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 약속 지켜지길 바란다”
검찰·공정위·헌재 모두 합법이라 판단했는데도
변협, 2021년 광고규정 개정해 변호사 징계
법무부, 800여일 만에 징계 취소 결정
지난 9월26일 법무부는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에 대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로톡에 온라인 광고를 낸 변호사를 징계한 변협의 광고규정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국내 최대 변호사 단체가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청년 창업자에게 ‘완패’한 셈이다. 패인은 변협의 무리수에 있다. 검찰과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헌법재판소까지 모두 로톡을 합법적인 서비스라고 판단했는데도, 변협이 법조계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지키려고 억지를 부린 탓이다.
지난 17일 만난 김본환 ‘로앤컴퍼니’(로톡 운영 회사) 대표는 소감을 묻자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변협이 로톡에 가입만 해도 징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든 날로부터 꼬박 829일 만에 나온 징계 취소 결정이다. 2012년 로앤컴퍼니를 설립한 김 대표는 2014년 로톡 서비스 출시 이듬해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검찰 고발을 시작으로 무려 8년 동안 변호사 단체와 크고 작은 ‘법률 전쟁’을 벌였다. 2021년 변협이 로톡 광고를 막는 규정을 만들어 이를 위반한 변호사들을 징계하면서 회사는 큰 타격을 받았다. 2022년 3천명이 넘던 변호사 회원 수가 1700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매출도 반토막 났다. 회사는 희망퇴직으로 직원 50%를 감원했고, 직원 연봉은 동결됐다. 경영진은 임금이 삭감됐다. 변협과 싸우는 동안 회사가 입은 피해는 최대 4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상태에서 내려진 법무부의 징계 취소 결정은 “감사한 일이긴 하지만, 아쉬움이 많은” 결정일 수밖에 없다. 심의에 무려 9개월이나 걸릴 만큼 복잡한 사안이 아닌데도 법무부는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이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지난 8년을 돌아봤다.
— 로톡을 만들게 된 계기는?
“2012년에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 변호사 선배들을 많이 만났다(김 대표는 로스쿨 4기 출신이지만, 변호사 시험을 보지 않고 창업을 했다). 그때 선배들한테서 ‘이러다가 포털 사이트 배만 불리고 우린 다 망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변호사들이 포털에 광고를 더 많이 노출하기 위해 광고비를 경쟁적으로 지출하는 ‘치킨게임’에 내몰린 것이다. 변호사가 내는 광고비는 점점 높아지는데, 광고 효과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변호사는 점점 많아지는데 의뢰인은 여전히 변호사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건 뭔가 구조적인 잘못이 있는 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로톡을 출시했다.”
— 2000년대 초반에 ‘로마켓’이라는 스타트업이 있었는데, 변협의 공격을 못 견디고 망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먼저 변호사가 그때보다 훨씬 많이 늘었다. 그리고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다. 이 두 가지 사건은 변호사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로톡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물론 로톡이 처음부터 잘 될 것으로 보진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변호사 집단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고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업을 같이 한 친구들에게 ‘무조건 10년은 버텨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다’고 했다.”
— 변협이 싸움을 걸어올 것으로 예상했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변호사들과 싸운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변호사들은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변호사한테 돈(광고비)을 받고, 변호사는 의뢰인한테 돈(상담료)을 받는다. 변호사들이 성장해야 우리 회사도 성장한다. 우리는 변호사들이 어떻게 하면 사업이 잘 되도록 도움줄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는 회사다. 그래서 변호사는 절대로 우리의 적이 될 수가 없다. 단 한 번도 변협과 싸우고 싶었던 적도 없고, 싸운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 변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변협 안에서도 소수 주동자들이 우리를 적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변호사 집단을 갈라치기 하면서 겉으론 로톡을 상대로 변협 전체가 싸우는 것처럼 보이게 한 거다. 그들은 우리가 시장에서 없어지길 바란다. 우리나라 법률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심하고, 고객 접근성도 낮고, 법조 브로커가 판을 치고, 전관예우와 같은 관행으로 불신이 심하다. 일종의 ‘사법 불신’ 현상인데, 우린 이런 문제를 기술로 해결해 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런데 변협 내 주동자들은 이런 문제의 해결을 원치 않는 것 같다. ‘국가가 나서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일개 스타트업이 어떻게 풀 수 있겠느냐’라고 폄하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끝까지 버틸 것이다.”
— 전관 출신과 같은 기득권 세력은 로톡이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겠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를 없애려 할 것이다. 이 싸움은 법리적 싸움이 전혀 아니다. 정치적 싸움에 가깝다. 로톡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불법이라는 판단을 받은 적이 없다. 경찰과 검찰, 공정위, 헌법재판소까지 모두 로톡을 합법적인 서비스라고 판단했다. 우리를 공격하는 이들은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장사를 잘 하고 있는데, 왜 로톡이 끼어들어 자꾸 정보 비대칭을 깨려 하느냐’라고 생떼를 부리는 것 같다. 소비자들은 ‘왜 법률시장만 정보 비대칭이 안 깨지나, 왜 여기만 철옹성인가’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소비자의 지지를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 변협과 싸우는 동안 투자자 이탈은 없었나?
“우리가 감사해야 할 분들이 바로 투자자들이다. 우리가 공격받는 동안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2021년에 벤처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받았는데 변협의 공격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우리를 믿어주셨다. 오히려 변협 징계 이슈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다음 투자 계획도 우리에게 제안했다. 그 계획도 다 짜여 있다.”
— 로톡 회원은 주로 로스쿨 출신인가?
