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 '초고층·한강뷰 싸움'…재건축 '설계 전쟁' 시작됐다
압구정 3구역선 공모지침 위반 '갈등'
사업비도 100억원대에서 수백억원까지
서울 압구정, 여의도 등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지역에서 설계자 수주전이 시공자 선정 만큼이나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주민들의 마음을 얻고자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작품 전시회(홍보관)'를 여는가하면 메이저 업체들이 뛰어들어 수주전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초고층 재건축을 표방하며 경쟁이 치열해지자 용역비도 수백억원대로 뛰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삼부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정비사업 설계용역 입찰공고'를 내고 설계자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영등포구 국제금융로7길 일대에 지하4층~최고60층 규모로 재건축될 예정이다. 예정 설계단가는 ㎡당 2만5250원 이하로 연면적(약 42만7136㎡)을 곱하면 107억8519만원 수준이다.
지난달 14일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DA)와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ANU)가 공모에 응했다. 나라장터에 따르면 DA는 ㎡당 2만3400원, ANU는 2만4200원의 입찰금액을 써냈다.
양사는 오는 27일까지 응모 작품을 접수할 예정이다. 응모작품이 4개 미만으로 추진위는 설계공모심사위원회를 생략하고 총회에서 양사 중 한 곳을 업체로 선정하게 된다. 추진위는 이르면 다음달 작품 전시회를 진행한 후 12월 16일 총회를 열어 조합원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삼부를 비롯한 여의도 재건축 설계의 핵심은 한강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라며 "주민에게 조망 좋은 아파트를 선사하면서도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도시경관을 해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 추진위 관계자는 "설계자마다 콘셉트가 조금 다를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합 집행부와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가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엇박자가 난다면 사업 진행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의견을 계속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설계자 수주전이 주목받은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시공자 수주전은 공사비가 1조원을 넘기도 하는데 설계의 경우 수십억원 규모에 그쳤기 때문이다. 재건축 대어였던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과 삼우건축이 체결한 설계 용역비는 37억원이다.
최근들어선 초고층 설계가 늘어나면서 100억원대에서 수백억원대로 늘어나기도 했다. 여기에 수주를 위해 공모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도 커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설계업체가 수주를 위해 홍보관까지 만든 적은 그동안 없었다"며 "최근 들어 메이저 업체끼리 경합을 벌이면서 설계 공모에 드는 비용도 수억원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플랜트 공장, 상업용 빌딩 분야에서 들어오는 설계용역이 전무하다보니 설계업체 모두 정비사업에 쏠리는 모습"이라며 "또 건물 수명이 늘어나 설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집행부가 깜깜이로 설계자를 선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설계업체 간 경쟁이 수면위로 떠오른 곳은 압구정3구역이다. 이 단지는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지난 7월 희림건축 컨소시엄을 설계업체로 정했으나 서울시가 제동을 걸었다.
희림건축이 용적률 300%가 아닌 360%를 제시해 설계공모지침을 위반했다는 게 경쟁자인 해안건축 컨소시엄과 서울시의 판단이다. 설계공모전이 과열되면서 공모지침에 맞지 않는 설계안를 내놨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경찰 고발과 시정명령을 불사하며 강경 대응했다. 결국 재입찰에 나선 조합은 다음달 6일까지 응모 작품을 접수할 예정이다. 압구정3구역의 설계 사업은 약 358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이나 여의도가 가진 상징성 때문에 설계 공모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커졌다"며 "경쟁이 과열되면서 입찰 참여에 드는 비용도 높아져 중소 업체들은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 됐다"고도 지적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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