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비만 주범은 '과당'...“탕후루가 생물학적 기능 망친다”
'단순 당'의 일종인 과당이 비만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컨대 최근 MZ세대 간식거리인 탕후루나 단맛을 내기 위해 쓰는 옥수수시럽 등 단순당 과당이 비만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연구팀은 종전 통념을 깨고 '단순 당'에 해당하는 과당이 모든 체중 증가 및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비만 가설(이론)에는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열량(에너지) 균형 가설'이다. 열량 섭취량이 열량 소비량을 초과하면 비만 발생한다는 것이다. 둘째 '탄수화물-인슐린 가설'이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단은 인슐린 분비량을 늘려 살이 찌게 한다는 것이다.
셋째 '단백질 레버리지 가설'이다. 단백질 섭취량이 적으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이 높아져 비만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넷째 '종자유 가설'이다. 최근 50년 동안 비만의 증가는 콩, 옥수수, 해바라기, 카놀라유 등 종자유 섭취량 증가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즉 비만의 원인으로 열량(에너지) 과다 섭취, 탄수화물 과다 섭취, 단백질 과소 섭취, 종자유 과다 섭취 등을 꼽을 수 있다는 게 종전 '비만 가설'이다. 특히 열량을 많이 섭취하고 더 적게 태우거나 탄수화물·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비만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많은 음식에서 발견되는 과당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과당 생존 가설)을 제시했다. 과당이 세포대사를 재설정해 배고픔을 높이고 지방, 탄수화물 등 열량이 풍부한 음식에 대한 욕구를 일으켜 체중 증가를 가져온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종전 4대 비만가설…열량균형 가설, 탄수화물-인슐린 가설, 단백질 레버리지 가설, 종자유 가설
연구팀의 '과당 생존 가설' (Fructose survival hypothesis)에 따르면 음식을 섭취하면 섭취한 열량의 대부분이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분자인 '아데노신 삼인산(ATP)'으로 바뀐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지나치게 많은 열량이 지방으로 저장된다. 과당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처음에 과당은 신체의 모든 기능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ATP로 전환된다.
그러나 과당을 더 많이 섭취하면 세포에서 ATP를 만드는 소기관(미토콘드리아)의 활동을 억제해 ATP 수치를 떨어뜨린다. 그러면 세포에 열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를 보내 배고픔, 갈증, 열량 섭취 증가, 인슐린 저항성, 음식 섭취량 증가, 휴식 시 대사 감소 등 각종 생물학적 반응을 자극한다. 과당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이런 변화가 일어나 체중 증가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연구의 제1 저자인 리처드 존슨 교수(콩팥병, 고혈압)는 "과당은 신진대사를 낮게 하고 식욕 조절 능력을 잃게 한다. 또 지방이 많은 음식은 체중 증가를 일으켜 주요 열량 공급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A 2022 update on the epidemiology of obesity and a call to action: as its twin COVID-19 pandemic appears to be receding, the obesity and dysmetabolism pandemic continues to rage on)는 국제학술지 ≪비만(Obesity)≫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 (MedicalNewsToday)'가 소개했다.
"통과일 속 과당은 건강에 좋아"…포만감 일으키고 인슐린 민감성에 대한 과당의 영향 상쇄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보건의료연합 영양 컨설턴트 겸 영양사인 켈시 코스타는 "기존의 비만 가설을 설득력 있게 통합한 연구 결과다. 비만이 단순히 열량 과잉 섭취의 결과가 아니라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양 때문에 ATP가 부족해 나타나는 '저열량 상태'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메디컬뉴스투데와의 인터뷰에서다.
과당은 과일과 채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당분이다. 그러나 과일을 통째로 먹는 것을 꺼리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통과일에는 자연적으로 과당이 함유돼 있지만 식이섬유, 생리활성 화합물, 필수 영양소가 포만감을 주고 인슐린 민감성에 대한 과당의 영향을 상쇄한다.
"식품에 첨가된 고과당옥수수시럽(HFCS), 가공한 과일, 알코올…비만 부추기는 위험 요인"
코스타 영양사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의 일부로 과일을 통째로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특히 "비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과일을 가공하거나 과당이 식품에 첨가될 때다. 주로 고과당옥수수시럽(HFCS)의 형태로 첨가되는 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HFCS는 옥수수 전분으로 값싸게 만들 수 있는 감미료다. 대부분의 가공식품에서 발견된다. 가공 식품, 특히 초가공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과당 섭취량이 크게 늘어날 위험이 높다. 과당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이뤄진 설탕이나 자당에도 존재한다. 포도당과 다른 탄수화물에서 만들어진다. 당분, 탄수화물, 염분, 붉은 가공육 등 퓨린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너무 많이 섭취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포도당이 과당으로 쉽게 바뀐다. 특히 알코올은 과당이 더 많이 생성되게 자극한다.
코스타 영양사는 "전반적인 과당 섭취량의 조절이 체중 관리와 비만 예방에 필수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녹말이 없는 채소, 통과일, 콩류 등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의 섭취를 늘리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좋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비만율은 1975년 이후 3배로 늘어 현재 전체 성인의 13%가 비만으로 분류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2020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1.9%가 비만이다. 종전의 성인 비만율은 1980년 13.4%, 2008년 34.3%였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성인 비만율은 32.5%다. 지난해(32.2%)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비만은 수면무호흡증, 심장병, 제2형당뇨병, 뇌졸중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특정 암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소화기, 피부, 생식력, 정신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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