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온 문자에 철렁"…기존 대출도 금리 다시 오른다
"떨어진다더니"…연초 4억 차주, 월이자만 157만→167만원 늘어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 올 초 연 4% 중후반대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A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대출금리 변경' 안내 문자를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초 대출 신청 때만 해도 올해 말쯤엔 금리가 떨어질 거라 생각해 6개월 변동금리를 선택했는데 이달 도래한 금리 재산정 주기에 코픽스가 급등해 대출금리가 연 5%대로 올라서면서, 월이자가 10만원 이상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리가 최근 다시 고공행진하면서 대출을 계획 중인 신규차주뿐만 아니라, 연초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출을 끌어다 쓴 기존 차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미국발(發) '긴축 장기화'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여파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급등하면서 금리 변동 주기인 6개월 전보다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는 올 하반기를 지나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A씨와 같이 금리 인상 통보를 받는 차주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코픽스 연동)는 23일 기준 연 4.56~7.145%로 상단은 9개월여만에 7%를 다시 넘어섰고, 하단은 드물게 보이던 3% 금리가 자취를 감췄다.
금리가 오른 건 은행채 등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상승으로 변동형 주담대 준거금리인 코픽스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가 지난주 공시한 9월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3.82%로 한 달 새 0.16%p 뛰어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픽스는 국내 은행이 예·적금, 은행채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코픽스가 오르면 은행이 대출자금을 확보하는데 그만큼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오르게 된다.
신규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4.34%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타 올해 4월 3.44%까지 떨어졌다. 이때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작게나마 금리인하를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코픽스는 5월부터 다시 반등해 등락을 거듭하면서 3.82%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이달 대출 실행 예정인 차주의 경우, 코픽스 상승분만큼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신규 차주뿐만 아니라 연초 금리 인하 기대를 품고 대출을 끌어 썼던 기존 차주들도 은행으로부터 금리 인상 통보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의 빚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 일반적으로 6개월마다 대출금리가 재산정되는데, 최근 코픽스가 다시 오르면서 변동주기인 6개월 전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규 코픽스는 올해 3월 기준 3.56%였다. 3월 코픽스는 4월17일 공시돼, 4월18일부터 한 달간 변동금리 주담대 준거금리로 활용됐다. 그러나 이달 17일부터 한 달간 적용되는 9월 코픽스가 3.82%로 6개월 전과 비교해 0.26%p 더 높아지면서 은행 대출금리도 그 이상 오르게 됐다.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산정된다.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이미 체결된 대출 계약에서는 조정이 어렵기 때문에, 기존 차주의 경우 코픽스나 금융채 등 준거금리가 인상되면 대출금리가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해당 차주들의 빚 부담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올해 4월 말 4억원을 금리 연 4.75%, 4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빌린 차주의 경우 은행에 초기 월이자만 157만원을 갚아야 했으나, 이달 대출금리가 5.01%로 오르면 월이자가 167만원으로 10만원가량 더 늘어나게 된다.
금리인상 문자를 받게 될 기존차주는 당분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인상으로 코픽스 상승 압박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로 꾸준히 오르던 은행채 금리는 미국이 최근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은행채 1년물(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4.006%) 8개월만에 4%대로 올라섰고, 이달 23일 4.125%까지 치솟았다. 연말 만기가 도래하는 100조원 규모의 예적금을 재유치하기 위한 금융권 수신경쟁으로 정기예금 금리도 연 4%를 넘어서면서 은행 조달비용은 갈수록 오르고 있다.
다음 달 말 금리 재산정 주기가 도래하는 차주들은 금리 상승 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지난 5월 대출을 받은 차주들은 코픽스가 3.44%로 상대적으로 낮게 적용됐기 때문에, 다음 달 공시되는 10월 코픽스가 이달과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돼도 대출금리가 0.4%p 이상 오르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빚을 내 집을 사는 이른바 영끌족들을 향해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다시 연 1%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게 아니고 레버리지(돈을 빌려서)로 하는 분이 많은데 금융 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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