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단골후보 두 북미 작가가 뽐내는 단편소설의 묘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시즌이면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복미의 두 여성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와 마거릿 애트우드의 최신 단편소설집이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
캐롤 오츠의 단편들이 공포의 원천이 무력한 심리에 있다는 진실을 섬뜩하게 보여준다면, 애트우드의 소설들은 판타지·대체역사·우화·가상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동시대 여성의 삶과 예술을 다뤄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거릿 애트우드 '숲속의 늙은 아이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해마다 노벨문학상 시즌이면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복미의 두 여성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와 마거릿 애트우드의 최신 단편소설집이 나란히 번역돼 나왔다.
캐롤 오츠의 단편들이 공포의 원천이 무력한 심리에 있다는 진실을 섬뜩하게 보여준다면, 애트우드의 소설들은 판타지·대체역사·우화·가상인터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동시대 여성의 삶과 예술을 다뤄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늘 다니던 길로 귀가하는 길에 우회 표지판을 만나 길을 따라가다가 교통사고가 난 뒤 도움을 청하려고 낯선 저택에 불쑥 들어가게 된 여성, 친구의 병문안을 위해 오래전 살던 도시로 왔다가 낯선 남자를 따라 홀린 듯 작업실로 따라가는 여성,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재소자가 가석방을 신청해 열린 공청회에서 청중을 향해 말을 거는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의 소설집 '밤, 네온'에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젠더, 인종, 계급으로 이뤄진 미국 사회의 촘촘한 위계 속에서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인물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분투하다가 어느 순간 일상과 상식의 선을 넘어서며 끔찍한 결과를 맞는다.
평범하게 시작해 한순간에 끔찍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악몽처럼, 이 단편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일상적인 장면으로 시작해 서서히 비현실적이고 괴기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어둡고 섬뜩한 심연을 드러낸다.
인간의 무력함에서 기인하는 공포를 다채로운 이야기 속에서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이에 반해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신작 소설집 '숲속의 늙은 아이들'에는 좀 더 가벼운 톤의 단편들이 담겼다. 애트우드는 이 소설집에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한 지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단편들을 수록했다.
별안간 지구에 나타난 우주인이 지구인들에게 페미니즘적 우화를 설파하는 '참을성 없는 그리젤다', 실존 여성 작가인 애트우드 자신이 세상을 뜬 지 70년이 넘은 남성 작가 조지 오웰을 인터뷰하는 '망자 인터뷰', 어느 날 인간 여자가 돼버린 달팽이의 처절한 괴로움을 그린 '윤회 또는 영혼의 여행' 등이다.
각각의 단편은 그 자체로 독립돼 있지만, '넬'이라는 여성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서로 느슨하게 연결돼 있다.
작가가 3년 전 내놓은 연작소설집 '도덕적 혼란'에 등장했던 넬과 티그 커플이 이번 소설집에도 그대로 등장하는데, 이들 모습엔 실제로 결혼은 하지 않고 평생 파트너 관계였던 작가 본인과 소설가 그레임 깁슨이 투영돼 있다.
넬과 티그는 함께 평온하게 살아가지만, 노화가 진행되면서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점차 삶 곳곳에 도사린 위험에 둔감함을 보인다.
▲ 밤, 네온 =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수영 옮김. 은행나무. 468쪽.
▲ 숲속의 늙은 아이들 =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민음사. 444쪽.
yonglae@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우리집에 가자"…초등생 유인하려던 50대 '코드0' 발령해 체포 | 연합뉴스
- '마약 자수' 김나정, 필리핀서 귀국 직후 양성반응…경찰 조사(종합) | 연합뉴스
- 영동 농로서 50대 남녀 숨진 채 발견…여성은 복부 자상 | 연합뉴스
- '동생살인' 60대, 법정서 부실수사 형사에 돌연 "감사합니다" | 연합뉴스
- '기찻길이 도로인 줄' 타이어 펑크난 채 선로 달린 만취운전자 | 연합뉴스
- [수능] 국어지문 링크에 尹퇴진집회 안내…경찰 "해킹아닌 도메인 구입"(종합2보) | 연합뉴스
- 이영애, '김여사 연관설' 제기 유튜버 화해거부…'끝까지 간다' | 연합뉴스
- [수능] '노이즈' 40번 이상 반복 등장한 국어 지문…"로제 아파트냐" | 연합뉴스
- 가족 앞에서 헤어진 여친 살해, 34세 서동하 신상 공개 | 연합뉴스
- 등교하던 초등생 머리 박고 도주…'박치기 아저씨' 검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