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가을에 만나는 ‘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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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지 40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연극·뮤지컬·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으로 그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벨리니가 만든 '카풀레티가문과 몬테키가문' 그리고 레너드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도 훌륭한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가장 손꼽히는 작품은 샤를 프랑수아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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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세상을 떠난 지 40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연극·뮤지컬·오페라 등 다양한 공연으로 그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고 있습니다. 프로코피예프는 발레 음악으로, 베를리오즈는 교향곡으로, 차이콥스키는 환상적 서곡으로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해석했습니다. 하지만 가슴 절절한 노래와 열정적인 연기 그리고 아름다운 무대와 의상·조명이 만들어내는 오페라는 우리에게 더욱 큰 감동을 줍니다.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벨리니가 만든 ‘카풀레티가문과 몬테키가문’ 그리고 레너드 번스타인의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도 훌륭한 로미오와 줄리엣이지만 가장 손꼽히는 작품은 샤를 프랑수아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이탈리아 베네토주의 베로나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영국의 극작가가 희곡으로 쓰고 프랑스 작곡가가 오페라로 풀어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습니다.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사랑을 표현할 때 불어만큼 달콤한 언어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몸의 힘을 풀고 콧소리와 미세한 혀의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발음은 그 자체로 이미 훌륭한 노래가 되지요. 여기에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구노의 음악은 몽환적인 파스텔 색조로 꿈길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오페라는 5막으로 구성돼 있는데, 시작을 알리는 서곡과 합창은 죽은 영혼을 달래는 레퀴엠과 같이 비참한 두 사람의 운명을 예고합니다. 1막에 나오는 줄리엣의 아리아 ‘아! 꿈속에 살고 싶어라(Ah! Je veux vivre dans le reve)’는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곡으로 ‘줄리엣의 왈츠’라고도 불립니다. 유모에게서 정략결혼 이야기를 들은 줄리엣은 결혼보다는 자신의 젊음을 조금 더 즐기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발랄함이 왈츠풍의 음악과 어우러져 경쾌한 생기를 더해줍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나 부르는 마드리갈 이중창 역시 풋풋한 청춘 남녀의 수줍음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오페라 전반에 흐르는 아리아도 아름답지만, 특히 4막 첫부분에 흐르는 애수 어린 바이올린 선율은 참 인상적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에 불타오르지만, 서로의 가문이 원수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가족 몰래 로렌스 신부의 축복을 받으며 비밀리에 결혼 서약을 합니다. 첫날밤이 마지막 밤이 될지도 모르는 이 기구한 운명과 두 사람의 찢어지는 마음을 잘 나타낸 이중창은 눈물겹도록 아름답습니다. 결투에서 줄리엣의 사촌을 죽인 로미오는 추방 명령을 받아 날이 밝으면 베로나를 떠나야만 합니다. 로미오가 떠나자 줄리엣은 정략결혼을 피하려 하루 동안 죽은 듯 깨어나지 않는 약을 먹고 후에 로미오와 재회하기로 계획합니다. 하지만 줄리엣이 죽은 줄 알고 로미오는 그녀의 무덤으로 달려가 독약을 먹고 그녀 곁에 잠이 듭니다. 약에서 깨어난 줄리엣은 죽어 있는 로미오를 보고 단검으로 자결을 하려 합니다. 이 부분에서 구노는 원작과는 다르게 죽기 전 마지막 순간 이들이 잠시 만날 수 있게 합니다. 이 극적인 장면은 다른 장르에서는 표현할 수 없는 오페라의 백미를 보여줍니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 그들이 꿈속에서만큼은 고통 없이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요? 낭만적인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이기연 이기연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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