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 주장이 왔다!’ 日프로농구 미카와의 놀라운 ‘이대성 마케팅’ [미카와통신]
[OSEN=가리야(일본), 서정환 기자] 일본프로농구는 한국대표팀 주장출신 이대성(33, 미카와)을 마케팅에 활용해 돈을 벌고 있다.
비시즌 FA자격을 얻은 이대성은 일본프로농구 진출을 선택했다. KBL에서 챔프전 우승과 MVP, 2년 연속 득점왕까지 차지한 최정상의 선수가 30세가 넘어서 다른 나라 리그에 도전한 것이다.
거액에 이대성을 원한 KBL팀이 있었지만 그의 의사는 확고했다. 한국에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바닥부터 확인할 무대가 필요했다. NBA 워싱턴 위저즈 코치출신 라이언 리치맨 감독이 부임한 씨호스 미카와가 손을 내밀었다. 이대성은 기꺼이 도전을 택했다.
사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편하게 고액연봉을 받으며 선수말년을 보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니까. 하지만 안주야 말로 이대성이 가장 원치 않는 일이다. 리치맨 감독은 이대성에게 “난 너에게 주전자리를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의 기회는 확실하게 주겠다”고 했다. 이대성은 여기에 더 끌렸다. 일본에서 당당히 경쟁해서 주전이 될 거란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이대성은 프리시즌부터 미카와 주전을 꿰찼다. 팀 사정상 스몰포워드로 기용되지만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이대성은 시즌 초반 6경기서 당당히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 일본리그는 외국선수 셋 중 둘이 동시에 뛴다. 귀화선수 또는 아시아쿼터까지 동시 출전가능하다. 선수구성상 이대성에게 공격기회는 많지 않다. 이대성은 주로 상대 귀화선수를 전담마크하는 슈터로 활용되고 있다.
지금의 이대성은 KBL에서 가장 오래 공을 만졌던 선수가 맞나 싶다. 한국팬들은 경기당 7.2점, 3.8리바운드, 1.2어시스트의 숫자만 보면 이대성에게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와서 경기를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대성이 상대팀 귀화선수를 막으며 수비에서 쏟는 에너지는 KBL과 차원이 다르다. 그는 비시즌 오른쪽 손목수술의 여파로 아직 통증이 있다. 슈팅의 영점도 잡히지 않은 상태다.
기자는 한국언론에서 최초로 이대성 일본프로경기를 취재왔다. 이대성 팬들에게도 꼭 일본농구 직관을 권하고 싶다.
이렇게 시골인데 과연 사람이 올까? 기우였다.
이대성의 소속팀 씨호스 미카와는 나고야 외곽 가리야에 있다. 나고야시는 인구 230만명이 넘는 일본 제3의 도시다. 하지만 나고야에서 한시간 가량 외곽에 있는 가리야시는 인구 15만명의 소도시다. 미카와의 모기업 자동차부품회사 ‘아이신’을 비롯해 일본산업을 지탱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모여있어 경제력이 막강하다. 나고야 지역에만 일본남자프로농구 1부리그 팀이 네 팀이나 모여있다.
이대성 경기 직관을 계획하는 팬들이라면 ‘가리야역’(Kariya Station)에 숙소를 잡길 권한다. 나고야중부공항에서 접근성도 편하고 주변에 호텔과 식당도 많다. 무엇보다 미카와 경기날에 경기장까지 무료셔틀버스를 운영한다. 미카와 홈구장은 3곳이 있다. 기자는 가장 규모가 큰 ‘윙 아레나 가리야’에서 두 경기를 관람했다.
가리야역에서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20분을 더 외곽으로 나가니 미카와 홈구장 ‘윙 아레나 가리야’가 나왔다. 버스에 탑승하자 곧바로 미카와팀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상영됐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20분도 허투루 쓰지 않고 팬들의 마음을 잡겠다는 구단의 의지가 강력하게 전달됐다. 이대성의 모습도 보였다. “일본에서 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실력을 증명하고 싶다”는 강렬한 자기소개가 인상적이었다.
영상을 보다보니 20분이 훌쩍 지났다. 목적지인 경기장에 도착했는데 충격을 받았다. 경기장이 있는 가리야시 체육공원은 농구장 뿐만 아니라 축구장과 보조구장까지 있는 종합체육시설이었다. 프로축구 경기는 물론이고 럭비, 하키 등의 경기도 열린다. 드넓은 벌판에 가게는 단 하나도 없었다. 서울 올림픽공원 정도로 광활한 대지에 잔디만 펼쳐져있었다. 오후 3시 경기를 앞두고 1시에 서둘러 취재를 와서 경기장 주변에서 점심을 해결하려던 기자는 당황했다.
