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창욱 "'최악의 악' 최대한 이상한 얼굴로 찍었어요" [인터뷰+]
배우 지창욱의 장점을 모두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디즈니플러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 분)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다. 지창욱이 연기하는 준모는 아시아 마약 카르텔의 중심 '강남연합'의 보스이자 반드시 잡아야 하는 타깃 기철(위하준 분)을 예의주시하던 중, 엘리트 경찰이자 아내인 의정(임세미 분)까지 이 사건에 뛰어들었다는 것과
기철과 의정이 과거 특별한 인연이었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는 캐릭터다. 데뷔 후 첫 누아르 장르에 도전한 지창욱은 아낌없는 액션과 로맨스로 '최악의 악'의 재미를 끌어 올렸다는 평이다. 지창욱은 "오래 찍었고, 오래 기다렸는데, 한 달 안에 공개되고 모든 게 끝난다는 게 아쉽다"면서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다음은 지창욱과 일문일답.
▲ 곧 마지막 회차가 공개된다.
마지막 오픈에 인터뷰까지, 이제 진짜 마지막인가 싶다. 촬영을 오래 했고, 오래 기다렸는데 한 달 동안 공개되면서 모든 게 끝난다는 게 아쉽다. '이렇게 짧았나' 싶다. 시원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 그동안 멜로 이미지가 강했다. '최악의 악'은 남성적인 매력이 강한 작품인데,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대본을 처음 받고, 언더커버 물인데 관계가 재밌다고 느꼈다. 관계나 인물의 변화 과정 등도 흥미로웠고, 한동욱 감독님과 얘기하고 미팅을 했을 때 감독님과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들이 작품에서도 재밌게 잘 표현된 거 같다.
▲ 남자들은 누아르 장르에 로망이 있지 않나. 그 부분도 영향을 끼쳤을까.
저에겐 처음인 장르인데, 어릴 때 선배님들이 하는 작품들을 보면서 이런 걸 보고 하고 싶었고, 제작사가 사나이픽처스라 '웰메이드'가 되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한재덕 (사나이픽처스) 대표님 사진을 찾아보면 그 자체가 누아르다.(웃음) 사나이픽처스에서 나온 전작들을 다 보기도 했고, 감독님의 센스, 작품의 과정들 이런 것들을 믿었다. 감독님은 수많은 선배님을 현장에서 지켜보셨던 분들이라 '이 사람이라면 뭔가 제가 맡기고 믿을 수 있겠다' 싶었다. 현장에서 어디까지 표현해야 하고, 어디까지 감춰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때마다 감독님을 믿었다.
▲ 언더커버다 보니 1인 2역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두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나.
박준모라는 인물과 권승호를 애써 나눠서 생각하지 않았다.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이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극대화할지만 고민했다. 언더커버라는 게 기시감이 강하기도 하지만 장점과 재미가 보장된 장르라고 생각했다. 이 장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지에 집중했다. 현장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힘들면서도 재밌었다. 미묘한 감정의 선, 정치적인 싸움도 있고, 인물들과의 관계나 복합적인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복잡하고 미묘하면서 재밌었다. 확답을 내리고 정답을 남기고 표현했다기보단 너무 어려운데 재미가 있고, 시청자들도 보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한 거 같다.
▲ 액션 장면이 많았고, 규모도 상당했다.
생각보다 액션이 주가 되는 장르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체력적으로 한계는 많이 느꼈다. '더 케이2'라는 작품을 하고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액션 안 해'라고 하고, 실제로도 하지 않았다.(웃음) 진짜 오랜만에 액션을 했다. 그런데 '체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하는 한계를 본 거 같다. 액션이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인물의 갈등을 극대화하는 그런 부분들, 그 과정이 더 괴롭고 힘들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건 현장에서 많은 분이 많이 도와주신다. 대역도 있고, 앵글로 속여서 가는 것도 있고, 그런데 인물을 만드는 과정은 어디에 기댈 곳이 없다. 그래서 이게 더 힘든 작업이 아니었나 싶다.
▲ 팬들은 '지창욱의 액션은 진심'이라 말하는데, 본인은 얼마나 느끼나.
액션을 안 좋아한다. 힘들다. 별로 안 하고 싶다.(웃음) 액션이 갖는 매력은 있다. 성취감과 통쾌함. 그리고 어느 순간 액션보다는 감정신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 액션이지 어떻게 보면 싸움 아닌가. 감정의 폭발 지점이 슬플 땐 눈물, 화날 땐 싸움이라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재미는 있는 거 같다.
▲ 처음엔 나쁜 놈 잡으려고 들어왔지만, 다음엔 진짜 나쁜 놈이 된 느낌인데, 이 부분에 대한 대조를 어떻게 줬을까
선악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언더커버일 뿐이고, 자기 할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준모는 경찰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도 계속한다. 그걸 정당하기 위해 정기철을 잡아넣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던 거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간질하고, 내치고, 그것도 어떻게 보면 사람으로서의 욕망이었던 거 같다. 보통 주인공이라고 하면 '이래야 한다'라는 것들, 악랄하면 안 되고 야비해지면 안 되고, 이런 생각을 안 했다. 그래서 더 도발하고, 욕심이나 화, 이런 본질적인 욕구들을 충족시키면서 연기했다.
▲ 그럼 작품 속에서 누가 최악의 악일까.
