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향한 위로 [무비뷰]

서지현 기자 2023. 10.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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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한 슬픔이 아니다.

'너와 나'는 그들에게, 그리고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다.

'너와 나'(연출 조현철·제작 필름영)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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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막연한 슬픔이 아니다. 그 사건이 있기 전, 그들은 모두 평범한 학생이었다. '너와 나'는 그들에게, 그리고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다.

25일 배우 조현철의 첫 장편 영화 연출작 '너와 나'가 개봉한다. '너와 나'(연출 조현철·제작 필름영)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고등학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잠에서 깨어나는 세미로 시작된다. 자전거와 충돌 사고로 다리를 다쳐 입원 중인 하은과 관련된 꿈을 꾼 세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다짜고짜 그를 찾아간다.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세미는 함께 갈 수 없는 하은이 야속하기만 하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비밀만 많은 하은이 밉다. 하지만 동시에 그를 사랑한다.

자꾸만 어긋나는 두 학생은 과연 수학여행을 하루 앞두고 서로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을까.

너와 나


영화는 지난 2014년 벌어진 세월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작품 내내 곳곳에 숨겨진 나비들과 세미와 하은의 주된 관심사인 '수학여행',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안산 등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건들을 다시금 일깨워 준다.

그러나 영화는 세월호를 소재로 하되, 쏟아지는 슬픔을 앞세우지 않았다. 세미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이들의 하루는 평범한 여고생의 일상과 같다. 애틋함과 미움, 사랑이 공존하는 이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라 꽃봉오리가 터지듯 관객들의 감정도 함께 터뜨린다. 여운과 아련함을 담아냈지만,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다.

여고생의 사랑과 더불어 영화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단순하게는 우정부터, 삶과 죽음, 남겨진 사람들이 이야기 등이 녹여져 있다. 모든 키워드들은 겉돌지 않고 은은하게 녹아든다.

여기엔 조현철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너와 나'는 직설적인 제목과 달리, 거울을 통해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수 등장한다. 이에 대해 조현철 감독은 "단원고 앞에 있는 공원에서 가져온 소품이다. 그 거울은 세미의 모습이 비친다. 그 거울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 있을 것"이라며 "단원고에 다니는 학생들, 세월호에 탑승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한 번쯤은 그 거울에 맺혀있었다는 걸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거울을 필두로, 갈변하지 않은 사과, 특유의 색감 등도 작품 속 메시지에 힘을 보탠다.

두 여고생을 연기한 박혜수와 김시은의 '케미'도 흥미롭다. 두 사람은 우정과 사랑 사이 헤매는 두 청춘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여고생 특유의 감성을 담아냈다. 수 차례 리허설을 통해 이들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낸 조현철 감독 덕분이다. 다만 때론 지나치게 현실적인 여고생 감성이 약간의 피로감을 동반하기도 한다.

'너와 나'는 강렬하지 않다. 다만 영화 속 특유의 색감이 주는 따스함처럼 은은하다. 두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사랑의 시작점에 닿아있다. 위로와 사랑, 먹먹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다. 러닝타임은 118분. 12세 이상 관람가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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