5분을 걸어서 농구장에 도착했는데 또 충격을 받았다. 경기시작이 두 시간도 넘게 남았는데 경기장앞 광장에 약 500명 넘는 팬들이 모여있었다. 이들은 광장에 펼쳐진 ‘먹거리 장터’에서 식사를 하고, ‘오피셜 굿즈샵’에서 구단용품을 사며 이미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현장에서 표를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전원이 이미 몇 주 전부터 관람계획을 세워서 예매를 하기 때문이다. ‘B리그 홈페이지’에 가입해서 온라인 예매를 하고 어플리케이션 QR코드를 보여주면 입장이 가능하다. 아날로그 종이표를 좋아하는 일본은 더 이상 없었다. 한국팬들도 이대성 경기를 보려면 비행기표보다 농구표부터 빨리 끊어야 한다. 인기경기는 이미 두 달전부터 예매를 시작해서 조기에 매진된다고 한다.
유니폼부터 인형까지, 없는 것이 없는 ‘이대성 굿즈’
다양한 푸드트럭이 있는 먹거리 장터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라멘부터 나고야 특산물 미소카츠 등 다양한 음식을 팔았다.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없는 것이 없었다. 요즘 일본은 과거처럼 현금만 고집하지 않고 디지털페이도 활성화돼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나카무라 타이치 샌드위치 등 인기선수를 활용한 음식마케팅도 인상적이었다. 라멘에 맥주를 시켜먹고 구단마스코트 얼굴로 제작한 메론빵을 디저트로 사먹었다.
오피셜 굿즈샵에 가보니 또 놀랐다. 유니폼, 티셔츠 등 기본적인 물품은 물론이고 지역특산품까지 없는 것이 없었다. 주요선수의 이름이 새겨진 굿즈도 기본이었다. 주전으로 자리잡은 이대성의 굿즈도 많이 보였다. 이대성의 43번과 LEE가 새겨진 레플리카 유니폼, 티셔츠, 열쇠고리, 인형, 머플러, 수건이 있었다. 텀블러에서도 역시 이대성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독자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기자도 이대성 열쇠고리를 샀다.
일본이 이렇게 다양한 관련상품을 제작할 수 있는 것은 NBA처럼 ‘규모의 경제’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프로농구는 매 경기 3500명 이상을 꾸준히 채워주는 강력한 팬덤이 있다. 이들이 경기장에 와서 먹고 마시고 쇼핑하며 쓰는 돈은 입장권 외에도 5만원이 넘는다. 1인당 10만원 정도 소비를 하고 가는 셈이다. 이런 구단이 1부리그에만 24개팀이다.
구단에서는 굿즈회사와 합작해 한정판 상품을 개발하는 등 소비자의 구매력을 끊임없이 유도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브랜드도 일본프로농구 시장에 너도 나도 뛰어들었다. 미카와의 유니폼은 컨버스가 제작했다.
기자도 웬만한 NBA 구장에 다 가봤지만 일본프로농구 상품의 종류와 질이 결코 NBA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솔직히 구단관련상품을 보고 구매욕구를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일본에서는 저절로 지갑이 열렸다. 도저히 안 사고 못 지나칠 정도로 물건을 잘 만들어놨다. 한국은 외부음식반입이 허용되는 데다 농구장 안에서 솔직히 살 것이 없다. KBL이 경기장 입장수익 외 부가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미카와 구단 “올 시즌 평균관중 3500명 돌파와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목표”
지난해 12월 B리그 시마다 신지(52) 총재가 한국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시마다 총재는 “류큐 골든킹스는 일본에서 최초로 1만석 규모 NBA식 홈구장을 지었다. 이후 구단수익이 21억 4천만 엔(약 203억 원)으로 전에 비해 2.5배 증가했다. 2026년부터 1부리그에 생존하려면 평균관중 4천명, 구단수입 12억 엔(약 114억 원) 이상, 전용체육관 건립계획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성이 뛰는 경기장에 가보니 약 3800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에 빈자리가 없었다. 경기장 규모는 다소 작았지만 만원사례였다. B리그는 전용구장이 없고, 수용규모가 작다는 것을 리그의 약점으로 보고 2026년까지 프리미어리그(1부리그)에 남으려면 5천석 이상의 경기장 신축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이대성은 “솔직히 일본에 와보니 마케팅이 놀라운 수준이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여러가지 물품이 잘 팔린다. 구단도 성적은 물론이고 마케팅과 관중수익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 한국에서는 선수가 운동 위주였다면 일본은 시내에서 선수가 직접 구단 홍보와 판촉행사를 하기도 한다. 후원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파티도 중요한 행사”라고 소개했다.
KBL도 부산 개막전에 8780명이 입장하는 등 모처럼 흥행호재를 맞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관중수에 만족할 것이 아니다. ‘부산 개막전’, ‘허웅 효과’ 등 의도치 않은 호재가 많았다. 단발성 흥행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팬들을 끌어모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팬들이 왔을 때 얼마를 쓰고 가는지 실질적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장치가 많아져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
*이대성 열쇠고리를 추첨을 통해 팬들에게 드립니다. jasonseo34@osen.co.kr로 사연/이름/연락처/주소 보내주세요. 많은 응모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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