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신세계’에 프리퀄이 있었다면[봤다 OTT]
2013년 개봉한 박훈정 감독의 영화 ‘신세계’는 개봉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후속작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고 나오는 작품 중 하나다. 이 작품은 2002년 개봉 홍콩영화 ‘무간도’ 시리즈로 유명해진 ‘언더 커버’물 즉 잠입수사를 다뤘다.
비록 여러 이유로 ‘신세계’의 후속작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특히 영화의 막바지에 등장했던 프리퀄(Prequel·이전 이야기) 한 장면으로 그 수요가 높아진 이야기는 10년이 지난 후 OTT에서 부활한 것 같다. ‘신세계’를 만든 사나이픽쳐스가 디즈니플러스 ‘최악의 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첫 공개된 ‘최악의 악’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신세계’를 연상하게 한다. 특히 ‘신세계’의 이전 이야기가 떠오른다. 1990년대, 평범한 시골 경찰로 일하고 있던 박준모(지창욱)은 어느 날 서울 강남의 거대 조직이 관여된 마약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조직원으로 투입된다. 평소 경찰로 창창하던 아내와의 비교로 자존심이 상했던 준모는 조폭조직 ‘강남연합’ 정기철(위하준)의 마음을 사 그의 오른팔이 된다.
‘최악의 악’에는 언더 커버물의 여러 설정이 그대로 통용된다. 이는 ‘신세계’에서도 나왔던 내용과 비슷한데 일단 잠입수사를 하는 경찰이 순수한 마음에 저돌적인 성격이라는 점 그리고 갖은 의심과 시험을 거쳐 조직원으로 자리 잡는다는 점. 그럼에도 계속 그의 신뢰를 시험하는 상황이 나와 긴장감을 준다.
여기서 ‘최악의 악’은 평범한 관계성을 조금 비튼다. 조직의 보스 정기철이 잠입해 권승호로 활동하는 박준모의 아내 유의정(임세미)를 짝사랑한다는 설정이다. 이는 언더 커버물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던 설정으로,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박준모는 자신의 아내에게 다가오는 보스도 신경 써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특히 4회에서 이런 부분이 돋보이는데 의정의 어머니 즉 준모의 장모가 돌아가셨지만 준모는 문상을 가는 기철과 동행하면서도 슬픔을 표현할 수 없다. 오히려 정체만 들킬 뻔한 위기를 겪으며 장모의 빈소에 발을 들이지도 못한다. 그가 빈소를 떠나면서 로비에서 절을 하는 장면은 언더 커버물의 속성과 한국적인 부부관계의 특징이 섞인 새로운 느낌으로 탄생했다.
결국 ‘최악의 악’의 잠입수사는 강남 조직의 마약 거래망을 일망타진해야 한다는 큰 과제에 수사에 함께 참여하면서 감정적으로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첨가해 다층적인 구조를 짰다. 여기에 중국 마약조직의 간부 해련 역으로 가수 겸 배우 김형서(비비)가 등장해 준모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복잡하게 꼬인다.
어쩌면 ‘신세계’의 제작진이 그 프리퀄에서 평범한 형사가 조직원이 돼가는 과정도 보여주면서, 그동안 갈고닦아왔던 삼각관계라는 양념을 새롭게 첨가해 재탄생시킨 장르물인 것이다. 액션과 감정 연기를 오가는 지창욱의 모습은 극을 이끌기 충분하고, 조직의 보스로서는 너무나 ‘스윗’한 정기철 역의 위하준은 ‘오징어 게임’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매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색다른 소재인 만큼 경찰부부의 동시 작전이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임세미가 연기한 의정은 남편의 작전을 부정하다 또 과거 교회 동생인 기철에게 흔들리는 이해하지 못할 선택으로 극에 고구마를 선사한다. 이러한 설정 때문에 ‘최악의 악’은 애석하지만 현실과는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추천할래? ★★★☆☆ (‘핑크빛 누아르’, 그 희소성에 건배.)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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