사들에 대한 갑질에 학교 폭력까지 자행하는 문제 학생 한수강(이준영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액션 영화다.

네이버웹툰 평점 9.8점의 인기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영화는 다소 과장된 톤으로 교사와 학교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갑질과 학교 폭력을 묘사한다. 대놓고 교사들에게 반말을 하며 마치 무소불위 교정의 황제처럼 군림하는 갑질 학생과 교사의 뺨을 때리거나 협박을 하는 것은 예사인 학부모, 얼굴에 비닐 봉지를 씌우거나 맨몸에 낙서를 하며 괴롭히는 학교 폭력 가해자, 괴롭힘을 당하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까지 간 교사의 이야기는 근래 사건들이 없었다면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줬겠지만, 교권 침해 이슈가 대두된 지금 보면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용감한 시민'

영화는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게 된 소시민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선수 출신으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소시민은 정교사 채용을 위해서라도 조용히 학교를 다녀야 하는 스타(스페어 타이어, 극중 기간제 교사를 칭하는 은어) 교사다. 그를 아끼는 선배 교사 이재경(차청화 분)은 "아무 것도 하지마, 아무 일도 안 생길 거야"라며 현실적인 충고를 해주고, 소시민은 학교 안에서 학생들 간에 일어나는 어떤 일에도 최대한 개입하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러나 모든 것에 눈 감기는 어려운 일이다. 타깃을 정해 약한 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복학생 한수강은 길에서 김밥을 파는 할머니의 손주 박정우(고진형 분)를 괴롭히고, 박정우는 전학을 가라는 학교 측의 종용에도 굴복하지 않고 소시민에게 "살려주세요, 살고 싶어요"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정교사들도 외면하는 일에 선뜻 나서기 어려웠던 소시민은 적극적인 대처를 해주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괴롭힘의 강도는 더해가고, 소시민은 용기를 내 교육청에 투서를 남긴다. 하지만 그 일로 학교가 발칵 뒤집어진다. 한수강의 새엄마가 와서 교무실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투서를 쓴 사람이 소시민인 것을 알게 된 한수강은 이제 대놓고 소시민까지 괴롭히려 든다.

전투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소시민은 이를 악물고 이 상황을 버텨보려 한다. 그러다 그는 우연히 아버지의 도장에서 어린이용 가면을 발견하게 되고, 한 가지 결심을 실행에 옮긴다. 가면을 쓴 채 경호학과 학생들과 패싸움 중인 한수강을 공격해 그에게 타격을 준 것. 정체를 감춘 소시민이 한수강에게 가하는 물리적 훈육(?)이 액션 장르를 표방하는 이 영화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시의성 부문에서는 너무도 적절하다. 보는 내내 근래 나온 뉴스들과 겹쳐 보이는 영화의 내용은 보는 이들의 공감대를 자극할만 하다. 한수강이 박정우에게 가하는 학교 폭력은 보는 공분을 일으킬만큼 강도가 세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한수강을 상대로 치열한 격투 액션을 보여주는 여자 교사 소시민의 활약상도 나쁘지 않다. 마동석의 스타일의 한 방으로 통쾌한 타격감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나, 높은 몰입을 이끌어 낸다.

다만, 조금 더 판타지적이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영화는 '통쾌함'을 주요 매력으로 내세우고 있음에도 한수강이 만화적이고 과장된 악당임에 비해, 소시민은 액션적인 면에서 기대 이상의 히어로라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소시민'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일 수 있겠지만, 액션적인 면에서 '치트키' 하나 정도는 있었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현실적으로도 밀리는 상대에게 액션적인 면에서도 힘겹게 힘겹게 승부를 보는 주인공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가 다소 어렵다.

신혜선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이름에 걸맞은 면모를 보여준다. 어떤 역할을 맡든 보는 이들의 몰입과 신뢰를 끌어내는 배우 답게 타고난 매력과 연기력을 발휘했다. 연민을 느낄 구석이 하나 없는 순도 100% 악당을 연기한 이준영의 활약도 반갑다. 영화 '너는 내 운명' '그놈 목소리' '내 사랑 내 곁에' '오늘의 연애' 등을 선보였던 박진표 감독은 안정적인 연출력으로 112분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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