진짜 어렵다. 하필 제목이 '최악의 악'이라 그게 누군지 찾게 되는데, 굳이 최악을 찾아야 하는 작품은 아닌 거 같다. 그냥 상황이 최악인 거고, 거기서 더 누가 최악의 악이냐 판단은 각자 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굳이 판단한다면, 개인적으로 저는 준모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기철은 불법을 자행하니 그게 더 최악인가 싶고. 연기를 할 땐 스스로는 '기철이 최악이다' 그렇게 합리화하면서 하기도 했다. 기철의 안쓰러운 장면들이 나오지 않나. 저도 사람인지라 기철을 연기하는 하준이를 보면서 '너무 불쌍한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저 아이는 범죄자다' 이렇게 스스로 합리화했다.
▲ 준모가 의정과 해련을 오가는 관계도 흥미로웠다. 준모는 누굴 더 사랑했을까.
당연히 의정을 더 좋아했다. 의정이 때문에 더 틀어져 가고, 의정이에 대한 집착 때문에 갈등이 심화한 거 같다. 해련(김형서 분)에 대한 감정은 왔다 갔다 하는 게 섞여 있는 거 같다. 해련을 이용하려 한 건 사실이지만, 이 여자를 증오하고 싫어하는 건 또 아니었다. 그 미묘한 선 어딘가에 뭔가가 있다. 순간순간 해련을 쳐다보는 것에 그 선을 넘는 부분이 있긴 했다. 그렇지만 의정과 해련을 놓고 봤을 때, 둘이 물에 빠졌다면 전 의정을 구할 거 같다.
▲ 의정과 기철의 관계를 남편으로서 지켜보는 것 역시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제가 느낀 감정을 시청자도 같이 느끼지 않았을까.(웃음) 제가 잡아야 하는 범죄자와 아내가 알고 보니 첫사랑이고, 데이트를 하는데, 그걸 바라만 봐야 하는 감정은 모두가 아는 그 감정이지 않을까 싶었다.
▲ 그렇게 사랑하는 의정을 두고 왜 해련과 키스했을까.
서로에게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들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느낌이었다. 그래서 해련과 키스신이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간의 키스신은 예쁘고, 사랑하고 이런 거였는데, 그 장면은 감정이 아예 달랐다. 키스를 하면 안 되는데, 안 하면 안되고, 그걸 거절해도 안 되고, 그런 선을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다. 촬영이 저도 힘들었지만, 형서도 힘들었을 거 같은데 의연하게 잘해줬다. 촬영 전엔 제가 선배로서 어떠한 도움을 줘야 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의연하게 잘해줬다. 촬영분을 보며 생각보다 진하게 나와서 저도 놀라긴 했다. 소리도 질렀다.(웃음) 앵글과 분위기, 조명 모든 것들이 도와준 게 느껴졌다. 편집과 음악이 많이 도와줬고, 감정을 극대화해준 거 같다. 재밌는 충격이었다.
▲ 성형외과 전문의 유튜버들의 콘텐츠에서 "병원을 찾는 남성들이 가장 많이 가져오는 사진은 지창욱"이라고 하더라. 그런 외모를 이번 작품에서는 막 썼다는 인상도 준다.
제 사진을 가져간다니 감사한데, 이 작품에서는 콘셉트를 그렇게 잡았다. 촬영, 조명 감독님과 많이 얘기했는데 최대한 이상하게 찍었다. 얼굴 각도나 조명도.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도 날것처럼 보이도록 거칠게 보이도록 찍었다. 그런데 저는 그게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생김새보다 연기력이 도드라졌으면 좋겠다'고 하는 건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배우의 목표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저 같은 경우는 매체에서 만든 제 이미지, 제 선택으로 인해 만들어진 이미지를 계속 깨나가고 싶었고, 그게 제 숙제 같았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부단히 많이 노력하고 있다.(웃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최악의 악'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됐고 재밌는 작업이었던 거 같다.
▲ 극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마약 사건이 요즘도 난리다. 작품을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작품과 연결 짓지 않아도 항상 그런 부분에 대한 경각심은 갖고 있었다. 작품을 찍으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이슈랑 연결 짓고 싶지 않았다. 이 작품은 누아르라는 장르의 영상인 거지, 저희가 메시지를 주려고 만든 건 아니었다.
▲ 결말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만족하나.
호불호는 있을 거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긴 하다. 기대되기도 하고. 해피엔딩은 아니다. 누아르라 염쇄적인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고, 어떤 씁쓸함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그들이 행복하게 살았다'는 아니다. 장르적인 특성을 만족시키기도 하고, 최선의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 본인만의 작품 선택 기준이 있나.
그때그때 다르다. 제가 느끼는 재미가 다르고,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고. 요즘은 제 새로운 모습을 찾는 게 재밌나 보다. 나이를 먹어가고, 어렸을 때와는 지금과 다른 느낌이 나기 시작하고, 그걸 화면으로 보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색다른 제 모습을 찾아 나가고 싶다. 그래서 작품 선택도 그런 거 위주로 한 거 같다.
▲ '최악의 악'은 그렇다면 어떤 의미로 남을까.
거창하게 말하는 건 오글거린다. 배우로서 목표는 따로 없다. 그런데 욕심은 있다. 더 잘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진 욕심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쉬지 않고 뭔가 하려고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안 되면 어떡하나' 걱정하면서도 뭔가를 하려고 하는 거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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