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사람들 치료하며 번 돈… 사회 환원하는 것은 당연”[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이소현 기자 2023. 10. 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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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최지현 마음아리심리클리닉 대표
대학생 때 아프리카 봉사활동중
아이들 열악한 환경에 충격
용돈 아껴 후원 시작뒤 꾸준한 나눔
세종시 두번째 ‘그린노블클럽’ 가입
“나에게 봉사는 힐링하는 시간”
지난해 12월 초록우산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한 최지현 후원자가 제주도 가족여행에서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 가족은 최 후원자가 나눔을 실천하는 데 있어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초록우산 제공

“마음이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보듬어 줌으로써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돈 많은 사람만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어두운 부분을 밝혀주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어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세종에서 마음아리심리클리닉을 운영하며 매월 150만 원을 초록우산에 후원하고 있는 최지현 후원자. 최 후원자는 “대학생 때 용돈을 아껴 정기 후원을 한 게 시작이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결연 아동 수를 조금씩 늘려갔다”고 말했다. 직장인밴드를 통해서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그는 세종에서 두 번째로 탄생한 그린노블클럽(1억 원 이상 고액 후원자 모임) 가입자이기도 하다.

최 후원자의 첫 기부는 대학생 시절 떠났던 해외 봉사활동을 계기로 이뤄졌다. 봉사단 활동의 일환으로 방문한 아프리카에서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목격했고, 단순히 지구 반대편 나라의 안타까운 이야기로만 치부하기엔 충격이 컸다고 한다.

최 후원자는 “생명에 경중이 있는 것은 아닌데, 봉사자는 깨끗한 물을 마시고 정작 아이들은 깨끗한 물을 마시려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타지에서의 귀중한 경험은 아동복지학부 학생이던 최 후원자를 꾸준히 아동 관련 일에 종사하게끔 이끌었다. 최 후원자는 “아동의 빈곤과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인식하게 됐고, 졸업 시기 자연스럽게 아동심리 쪽으로 더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후원자는 수십 년째 나눔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가족들의 지지와 응원’ 그리고 ‘직업적 구조’를 꼽았다. 그는 심리상담·치료에 대해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을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특이한 직업적 구조’라고 소개하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이웃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아내의 나눔 활동을 오래도록 지켜본 남편은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다. 자녀를 다 키운 뒤 국경없는의사회 같은 비정부 기구 소속으로 봉사를 다니는 것이 부부의 꿈이다. 아들과 딸에게 후원을 강요한 적은 없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는 또 다른 지구 반대편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실상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했다고 한다.

최 후원자는 “나눔을 행동으로 옮기든 옮기지 않든 세상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평소 조용한 후원을 이어오던 최 후원자도 그린노블클럽 가입을 혼자서만 결정할 수는 없었다. 최 후원자는 “아무래도 큰 금액이 후원되는 부분이다 보니 가족 회의를 진행했다”며 “사고 싶은 물건을 적게 사고, 여행 횟수를 줄여야 하는 등 여러 불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가족들이 기쁜 마음으로 선뜻 동의해줬다”고 밝혔다. 최 후원자의 누적 후원 금액은 3650만 원으로, 1억 원 이상 기부를 목표로 초록우산의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했다.

기부금 전달식에 참여한 경험은 많지만 아이를 데리고 참석한 행사는 그린노블클럽 위촉식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최 후원자는 “아이가 감동을 받았는지 엄마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해주면서 울먹거리더라”며 “단순히 공부만 잘하라고 이야기하는 부모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아이로 자라나도록 조금이나마 모범을 보였구나 싶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행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중엔 센터 운영과 소속된 단체 활동으로 바쁜 그는 주말에도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세종점자도서관에서 녹음 봉사를 하는 최 후원자는 “서울에 거주할 때부터 오래 해왔던 봉사활동인데 재작년 세종에도 점자도서관이 개관하면서 다시 할 수 있게 됐다”며 “바쁜 와중에 어떻게 봉사활동까지 하냐라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저한테는 봉사가 아니라 힐링하는 시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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