“지금 변호사업계는 이미 로스쿨 출신이 더 많다. 전체 3만4천명 변호사 가운데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비중을 따져보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막 개업을 한 로스쿨 출신은 포털의 고비용 광고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 대형 로펌이나 전관 변호사와 경쟁할 수 있는 자금력이 부족하다. 로톡은 그런 변호사들이 한 달에 25만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면 충분히 자신을 홍보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 변호사업계에 플랫폼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사례처럼 플랫폼이 기존의 시장 질서를 파괴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로톡에 대해서도 여러 우려가 있다. 광고비를 더 많이 내는 변호사가 소비자와 더 자주 연결되도록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
“로톡은 변호사 광고를 무작위로 노출한다. 로톡의 알고리즘은 프로그램 개발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 와서 보면 그냥 확인할 수 있다. 그 정도로 투명하다. 누구든 로톡 사이트나 앱에 들어가서 계속 ‘새로고침’을 하면 변호사 광고가 랜덤으로 노출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앞서 검찰과 경찰, 공정위 등을 통해 여러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이번에 법무부 징계위원회 심의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 로톡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면 알고리즘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로톡이 시장 지배자가 되는 건 너무 먼 얘기다. 우리가 10년 전 창업했을 때 그렸던 사업 규모를 100이라 봤을 때 지금은 30 수준이다. 변호사 회원들한테서 아무리 광고비를 쥐어짜봤자 100이 될 수 없다. 우리 사업 모델은 변호사 광고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 광고는 우리가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에 해당한다. 새로운 투자를 하기 위한 자금을 제공할 뿐 우리 목표가 아니다. 만약 우리가 광고료를 올린다면 합리적 가격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누군가가 나타나 로톡을 대체하지 않겠나.”
— 실력이 검증 안 된 변호사들이 광고만 그럴 듯하게 해 의뢰인의 선택을 받게 되면 결국 법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 논리가 이해가 안 간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수임을 비교했을 때 오프라인에서 수임한 변호사가 더 실력이 뛰어나다는 근거가 도대체 뭔가. 오프라인 수임은 오히려 사건 브로커가 개입해 실제 변호사의 실력이 어떤지 검증하기 어려운 대신, 비용은 많이 든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법률 서비스는 대표적인 경험재다. 경험해 보기 전에는 그 변호사가 실력이 있는지, 의뢰인과 잘 맞는지 모른다. 그래서 리뷰가 중요하다. 로톡은 사용후기를 작성하도록 돼 있다. 로톡이 나오기 전까진 그 어떤 곳에서도 리뷰를 남기는 시스템이 없었다.”
— 포털에서 리뷰 조작 논란이 많았는데, 로톡도 그럴 수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로톡은 실제로 변호사한테서 상담을 받고 그 상담 결과지를 받아야만 리뷰를 남길 수 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안티프로드’(Anti-Fraud, 사기방지) 기술을 도입했다. 정보통신(IT) 기업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술이다.”
로톡 “정보 비대칭, 법조 브로커, 전관예우 기술로 해결”
네이버 등 포털과 경쟁할 수 있도록 공정한 규칙 필요
“법률서비스 시장에서도 스타트업 성공할 수 있어야”
— 로톡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되면 변호사가 종속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지금 변호사 광고 시장의 지배자는 네이버다. 관련 매출이 1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매출 규모는 네이버에 견줘 수십분의 1밖에 안 된다. 이런 회사에 대해 ‘나중에 시장 지배적 지위를 가질 거야’라고 가정해 각종 우려를 제기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네이버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대기업은 놔두고 스타트업을 공격하는 논리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 아닌가. 변협이 로톡에 광고를 못 하도록 광고 규정을 개정할 때 ‘네이버 광고에도 적용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항의했더니, 네이버와 다음, 구글은 예외라고 했다. 이런 차별적인 대우가 어디 있나.”
— 법무부 결정 이후 여러 공익활동에 힘쓰겠다고 했다.
“우리는 일반 기업과 사회적 기업, 두 가지 디엔에이(DNA)를 갖고 있다. 로스쿨 출신들이 매년 1700명 이상 배출되는데, 이들이 갈 수 있는 공식적인 직업 수가 대략 700개 정도다. 나머지 1000명은 변호사 개업을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이 의뢰인을 만날 기회가 많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변호사 개업 후 첫 6개월 동안 광고비를 안 받는 방식으로 청년 변호사들을 지원하려고 한다. 우리가 최근 3년간 법률 소외계층 지원 사업에 쓴 돈이 75억원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들이 무료로 변호사와 상담할 수 있는 쿠폰을 59만개 지급했다. 쿠폰 1개당 15분 동안 변호사와 전화 상담을 할 수 있다. 이런 사업 자체가 법률상담 시장을 키우는 효과가 있다.”
— 변협과의 분쟁으로 인한 피해 회복은 얼마나 걸릴 것 같나?
“회원 탈퇴했던 변호사들이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관건은 변호사 광고 시장의 룰을 정하는 것이다. 법무부가 포털과 리걸테크(법률정보기술) 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줬으면 한다. 포털은 알고리즘을 통해 광고비를 많이 낸 변호사를 더 많이 노출하고, 광고비도 무한대로 받는다. 반면, 우리는 상한선이 적용된다. 변호사 1명당 한 달에 2750만원까지 광고비를 받는데, 법무부는 그게 높다고 한다. 그래서 700만원까지 내리겠다고 했다. 너무 불공정하지 않나. 이번에 법무부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관련해서 소비자 후생을 선택해주신 것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스타트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정말로 잘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변호사가 3만명 넘는 시대인데도, 소비자 1명당 아는 변호사가 몇 명인지 조사해보면 ‘0~1명’이 90%가 넘는다. 변호사 수가 엄청 늘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변호사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 로톡을 잘 활용하면 법률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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