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못 추면 오히려 좋아, 이게 진짜 ‘챌린지’
댄스 챌린지 문화가 아이돌들의 컴백 필수 관문이 되면서 다양한 장단점이 나타나고 있다. 도대체 챌린지가 뭐기에 다들 포기하지 못하는 걸까.
‘니춤내춤’의 묘미와 가성비 홍보
마치 자신의 춤인 양 자연스러운 '니춤내춤’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것도 챌린지의 장점이다. NCT 태용이 참여한 챌린지는 나왔다 하면 화제다. 특히 팬들이 좋아한 챌린지는 6월 10일 르세라핌 틱톡 계정에 올라온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로, 10월 중순 기준 970만 뷰를 기록 중이다. 걸 그룹 춤마저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놓고 마지막에 부끄러워하는 표정까지 완벽하다.
때로는 챌린지가 후배들에게는 롤 모델 선배에게 다가갈 오작교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올 7월 데뷔한 제로베이스원에서는 최근 NCT 127 마크·해찬과 'Fact Check’ 챌린지를 한 성한빈, 방송에서 '샤라웃’한 끝에 에이티즈와 'BOUNCY’ 챌린지를 함께한 김규빈 등 여러 '성덕’이 탄생했다. 꼭 신인이 아니어도 평소 좋아하는 선배와 챌린지를 하고 싶어 하는 아이돌이 많다. 엑소 카이의 'Rover’ 챌린지 같은 경우 활동기가 아닌데도 오로지 카이와 춤추기 위해 차려입고 나선 아이돌들이 있을 정도로 후배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댄스 챌린지가 흥하다 보니 장점만큼 단점도 드러나고 있다. 댄스 챌린지는 참여자의 춤 퀄리티를 논하지 않는 게 '국룰’이다. 그러나 서바이벌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2’에 출연 중인 댄스 크루 베베의 리더 바다가 만든 'Smoke’ 챌린지는 참여자 간 실력 비교 논란으로 번졌다. 챌린지에 참여한 아이돌들을 SNS에서 평가하고 조롱하는 일이 벌어지자 K-팝 팬들 사이에서는 "내 돌은 안 했으면 좋겠다" "‘Smoke’ 챌린지 해달라고 말하지 말자"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SBS 인기가요’ MC이자 춤 잘 추기로 유명해 다양한 챌린지를 선보여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연준마저 "요즘 챌린지의 의미가 많이 변질된 것 같다. 챌린지가 도전이지 않나. 보고 즐기면 되는데 어느 순간부터 배틀처럼 누가 더 잘하고 낫다는 댓글들을 많이 봤다. 눈살이 찌푸려지더라"며 솔직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19금 코드 챌린지가 무분별하게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파고드는 것도 문제다. 지난 7월 개그맨 조훈의 부캐 '조주봉’이 발표한 노래 '홍박사님을 아세요?’는 가슴이 작은 여성이 홍박사를 찾아가 가슴이 커지는 운동을 배우는 내용이다. 야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중년 아저씨 설정 자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신곡을 발표한 여자친구 출신 예린은 조훈과 '홍박사님을 아세요?’ 챌린지에 도전했다가 팬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어린 팬도 많고 이미지가 중요한 아이돌이 가슴 콤플렉스를 주제로 하는 곡 챌린지를 굳이 할 필요가 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댄스 챌린지 특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K-팝 팬도 생겨나고 있다. 아무래도 챌린지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포인트가 되는 손이나 발동작 위주로 만들어진다. 멜로디도 쉽게 흥얼거릴 수 있게 말랑말랑해졌다. 그러다 보니 파워풀한 안무나 시원한 고음 파트를 무기로 하는 곡에는 챌린지 구간을 넣기가 애매해진다. 안무가들도 고심하는 부분이다. 에스파 대표곡 'Next Level’의 'ㄷ’ 춤을 만든 안무가 바다는 댄스 챌린지에 대해 "처음부터 회사에서 챌린지는 간결하고 눈에 확 띌 수 있게, 흔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좀 더 '와우’ 할 수 있는 포인트를 넣어 짜달라고 지령이 내려온다"면서 "안무가 색깔을 넣으면서 사람들이 잘 따라 할 수 있어야 하고, 아티스트도 좋아할 만한 중간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억지 챌린지 말고 팬들이 도전하고 싶은 챌린지로
그러나 이런저런 말이 나온들 점차 글로벌화하고 있는 K-팝 산업에서 세계로 가는 가장 가성비 좋은 관문인 댄스 챌린지를 포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예 챌린지 파트를 염두에 두고 역으로 이에 어울리는 노래를 만들거나 본무대용 안무와 챌린지용 안무 2가지를 모두 만드는 방식 등 여러 대안이 등장했다. 신인 그룹 판타지 보이즈의 경우 데뷔곡 'New Tomorrow’의 챌린지용 버전 안무를 세계 3대 틱토커가 따라 하는 등 큰 인기를 끌자 무대에서 안무를 챌린지용으로 바꿔 선보이기도 했다.‘챌린지’라는 단어 그대로 '도전’하고 싶게끔 만드는 안무로 쉬운 챌린지들 틈새를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차피 따라 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말이다. BTS 지민의 솔로 1집 앨범 타이틀곡 'Like Crazy’가 나왔을 당시 아미들은 지민이 알려준 챌린지 구간 대신 변형한 챌린지를 유행시켰다. 실물 크기의 지민 등신대를 세워놓고 지민을 둘러싸는 댄서 부분을 따라 하며 즐겼다. 요즘 유행 중인 라이즈의 'Get A Guitar’ 챌린지는 발동작이 단순해 보이나 묘하게 느낌을 살리기가 쉽지 않아 도전 의식을 불타오르게 만든다. 최근에는 춤 잘 추는 래퍼 이영지가 라이즈 멤버들과 함께해 큰 웃음을 안겼다. 이후 이영지는 자신의 SNS에 "솔직히 'Get A Guitar’ 스텝 다 나처럼 춘다. 인터넷에 있는 모범 사례들은 다 AI들이다. 그게 아니면 그렇게 잘 출 수가 없어"라고 당당한 후기를 남겼다. 춤 못 추면 어때, 오히려 좋아! 즐거우면 그만이다.
윤혜진은
아이돌 조상 H.O.T.부터 블락비, 에이티즈까지 청양고추 매운맛에 중독된 K-팝 소나무다. 문화교양종합지와 패션 엔터테인먼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며 덕업일치를 이루고, 지금은 '내돈내산’ 덕질 하는 엄마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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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박효신 조훈 투모로우바이투게터 NCT127 SNS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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