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해도 남는게 없네"…럭셔리 대신 '가성비' 아파트 뜬다

김평화 기자 2023. 10. 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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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해도 분담금이 많아 남는 게 없다".

급격히 오른 공사비 탓에 '로또'를 기대하며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한 조합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노원구 상계뉴타운 재개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상계2재정비촉진구역(상계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대우건설·동부건설과 공사비 증액 협상을 마쳤다.

이밖에도 재건축·재개발 현장 공사비 협상 카드로 마감재 등급을 낮추는 등 '눈높이'를 낮춘 곳이 여러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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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해도 분담금이 많아 남는 게 없다".

급격히 오른 공사비 탓에 '로또'를 기대하며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한 조합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으면 공사짓던 손을 놓겠다는 시공사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럭셔리'를 표방하는 고급화를 일부 포기하는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효율)'를 택하는 현장이 늘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노원구 상계뉴타운 재개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상계2재정비촉진구역(상계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최근 시공사인 대우건설·동부건설과 공사비 증액 협상을 마쳤다. 협상된 금액은 3.3㎡당 595만원. 최근 서울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진행된 협상이 대부분 700만원대에 타결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금액이다.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소식지에서 "코로나 장기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고금리 사태 등 국내외 악재들이 겹치며 원자재비 및 인건비 등이 폭등해 공사도급 단가가 급상승하게 돼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맞춰 협상을 진행했다"며 "수차례 논의 등 힘든 과정을 거치며 어렵게 3.3㎡당 595만원으로 공사비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아파트 재건축·재개발 현장에선 '고급화'가 대세였다. 시공사들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부터 하이엔드 브랜드를 앞장세워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했다. 고급 마감재를 사용해 화려한 아파트를 지으면 그만큼 비싼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도 따라올 것이란 예상이었다.

하지만 여러 악재가 겹치며 공사비가 크게 오르자, 평범한 아파트를 짓더라도 공사비는 '고급화 수준'으로 내게 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8월 151.26까지 치솟았다. 앞서 △2019년 117.31 △2021년 138.62 △2022년 148.70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엔 공사비지수가 더 오를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서울 송파구 '가락프라자 재건축'에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가 아닌 일반 브랜드 '힐스테이트'로 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조합이 당초 바라던대로 '고급화'를 진행하기엔 비용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밖에도 재건축·재개발 현장 공사비 협상 카드로 마감재 등급을 낮추는 등 '눈높이'를 낮춘 곳이 여러곳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그래도 공사비가 비싼데, 고급화를 한다고 분양가가 더 높아지면 오히려 시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커튼월룩 등 실생활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자재들은 빼고 가는 곳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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