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대체복무 개선 필요" 한목소리…양심적 병역거부 60명 첫 소집해제

박응진 기자 2023. 10.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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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제도 시행 후 첫 '3년 복무 완료'…1174명 복무중
병무청, 헌재 결정·국민정서 고려 대체복무제 개선 검토 방침
<자료사진>2020.10.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3년이 지나 보니깐 '결국 옷만 바꿔입고 일하는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종교나 개인적 신념에 따른 군 복무 거부자,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3년(36개월)의 대체복무를 마치고 25일 첫 소집해제되는 김동진씨(31·대전교도소 복무). 김씨는 2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군 복무를 거부해 교도소에서 징역을 사는 것과 대체복무요원으로서 3년 간 교도소 또는 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복무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김씨 등 대체복무요원 60명은 대체복무를 마치고 이날 사회로 복귀한다. 복무기간 3년을 모두 채운 대체복무요원의 소집 해제는 현행 대체복무요원 제도가 시행된 2020년 10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소집 해제되는 대체복무요원들은 15개소에서 복무해왔으며, 목포교도소가 26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남부교도소와 부산교도소가 각각 6명으로 뒤를 이었다.

'대체복무요원'은 2018년 헌법재판소가 '정당한 사유가 있는 입영 거부자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며 당시 '대체복무' 규정을 두지 않았던 '병역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신설된 병종(兵種)이다.

올 8월 말 현재 교도소·구치소 등 법무부가 운영하는 전국 22개 교정시설에서 복무 중인 대체복무요원은 모두 1174명이다.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은 현재 육군병(18개월)보다 2배 더 길다. 이들은 기초 군사훈련을 포함한 군 복무 일체를 거부하는 인원인 만큼, 교정시설에서 합숙하며 급식·물품·보건위생·시설관리 등 비군사적 성격의 보조 업무만 수행한다.

이날 소집 해제되는 대체복무요원들은 3년의 복무기간이 징벌적인 만큼, 병무청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권고한 대로 현역병의 1.5배(27개월)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사진> 2020.10.2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김씨는 "복무기간이 너무 길다보니깐 사회로의 복귀가 큰 숙제가 됐다"며 "현역병 복무기간의 1.5배인 국제적 표준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목포교도소에서 복무한 김진욱씨(32)도 "3년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사회에 돌아가려니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합숙이란 복무 형태가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체복무요원 1기의 평균 나이는 만 31세이며, 재판으로 인한 평균 대기 기간은 약 4.5년이다. 대부분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병역 거부 관련 재판과 대체복무요원 복무 대기 등으로 인해 현역병과 달리 20대 때 병역의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최충성씨(31·천안교도소 복무)는 대체복무 중 결혼을 한 경우로, 외출 등이 아니면 부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최씨는 복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교정시설로 한정된 복무 분야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최씨는 "구매 주문한 것 갖다주기, 쓰레기 치워주기, 옷 세탁해주기 등 수용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업무를 주로 했다. 당장 내일 대체복무요원이 없어도 잘 돌아갈 수 있는 구조"라며 "그래서 3년이란 긴 기간 동안 보람찬 기억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김진욱씨는 "사회에 기여하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의 사람들인 만큼, 다양한 업무에 배정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2 회계연도 국방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대체복무 기관이 추가되지 않으면 대체복무요원들은 복무를 하기까지 최대 4년의 대기를 해야 한다.

일부 대체복무요원은 복무 기간 중 '현역병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힘든 일도 아니다' 등 차별적 발언을 듣고, 새벽 업무 후 휴식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등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백종현씨(32·영월교도소 복무)는 "병역거부로 재판을 시작할 때는 수감될 줄 알았는데, 대체복무제도의 혜택을 받게 돼 감사하다"면서도 "3년 합숙 복무를 직접 경험해보니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제도가 개선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기식 병무청장. 2023.10.1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이와 관련 대체역 심사위도 올 4월 현역병 복무와의 업무 성격·난이도 차이 등을 고려해 대체복무요원 복무기간을 27개월로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사위는 대체복무요원들의 복무 분야도 "합숙시설이 구비된 소방서·119안전센터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자녀 양육, 심신 장애 등으로 합숙이 곤란한 경우엔 예외적으로 비(非)합숙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 대체복무요원들 중 일부도 '복무 분야가 교정시설로 제한되고 기간도 현역병보다 길다'는 점 등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지난달 기준 모두 125건의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헌재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이에 대한 판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 단축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병무청 의뢰로 대진대 산학협력단이 수행해 작년 말 내놓은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관련 설문조사 결과 현역병 복무자 208명 중 74.0%, 일반 국민 1000명 중 62.9%, 병역판정검사자 264명 중 54.2%가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으로 '현행 36개월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복무기간을 장기적으로 현역병의 1.5배(27개월) 수준까지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선 각각 응답자의 11.0%와 20.2%, 15.2%만 긍정적이었다.

대체복무요원의 현행 합숙 복무를 유지하는 데 대해선 응답자의 77.9%와 74.0%, 58.2%가, 복무 분야 확대엔 51.5%와 59.5%, 62.1%가 각각 긍정적이란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병무청은 올해 대체복무제 시행 3년을 맞아 '병역과 인권이 조화로운 대체복무제 실현'을 위해 향후 헌재 결정 방향과 국민정서 등을 고려, 대체복무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기식 병무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선입관을 갖지 않고 제로베이스 차원에서 다시 검토를 해보겠다"며 "현역복무 장병들이 또 다른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점도 고려해 판정하겠다"라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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