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에 전기차 판다…현대차, 日 제치고 제2의 중동신화 정조준

윤다혜 기자 2023. 10.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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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전환 발맞춰 중동 시장에 대규모 투자 나서…사우디에 첫 공장
일본차 선두 사우디에 다양한 전동화 라인업 '승부수'…수소 생태계 조성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2023.10.24/뉴스1

(서울=뉴스1) 윤다혜 기자 = 현대자동차(005380)가 중동 전기차 시장 개척에 나섰다. 전동화 흐름에 발맞춰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도 전기차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대규모 투자로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정의선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것을 계기로 현대차의 중동 전기차 시장 진출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그간 중동에서 주력해온 건설을 넘어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은 물론 친환경 수소 에너지 등으로 현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동 시장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일군 곳으로, 현대차에는 의미가 크다.

정의선 회장은 조부인 선대회장이 특유의 도전정신과 추진력으로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성사시켰던 중동에서 전기차로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 탄소 절감 움직임에 따라 산유국인 중동 국가들도 전기차 시장에 대한 관심이 크고, 사우디는 그동안 막혀있었던 여성 운전자가 늘어남에 따라 수요 확대 가능성도 높다. 현대차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동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등 대대적 투자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22일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반제품조립(CKD) 공장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연간 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짓는다.

현대차와 PIF는 5억 달러(약 6755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지분은 현대차가 30%, PIF가 70% 보유한다. 합작공장은 2024년 상반기 착공, 2026년 상반기 양산 개시를 목표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모두 생산하는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현대차는 생산 제품의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이곳을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중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때 판매가 주춤했지만, 2018년부터 여성 운전이 가능해지면서 시장의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30년 사우디 자동차 시장이 연간 80만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전체 시장 수요는 2030년 3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우디 내 차량 판매 점유율은 일본의 도요타가 33%로 가장 높다. 여기에 니싼(6%), 마쓰다(4%), 이스즈(4%) 등을 더하면 일본 차가 절반 수준이다. 현대차는 14%, 기아(000270)는 4%로 일본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고, 그 뒤로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따라붙고 있다.

최근 중동 국가들도 전기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내연기관 중심의 현 자동차 시장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현대차가 다양한 전동화 라인업과 생산 거점을 기반으로 승부수를 던진다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 사우디에서 전기차 메이커로 위상을 공고히 하면 사우디 이외의 중동 지역 진출도 가능하다.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2030년까지 사우디를 연산 5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제조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사우디 수소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참여한다. 현대차는 한국자동차연구원과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SAPTCO(The Saudi Public Transport Company)와 협약을 맺고 사우디 내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에 공동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2020년부터 수소전기차와 수소전기버스, 수소전기트럭 등을 중동에 공급하며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현대차가 석유중심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수소 에너지 개발을 노력 중인 사우디와 수소 활용 부문에서 더 큰 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중동 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dahye1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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