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PEC 정상회의 '청신호', 한일중·한중 정상회의로 이어지나
허리펑 부총리도 방미 가능성…정상회담 의제 등 실질 협의 차원 분석
회담 개최 시 '양국관계 긴장 관리' 의미…본질적 관계 변화는 난망
韓 한일중 정상회의·한중 정상회담의 청신호로 이어지나 예의주시해야
이를 놓고 소위 신냉전 기조 속에서 지구촌 패권을 둘러싸고 채스판 전략·전술을 펼치듯 주요국간 여러 변수를 내다보며 치열한 일수 일퇴의 정치·군사·외교적 움직임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왕 부장의 미국 방문은 미·중간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의제 등에 대해 실질적인 협의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도 2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토니 블링컨 장관이 오는 26~28일 워싱턴에서 왕 부장을 맞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미국은 외교를 통해 국익과 가치를 증진하고 이견이 있는 이슈는 해결하며 초국가적인 공동 과제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왕 부장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허리펑 부총리도 미국을 방문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이 매체는 허 부총리의 방미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APEC 기간에 만남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부연하고 이어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유화 공세(charm offensive)에 나서는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정상회담이 미국에서 개최된다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마이클 프로먼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WSJ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어떤 합의를 할 수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면서도 "회의 자체가 가장 중요한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중국은 러시아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또 중국은 러시아와 연대해 '두 국가 방안'을 앞세워서 친 팔레스타인 정서를 가진 아랍권 국가들의 지지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 사이에선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미국 방문은 일단 미중간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사전 준비단계 성격이 짙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와관련,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통화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을 찾아 블링컨 국무장관과 회담을 하는 것은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의 여건조성 성격이 강하다"며 "미·중 양국 외교 총괄이 정상회담 의제 등을 사전에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 센터장은 이어 "이번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디리스킹’ 전환 기조 속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단순 일회성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냉전과 달리 신냉전기에는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이 어렵다는 미국의 판단과 국제외교무대에서 의제를 파고들어 국익을 챙기하는 게 멀리서 불만만 제기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중국의 속내가 합일치한 결과라고 보아야할 것"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미중간 정상회담 성사는 이르면 연말로 예상되는 한일중 정상회의와 내년 상반로 점쳐지는 한중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관문'으로 여겨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 센터장은 "미중 정상회담의 청신호는 한일중 정상회의와 한중 정상회담의 청신호로 이어지는 성격도 있다"면서 "중국이 소위 자유진영의 세계와 소통의 플랫폼을 가동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이것이 한국도 미중 정상회담을 예의주시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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