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우디 공동성명, 경제부터 문화까지 발전 방안 폭넓게 담겨

곽은산 2023. 10. 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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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충돌 ‘민간인 공격 반대’ 강조
사우디측 ‘아랍 평화 구상’ 등 높이 평가
대통령실 “한반도 문제 등 韓 입장 반영
중동 현안 이례적 포함 신뢰 보여준 것”
尹 만찬 헤드테이블에 中企대표 앉아
“정부·기업은 원팀… ‘중동 붐’에 돌파구”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을 계기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한·사우디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및 중동 문제와 같은 지역·국제 현안은 물론 경제·문화 분야의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이 폭넓게 담겼다. 경제외교를 내세우며 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의 중동 지역과 협력 지평을 국제 안보 분야를 포함해 포괄적으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은 한·사우디의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하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양국은 총 44개항으로 구성된 성명을 통해 안보와 경제, 미래 과학기술 협력, 문화·인적교류 확대 등 전 분야에 걸친 포괄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무함마드가 운전하는 차 타고 이동하는 尹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리야드 영빈관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환담을 마친 뒤 무함마드 왕세자가 직접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리야드=뉴시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국제 안보와 평화를 구축하는 데도 한목소리를 내며 뜻을 모았다. 양측이 성명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국제 사회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데 대해 사우디 측은 윤석열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 제안을 포함한 한국 정부의 끈기 있고 단호한 노력을 평가했다.
양측은 이스라일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에 대해 ‘민간인 공격 반대’를 내세우면서 “분쟁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정치적 해결과 항구적 평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러한 점에서 ‘아랍 평화 구상’ 등을 포함한 사우디 측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오후 영빈관에서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 국방장관(오른쪽)과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국가방위부 장관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과 사우디는 이·하마스 사태를 바라보는 데 다소 시각차는 있지만, 민간인 보호라는 인도주의를 고리로 이런 입장 차이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방한한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과 하마스의 무차별 공격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최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만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양호한 삶을 누릴 적법한 권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성명에 대해 “균형이 잘 잡혀 있다.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우리 입장이 충실히 반영됐다”며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등 중동 현안이 포함된 것은 사우디 쪽에선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사우디의 한국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위상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무고한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무력 사용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역 및 국제 안보와 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국방·방산 협력을 강화하고, 범죄·테러리즘·극단주의에 대한 대응 협력도 증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는 경제 분야 협력에서도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성명에서 “첨단산업 분야 협력을 증진하고 제4차산업 혁명에 부응하는 새로운 유망 산업을 포함해 양국의 협력 범위를 지속 다변화·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건설 및 인프라 분야 협력과 관련해서는 “네옴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우디가 추진 중인 키디야, 홍해 개발, 로신 주택개발, 디리야 등 기가 프로젝트와 이에 연관된 인프라 산업의 성공을 위해 함께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스마트팜·식품 및 의료 제품·백신과 의약품 등 개발·통계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협력을 다변화하기로 했다. 에너지 분야 협력에서 사우디는 계속해서 한국의 원유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가장 믿음직한 동반자이자 원유수출국이 될 것임을 강조했다.

◆“尹, 한국 기업 세일즈 1초도 낭비 안 해”  사우디 투자부 장관 너스레에 웃음바다

“상상을 현실로”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 동행한 180여명의 경제인들은 23일(현지시간) 현지 만찬에서 ‘팀코리아’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며 이같이 건배사를 외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리야드의 한 호텔에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기업인들과 만찬을 갖고 “우리 기업의 수출과 수주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뛰고 또 뛰겠다”며 경제인의 노고를 격려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네옴 전시관 둘러보는 尹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 네옴 전시관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첫 번째)과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서 우리 ‘팀코리아’는 156억달러(약 21조원) 이상의 수출·수주에 대한 양해각서(MOU)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다. 어렵고 불합리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달라”고 말했다.

만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 허태수 GS 회장 등 대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인 18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앉은 헤드테이블에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대표들이 앉고 이재용, 정의선 회장은 각각 4, 5번 테이블에 착석한 점이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협력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소중한 마중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우디에서의 성공은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동 진출로 이어졌고, 1970년대 오일쇼크 위기를 극복하는 디딤돌이 됐다”며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 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 붐’을 통해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사우디가 추진하는 메가 프로젝트인 ‘네옴시티’와 관련해 “전 세계의 모든 기술과 역량을 총동원한, 그야말로 현대의 만리장성”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도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동행 경제인 만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 대통령은 이에 앞서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사우디 측의 안내를 받으며 네옴전시관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약 650조원을 투입해 건설하는 신도시 중 ‘라인시티’에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부터 대전까지 ‘잠실 롯데타워’가 줄지어 들어서게 된다는 설명을 들으며 “인공위성으로 만리장성이 보인다고 하는데 라인시티는 더 잘 보일 것 같다”며 “세계적인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사우디 측 관계자는 “많은 나라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 기업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화답했다.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제가 한국 경제 발전을 매일 연구하고 있어 사람들이 저를 ‘코레’(Korea)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라인시티 축소 모형을 보며 단절된 구간에 대해 묻자 사우디 측은 “산악 지역이라 터널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한국은 산악이 많아 터널 뚫는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이에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을 세일즈하는 데 1초도 낭비하지 않는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리야드=곽은산 기자, 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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