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빌라는 월세·아파트는 전세 굳어지나

나원식 2023. 10. 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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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연립, 월세 늘고 전세 줄어…전세 비중 50%대
전세사기 여파에 전세금 반환보험 강화로 월세화 가속
"아파트 수요 갈수록 늘어…빌라 월세화는 장기 추세"

전세사기 사태의 영향으로 확산한 빌라 시장의 전세 기피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대전과 수원 등에서 전세사기 사건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불안감이 여전한 데다가 앞서 정부가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기준을 강화하면서 보험 가입이 가능한 '안전한' 매물을 찾기도 어려워진 영향이다.

이는 그간 지속해 나타났던 아파트 선호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빌라 전세를 선택할 바에는 대출을 더 받아서라도 아파트를 선택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이런 흐름이 이어질 거라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아파트 시장의 경우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빌라는 월세화 가속…아파트는 전세 비중 증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량은 5만 2336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9만 8264건)의 53.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전세 비중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70%에 달했는데 지속해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는 5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부각했던 역전세와 전세사기 사태 등으로 전세를 기피하는 흐름이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터진 전세사기 사건이 주로 빌라나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만큼 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연립 다세대 주택 임대차 시장 전세 비중. /그래픽=비즈워치.

여기에 더해 정부가 역전세난 대책 중 하나로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 기준을 강화하면서 빌라 전세 시장이 더욱 위축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올해 5월부터 기존에는 공시가격의 1.5배까지 가능하던 전세 보증 한도를 1.26배로 낮춘 바 있다.

결국 이 기준을 맞추려면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기존보다 낮춰야 하는데 이런 매물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빌라 전세 수요가 소형 아파트 등으로 쏠리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자치하는 비중은 빌라 시장과 반대로 되레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세 비중은 올해 1월 55.2%에서 지난 9월 61.1%로 증가 추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금 보증보험 기준이 강화하면서 전세를 받을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줄어들었다"며 "여기에 더해 신혼 부부 등 매수 대기 수요가 전세사기 등으로 불안한 빌라보다는 주로 아파트로 쏠리면서 당분간 이런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투자 수요도 위축…빌라 시장 위축 어쩌나

이런 흐름으로 빌라 시장 자체가 위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세 보증보험 기준 강화 등으로 전셋값을 올리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갭투자 등 투자 수요가 줄어들 거라는 전망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다세대·연립 주택 전세가율은 올해 들어서 지속해 낮아지고 있다.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것보다 전세가격이 더욱 빠르게 하락한 영향이다.

서울 연립 다세대 주택 전세가율. /그래픽=비즈워치.

여기에 더해 정부가 내년 7월부터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 역시 공시가의 126% 이하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할 거라는 전망이다. 등록 임대사업자는 필수적으로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빌라 시장에서 이탈하는 사업자들이 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빌라가 월세화하면서 시장이 위축하고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는 흐름이 장기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사기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갈수록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는 흐름이 있어 왔다"며 "여기에 더해 빌라 전세에 대한 불안감까지 커지면서 대출을 더 받아서라도 아파트를 선택하려는 이들이 더욱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도 지난달 내놓은 '전세의 월세 전환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런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손은경 선임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전세 사기의 주요 대상이 된 수도권 빌라 시장은 당분간 월세 전환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보증금으로 맡기는 목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월세 선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보증금 규모가 큰 중대형 아파트 등은 월세 전환 시 주거비 부담이 세입자의 소득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워 전세제도 유지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전세 제도가 자가 주택 마련의 디딤돌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수요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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