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탔다, 내릴 때 짜증났다”…‘한국인 먼저’ 독일車 타보니 “돈이 웬수” [카슐랭]
뉴 5시리즈, ‘역대급 하극상’
순수전기차 i5, 탐욕의 화신
수입차 브랜드 중 고르는 재미보다 골라야 하는 고통을 던져주는 곳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다.
BMW와 벤츠는 독일 브랜드 1위를 넘어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1위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로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다. SUV 분야에서도 BMW X시리즈와 벤츠 GL클래스로 경쟁한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E세그먼트 세단은 더 럭셔리하지만 부유하지 않으면 구입하기 어려운 F세그먼트(럭셔리카급)의 대형 세단보다 많이 팔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중추 역할을 맡는다.
‘이그제큐티브’(Executive)도 경영진, 중역, 고급이라는 뜻이다. E세그먼트는 성공한 직장인이 오너드리븐(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차)으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처럼 여겨진다.
두 차종도 브랜드 얼굴인 플래그십 모델 BMW 7시리즈와 벤츠 S클래스를 밀어주고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를 끌어주는 브랜드 중추이자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아울러 국내에서도 현대차 그랜저, 제네시스 G80·G90과 함께 ‘성공하면 타는 차’로도 여겨진다.
브랜드 중추 모델답게 두 차종은 글로벌 베스트셀링카다. BMW 5시리즈는 1972년 처음 공개된 이후 전 세계에 800만대 이상 판매됐다.
BMW 5시리즈보다 35년 먼저 출시된 벤츠 E클래스도 1947년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14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2010년대 국내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브랜드는 BMW코리아다. BMW 5시리즈를 앞세워 수입차 브랜드 판매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10세대 벤츠 E클래스가 2016년 6월 출시되면서 BMW 5시리즈는 물론 BMW코리아도 예상을 뛰어넘는 치명타를 입었다. 벤츠 E클래스를 내세운 벤츠코리아가 수입차 주도권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BMW코리아는 핵심 모델로 BMW 3시리즈를 이끌고 BMW 7시리즈를 밀어줄 BMW 5시리즈가 10세대 벤츠 E클래스에 밀리면서 전체 실적에서도 벤츠코리아에 졌다.
BMW코리아는 2016년 벤츠코리아에 1위를 빼앗긴 뒤 지난해까지 되찾지 못했다.
올해는 다르다. BMW코리아가 7년 아픔을 씻고 8년만에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017년부터 벤츠 E클래스에 눌려 6년 연속 ‘넘버2’로 전락한 BMW 5시리즈도 지난 9월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해 차종별 판매현황을 집계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BMW 5시리즈는 전년동기(1만4414대)보다 11.4% 증가한 1만6058대 판매됐다. 수입차 판매 1위다.
벤츠 E클래스 판매대수는 1만5539대다. 전년동기(2만362대)보다 23.7% 감소하면서 2위로 밀려났다.
BMW 5시리즈 판매호조에 힘입어 BMW도 벤츠를 제치고 1위를 기록중이다. BMW는 5만6535대, 벤츠는 5만4353대 각각 판매했다. BMW가 7년 아픔을 씻고 8년만에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뉴 5시리즈는 6년 만에 완전변경된 8세대 모델이다. 스포티함, 편안함, 주행성능, 편의사양 등을 모두 향상한 야심작이다.
전장x전폭x전고는 5060x1900x1515mm다. 기존 세대보다 95mm 길어지고 30mm 넓어지고, 35mm 높아졌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995mm로 20mm 길어졌다.
실물을 보면 확실히 커졌다는 느낌이 든다. 5m가 넘어 5시리즈가 아니라 7시리즈라고 해도 믿을 수준이다.
헤드램프는 크기에 비해서는 작아졌다. 대신 조명 4개가 강렬한 눈빛을 발산한다. 간결한 처리로 더 매서워졌다.
BMW 상징인 키드니 그릴은 크기에 걸맞게 커졌다. 또 테두리 조명 ‘BMW 아이코닉 글로우’(Iconic Glow)를 적용해 어둠 속에서 헤드램프와 함께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자신감 덕분인지 C필러(뒷문과 뒤 유리창 사이의 기둥)에는 숫자 ‘5’를 새겨넣었다.
측면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기존 모델보다 커지고 높아졌지만 투박하지 않고 더 우아해졌다. 공기역학 성능을 향상시켰다.
리어램프는 완전히 변경됐다. 길어지고 얇아졌다. 안정감을 주면서 실제보다 더 넓어보인다. 두 줄의 제동등도 적용했다.
센터콘솔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기어 셀렉터를 채택, 물리적 버튼을 최소화했다. 신형 7시리즈를 통해 처음 선보였던 크리스탈 디자인의 BMW 인터랙션바는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조명으로 탑승자에게 시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 및 운전자 보조기능도 기본 탑재했다. 모든 모델에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 대형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통풍기능을 추가한 앞좌석 시트, 트래블 앤 컴포트 시스템,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능 등이 기본 사양이다.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 등 안전하면서도 편안한 주행을 지원하는 첨단 주행보조기능도 기본 사양으로 적용됐다.
BMW 뉴 i5 eDrive40는 최고출력이 340마력, 최대토크가 40.8kg.m이다. 국내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뉴 i5 M60 xDrive가 361km, 뉴 i5 eDrive40이 384km다.
뉴 5시리즈 모든 내연기관 모델에는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신형 엔진이탑재됐다.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한 뉴 520i는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31.6kg.m다. 뉴 530i 각각 258마력, 40.8kg.m다. 4기통 디젤엔진을 얹은 뉴 523d는 197마력, 40.8kg.m다.
가격은 뉴 520i가 6940만~7390만원, 뉴 523d가 7640만~8390만원, 뉴 530i xDrive가 8420만~8870만원이다.
순수전기모델인 뉴 i5 eDrive40는 9390만~1억170만원, 뉴 i5 M60 xDrive는 1억3890만원이다.
저·중속에서는 전기차답게 확실히 조용하다. 풍절음도 노면소음도 제대로 차단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부드럽고 매끄럽게 움직인다. 7시리즈를 타고 있다고 착각할 수준이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선 뒤 가속페달을 좀 더 힘있게 밟자 5시리즈의 다이내믹한 성향이 드디어 발산된다. 이제는 전기차가 아니라 기존 5시리즈 가솔린 모델을 타는 기분이다.
낮게 배치된 전기모터, 공기역학 디자인 등이 어우러져 쾌속 질주한다. 속도계의 숫자도 같이 질주한다.
불안감은 들지 않는다. 고속 주행 안정성이 역대급이다. 제동 성능도 우수하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안절부절 하지 않는다.
바워스 앤 윌킨슨 오디오 시스템은 i5를 ‘바퀴달린 콘서트홀’로 만들어준다.
단점은 내비게이션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티맵에 익숙해진 운전자에게는 불편하다. 갈림길에서는 잘못 진입할 수도 있다.
BMW i5는 7시리즈 뺨치는 전기차다. 크기도 품질도 성능도 ‘하극상’인 탐욕의 화신이다.
운전자 기분에 따라 힐링할 수도 있고 쾌감을 맛볼 수도 있다. 타고 있는 순간 만큼은 ‘돈 워리 비 해피’(Don‘t worry, Be happy)다.
다만, 1억원 안팎의 가격은 부담스럽다. 7시리즈처럼 성공해야 탈 수 있는 차다. 탈 때는 즐겁지만 내 차가 아닌 이상 내릴 때는 짜증난다. ‘돈이 웬수(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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