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제왕적’인 대통령은 누구일까? [8교시 정치탐구]
김은지(시사IN 정치팀장)
"팬덤정치 혹은 정치양극화가 국회(또는 정당)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봐야 할 텐데요, 시사IN이 16년째 하는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 신뢰도는 언제나 낮았어요. 부동의 하위권이고요. 이건 국회가 더 잘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기관에 비해 투명하게 더 많이 감시받고, 더 많이 노출되다 보니 생기는 국민의 불신도 있다고 봐요.
그보다는 정치적 양극화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기관 신뢰도를 주의해서 봐야 할 거 같아요. 신뢰도 조사에서 3년째 관찰되는 것 중에 하나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대표적인 것이 검찰 신뢰도예요. ‘당신은 검찰을 신뢰합니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만약에 ‘신뢰한다’라고 대답하면 국민의힘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아요. ‘신뢰하지 않는다’라고 한다면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크고요. 2023년 조사에서는 감사원도 그런 경향을 보였어요.
검찰이나 감사원에 대한 신뢰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정당 지지자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하는 거거든요. 결국 정치의 실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검찰이나 감사원은 사정기관의 역할을 하잖아요. 국가 권력을 일정 부분 독점하고 있는 기관이 이렇게 정파적으로 보이게 한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적 양극화 현상 그리고 팬덤정치로까지 연결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팬덤이라는 단어를 보면 ‘좋아하는 에너지의 집합’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박상훈 박사님 지적에 따르면 지금의 팬덤정치는 ‘반대하는 에너지’의 집합인 거잖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선거에서 이겼던 방식은 어떤 면에서는 이재명 대표보다 이질성 연합을 견디는 힘이 더 컸다는 지점이 있을 거 같아요. 지금은 다 쫓아내버렸지만 이준석 전 대표라든지 김종인 비대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팬덤정치의 문제를 결국 이질성을 견디지 않는, 상대를 혐오하는 마음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을 끊어내는 것이 이기는 정치, 이기는 방식임을 정치인들이 이해해야 할 거 같아요."
박상훈(정치학 박사)
"팬덤정치도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민주주의가 순수하고 이상적인 게 아니에요. 민주주의가 단점이 있다는 걸 우리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인간이 만든 정체 체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면 위험할 수 있는 거예요.
포퓰리즘이 팬덤정치랑 무엇이 다르냐고 한다면, 넓게 봐서 포퓰리즘의 한국적 현상을 집약하는 게 팬덤정치인 면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의 팬덤정치는 포퓰리즘을 가능케 하는 정책이나 이념적 지향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하는 최고 권력의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 열정으로 움직이는 거예요. 정치가 ‘누가 대통령이 될 거냐’를 둘러싼 일종의 대통령 전쟁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불러야 팬덤정치에 좀 더 가까울 거예요.
팬덤정치는 시민을 ‘미래의 추종자’로 만들어요. 메시아적 열정을 부과해서 일을 풀어갔으면 하는 마음을 갖잖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열성적 지지자가 많지 않다고 해도 본인이 정당정치나 의회정치처럼 일종의 다원적 조정의 메커니즘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한다거나 어떤 문제에 해결사처럼 나선다거나 하면 이런 의도 자체가 민주정치의 기반을 약화해요.
한국의 대통령제는 민주화의 결과인 면이 있잖아요. 우리가 1987년에 민주화를 하면서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을 줄이고 의회정치 혹은 정당정치와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헌법을 바꿨어요. 그걸 생각하면 의회를 무시하는 대통령은 민주화의 합의를 무시하는 거라고 할 수 있겠죠. 본인이 ‘제왕적이지 않겠다’라고 하는 걸로는 대안이 될 수 없어요. 야당을 만나서 국정을 공동 통치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해요. 행정부의 수반이 법을 만들고 공공정책의 규범적 기초를 다지는 의회와 야당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건 민주정치가 팬덤정치 그 이상으로 나빠질 수 있어요."
‘8교시 정치탐구’는 격주 월요일 저녁 8시 생방송 됩니다. 전체 방송 내용은 시사IN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작진
프로듀서 : 최한솔 PD
진행 : 장일호 기자
출연 : 김은지 기자, 박상훈 박사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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